콘텐츠목차

떠나는 이 잘 가라고 노제 지내는 마을 이전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0E010404
지역 충청남도 논산시 상월면 주곡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조민희

여느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61세가 되면 주민들은 노인회에 가입을 한다. 남자들은 노인회에, 여자들은 안노인회에 가입을 하는데, 워낙에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마을사람 대부분이 노인회 회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회에서는 마을회관 관리나 마을 길 청소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한다. 그러나 주곡리 노인회의 진정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노제(路祭)’이다. 보통 ‘견전제(遣奠祭)’라고도 부르는 노제는 사람이 죽어서 발인할 때에 문 앞에서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그러나 주곡리의 노제는 견전제와는 달리 장지로 가는 길 도중에 적당한 자리를 정해서 마을의 노인회를 주축으로 지내는 위안제로 1981년도에 시작하여 2008년 현재까지 지내고 있다.

노제를 지낼 때에는 술, 과일, 포, 산적, 떡으로 상을 차린 후 향을 피우고 술을 따라서 땅에 붓는다. 이를 ‘분향강신(焚香降神)’이라고 하는데 신을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노인회 회원들이 다 같이 절을 하고 곡을 하는데, 노인 회장이 대표로 잔을 한 잔 올리고 조사를 낭독한 후 절을 하면, 모두들 5분간 서서 곡을 하고 절을 함으로써 끝이 난다.

이러한 노제는 노인회를 주축으로 한다는 점 말고도 다른 노제와 다른 점이 한 가지 더 있으니, 바로 ‘조사’이다. 주곡리에서 처음 노제를 지낼 때는 ‘축’을 읽었는데, 한자로 쓰여 진 ‘축’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얼마 없었을 뿐더러 읽는다고 해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읽기도 했다. 그리하여 1993년 노인 회장을 한 이방헌 씨가 ‘축’ 읽는 제도를 없애고 ‘조사’를 지어 읽게 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말로 알아듣기 쉽게 망인의 행적과 업적 등을 적어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으로, 조문객들이나 유족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겠느냐하는 취지에서였다.

노제를 지내는 이유에 대해 양화남 씨는 서운해서라고 하였다.

“서운해서 지내지, 좋은데 가시라고… 우리는 뒤따라간다고…”

또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지 않느냐는 이방헌 씨의 말이 있었다.

오랜 세월 이어져온 주곡리 노제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다고 하여 인근 마을에서도 하나둘 시작했다.

[정보 제공자]

이방헌(1926년생, 주곡리 주민)

양화남(1942년생, 동계 총무)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