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0D03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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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남도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안경희 |
❚ 남편을 따라 들어오다.
보수적인 양반 마을에 여성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향덕(58) 씨가 있다. 그녀는 마을 최초의 여성 이장으로 2008년 2월, 주민의 추천으로 육곡2구 이장으로 선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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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향덕
그녀는 부여에서 태어나 지금의 남편을 만난 후 결혼 일 년 만인 1977년에 육곡리에 자리 잡게 되었다. 결혼 당시 남편 이진화(63) 씨는 부여 양조장에서 술을 만드는 기술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가 만든 술의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육곡리 양조장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 육곡리로 옮겨 오게 된다.
육곡리는 물이 좋아 술 맛이 좋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오래 전부터 양조장이 유명했다. 유향덕 씨가 이곳에 내려온 1977년에도 마을에 큰 양조장이 자리하여 가야곡면의 술은 이곳에서 전부 납품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런 전통 때문인지 1991년 선보인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가야곡 왕주 공장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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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곡 왕주 전시판매장
처음 육곡리에 자리 잡았을 때는 어리고 새댁이라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다. 그러나 점점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과 관심 속에 정을 붙이고 살 수 있게 되었고 그 시간이 30여년이 넘게 된다. 사실 이곳에 자리 잡은 얼마 후인 1979년에는 다시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당시 남편이 일하던 양조장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 일이 생겨 생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들은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과 정에 아예 우리 집을 짓고 정착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그래서 짓게 된 집이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1979년 건설 당시만 하더라도 농촌에서는 볼 수 없는 신식 양옥집이었다. 특히 집을 지을 당시 지금의 자리는 집이 없이 논이나 밭 혹은 버려진 땅들로 그녀를 비롯한 13가구가 집을 짓고 이사를 오면서 새 동네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 중 유향덕 씨의 집이 슬래브의 2층 양옥집에 온수와 부엌 등이 제대로 갖춰진 최신식 집으로 지어져 방송국에서는 농촌 마을에 이런 집도 있다하여 취재를 해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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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향덕의 집
이 집은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직접 설계하여 지은 집이었는데 일을 마치고 들어온 늦은 밤 지친 몸을 이끌고 남편과 함께 거실에 엎드려 우리가 살 방, 큰 아들이 쓸 방, 부엌 등을 설계하였던 그 때의 그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 새롭게 시작 된 인생
이렇게 마을에 적응하며 생활하던 중 유향덕 씨와 남편이 하던 축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직접 사회생활에 뛰어 들게 된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다방이었다. 이런 일의 경험이 없던 그녀는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큰 걱정에 휩싸였다.
그녀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내가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있었어야지. 오는 손님들도 무섭고 종업원들도 내가 원하는 대로 다룰 수가 없고 해서 나중에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어. 그게 딱 열흘을 그러더라구.”
어렵게 시작된 장사였지만 점점 노하우가 생기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이 즐거워지면서 3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보냈다. 이제는 내 가게를 가져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살던 집 앞의 정원에 새 건물을 짓고 1991년 가야다실이라는 다방을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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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날
“하루에 커피 열 잔 밖에 못 팔더라도 우리 집에 가서 가게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거지 그래서 우리 집 가자 우리 집 가서 하자라고 해서 가야다실을 개원한거야.”
이렇게 시작한 장사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장사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야 말로 무엇보다 소중한 재산이다.
❚ 육곡리 여성이장님이 되다
다방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 하는 방법, 상대하는 법 등을 익힌 그녀는 평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2001년 다방을 정리하고 소외당한 이웃을 위해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 전부터 어려운 사람이나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그녀는 육곡리에도 조손가정이나 독거노인 등의 어려운 사람이 많은 것을 알고 좀 더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그들을 돕기 위해 적십자 활동에 매진하게 된다. 사실 적십자 활동은 12년 전인 1996년부터 시작했었다.
하지만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없었으므로 2001년 다방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 일은 지역 내 독거노인과 불우이웃, 결손 가정에 밑반찬을 만들어 돌리고 시 협의회에서 제공하는 라면과 생필품 등을 나누어 주는 등의 일이었다. 그녀는 이 활동을 하며 육곡리에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집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손길을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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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의 김장 모습
2007년 말 그동안 활동하던 적십자 대표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제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일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는 자신에게 휴식시간을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동안 그녀의 30년 세월을 함께하며 눈여겨 보아온 마을 어른들이 그녀를 육곡2구 이장으로 추천하였고 어떤 사람의 반대도 없는 만장일치로 이장직을 맡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자리가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라는 사실에 사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자신을 믿고 뽑아준 마을 분들의 마음에 결국은 이장직을 수락하게 되었다. 또 양반마을인 육곡리에서 어른들이 솔선수범하여 여자인 자신을 이장으로 뽑아 주었다는 것에 신뢰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이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하게 되었다.
이장직을 맡고 나서 그녀의 삶은 그 어느 누구보다 바쁘게 되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특히 이장이 되면서 많은 마을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여 더욱 바빠졌다. 마을 사람들은 여자가 이장이라 참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마을 곳곳 하나하나 챙겨주는 세심함 때문이다.
또 다년간 봉사활동 등으로 생긴 경험으로 마을의 독거노인, 결손 가정들을 찾아다니며 세심하게 돌보니 마을 사람들에게 커다란 힘과 믿음이 되고 있다. 1구 이장이 앞에 나서는 큰일을 담당한다면 그녀는 뒤에서 그가 놓치는 작은 일들을 찾아내 주민들이 불편해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2008년 이장이 된 후 유향덕 씨는 이장직을 맡고 가장 먼저 마을의 상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왕주 공장이 자리한 2구 마을은 물이 맑고 깨끗하지만 1구 쪽으로는 그 동안 물에 염분이 많아 마을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제일 먼저 마을에 상수도 시설을 정비하여 현재 90%의 진척을 이루어냈다. 또 그 동안 칸칸이 막혀 좁고 불편했던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여 좀 더 편하고 넓게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그녀의 노력에 마을 노인회에서는 논산시에 추천하여 2008년 10월 논산시 전체에서 단 한 사람에게 주는 표창패를 받게 되었다. 앞으로 그녀는 남은 시간 동안 더욱 최선을 다해서 일에 임할 생각이다. 그녀를 믿고 상까지 준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보답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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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논산시지회 표창패
[정보 제공자]
유향덕(1951년생, 육곡2구 여성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