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림서원 문이 열리는 날

행림서원 문이 열리는 날 이전항목 다음항목

돋움 굴림 바탕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0D020202
지역	충청남도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
시대	조선/조선，근대/근대，현대/현대
집필자	강경윤

❚ 숨죽이고 있는 행림서원

행림서원 은 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서원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먼 곳에서부터 행림서원이라는 이름을 상징하는 몇 아름이 훌쩍 넘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작업으로 인하여 플래시 플러그인 기반의 도표, 도면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잠정 중단합니다.
표준형식으로 변환 및 서비스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순차적으로 변환 및 제공 예정입니다.

은행나무

행림서원

한때 수많은 유생이 드나들었을 서원은 현대 사회로 바뀌면서부터 문화재로 고착화 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매년 두 번 음력 3월 그믐과 9월 그믐 봄가을의 제향 때에는 문이 열리니, 서원의 가장 중요한 날이다. 서원의 제향은 굉장히 엄격하고도 절차가 복잡하므로 부여서씨가의 큰 어른이 주관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원과 관련된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은 육곡리의 서승구(81) 씨로, 나이 마흔이던 1968년부터 서원의 전반적인 일에 참여해 왔다.

서승구 씨로 말하자면 서익과 함께 배향되어 있는 이소를 추배할 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성사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승구 씨를 빼고는 서원의 역사를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행림서원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제향뿐만 아니라 제향을 위해 찾아오는 손님대접도 보통 일이 아니므로 제향 하루 전이되면 서승구 씨가 직접 장을 본다. 80대 노인이 시장을 누비며 물건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나하나의 재료에 온 신경을 쏟아 정성을 다한다.

그 동안에 관리인 유재환(63) 씨는 서원 곳곳을 단장하며 혹시 무너지거나 망가진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 유재환(63) 씨는 15년 전인 1993년부터 서원과 함께 해 온 서원지킴이다.

행림서원 관리인 유재환

서승구 씨의 지휘로 한쪽에서는 사람이 제기를 닦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을 대접할 그릇을 꺼내고, 묵은 먼지를 덜어내는 등 제향일이 되면 서원 마당은 모처럼 활기를 띤다. 육곡리 사람들도 틈틈이 와서 음식준비를 도와주며 바쁘게 움직이지만 마치 마을잔치를 준비하는 듯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제향 당일, 굳게 닫혀 과거의 시간 속에 묻혀 있을 것만 같은 행림서원은 문을 활짝 열어 논산의 많은 유림들을 맞이한다.

❚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변신하는 행림서원

제향일이 되면 서원 마당은 논산 지역의 유림들로 성황을 이룬다. 평소 은행나무만이 지키고 서 있는 행림서원은 고고하다 못해 고요한 기운을 풍기지만 제향일은 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이들로 북적인다. 논산시뿐만 아니라 주변 시·군의 유림들과 각지에 흩어져 사는 후손들도 제향에 참여한다.

유림

깔끔한 모습으로 단장한 행림서원에는 유림들이 모여 서익 선생과 이소 선생에게 정성을 다해 제를 올리며 그들의 정신과 가르침을 되새긴다. 제향의 시작은 오전 11시부터 이지만, 9시쯤 되면 논산 지역에서 가장 많은 유림이 참석한다는 명성에 걸맞게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아침 일찍부터 모인 유림들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서원 운영을 위한 회비를 납부하며, 준비한 약간의 음식으로 출출한 속을 달랜다. 또 한쪽에서는 제향을 올릴 준비를 하는데 제의 순서를 다시 한번 점검하며 홀기 등 필요한 문서를 빠짐없이 준비하고 유사를 비롯해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등이 모여 최종 회의를 한다.

백제대왕제 종헌관

문서확인

유림회의

제향에 참여한 이용재(85) 씨는 조사자에게 반가운 얼굴로 “어차피 여기 온 거 하나라도 제대로 알고 가야 할 거 아니여.”라며 사당의 제단에 발걸음을 옮기는 순서부터 차려진 음식들, 왜 이러한 음식들을 올리는지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한다. 진설된 제물은 일반 가정의 제사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용재

만죽헌 서익의 위패

행림서원 제향 때의 상차림

행림서원 진설도

11시가 되면 지금껏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엄숙하게 바뀐다. 사당 앞으로 모인 유림들은 전통적인 절차에 따라 술을 따르고 절을 올린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 어느덧 시간은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제를 올리는 내내 분위기는 단정하고 차분하다.

행림서원 제향 준비 모습

행림서원 제의

행림서원 제의 중 밖에 서있는 유림들

절을 하는 논산 유림들

이렇게 제례가 끝나면 참여한 유림 중 임원들이 사당 앞에 무릎 꿇고 모여 앉아 마무리 회의를 한다. 제향 지낼 때의 실수나 잘된 점이 무엇인지 다시 논의하고, 서로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나누고 제향은 끝난다. 그리고 강당에 미리 준비된 점심상 앞에 앉아 식사를 하며 다음번 제향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제의가 끝난 후 회의

식사

한 시간 가량의 제향을 위해 하루 전부터 정성을 다해 준비해 가는 과정은 전통을 지키려는 고장 어른들의 자긍심 그 자체이다. 다만 유림들 중에 젊은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가장 안타까운 모습이다.

[정보 제공자]

서승구(1928년생, 육곡2구 주민)

이용재(1924년생, 행림서원 유림)

추천하기0

❚ 숨죽이고 있는 행림서원
❚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변신하는 행림서원
[정보 제공자]

디지털논산문화대전

콘텐츠목차

전체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