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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속 엄마 마음(체험기) 이전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0A020207
지역 충청남도 논산시 은진면 시묘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신동길

❚ 가슴 설레는 딸기 생각

2년간의 자취생활에 과일을 접하는 것은 과일안주 뿐. 딸기 수확을 체험한다는 말을 듣자 오랜만에 과일을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논산으로 가는 차 속에서 친구들은 잠들었지만 나는 눈앞에 아른거리는 빨간 딸기의 자태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공주에서 출발한 지 30분쯤 되었을까. 드디어 논산에 도착했다. 시묘리 마을 앞의 벌판에는 마치 호수의 물결처럼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가 오늘 방문하기로 한 곳은 ‘효자딸기농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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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농장 입구

시묘살이 한 효자가 살아서 시묘리라더니 그래서 효자라는 이름을 썼나보다. 마침 딸기축제기간이었기 때문에 멀리에서는 관광버스가 주차되어있는 모습도 보였다. 내가 들어간 이 농장에 오전에 다녀간 관광객이 500여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딸기잼 냄새가 가득했다. 커다란 솥에서 딸기잼이 끓고 있었고, 한쪽에는 출하를 기다리며 포장이 완료된 딸기와 딸기잼이 놓여있었다. 우선 체험 참가비용 8천원을 냈다. 식탁에는 시식을 할 수 있도록 딸기 인절미 떡과 딸기잼, 건빵 등이 있었는데 처음 먹어본 딸기 인절미는 참으로 새로운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딸기 떡 한 접시를 먹어치우고 건빵에는 딸기잼을 듬뿍 발라서 몇 개씩 입에 넣었다. 그리고 드디어 진짜 체험이 시작되었다.

비닐하우스 입구를 열자 뜨거운 공기가 밀려나왔다. 초록색 딸기밭에는 곳곳에 딸기들이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자유롭게 담을 수 있는 박스를 하나 들고 본격적으로 딸기를 따서 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애를 많이 먹었다. 힘을 세게 주면 줄기까지 한꺼번에 꺾이는 바람에 농장 아주머니에게 들킬세라 얼른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같이 갔던 친구는 먹느라 정신이 없어 말도 꺼내지 않는다.

난 넓은 딸기 밭이 마음에 들어 사진부터 찍었다. 마치 붉은 보석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체험의 보람을 느끼기 위해 먹음직스러운 딸기들을 막 따서 먹었다. 농장에서 바로 수확한 신선한 딸기의 맛은 지금까지 집에서 먹었던 딸기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이런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

❚ 힘들어도 좋아

무공해 농법으로 만든 딸기라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니 더욱 안심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는 더위를 참지 못하고 온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나도 혼자 있기가 멋쩍어 그때부터 딸기를 상자에 담으면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큰 딸기를 찾아 상자에 넣었다. 아까보다는 약간 포만감이 들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에 끝없이 집어먹었고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남들이 안 갔을 만한 온실 끝으로 달려가 튼실한 딸기만 골라 남았다. 뚜껑을 억지로 닫고 나서야 밭에서 나올 마음이 생겼다.

바깥에서 기다리던 친구는 딸기잼을 만드는 농장주인 아저씨 옆에서 큰 주걱을 들고 끓는 딸기잼을 젓고 있었다. 난 딸기잼을 포장하는 일을 잠시 도왔다. 혹시라도 한 병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잼 한 병에 들어가는 엄청난 딸기의 양과 그 오랜 시간 뜨거운 솥 앞에서 주걱을 젓는 모습을 보고 욕심을 버렸다. 그냥 내가 직접 따서 담은 딸기 상자에 만족하기로 했다.

효자농장을 나와 이번에는 수경재배식 농법을 활용한 농장으로 향했다. 흙에서 키운 딸기가 아닌 물로 재배한 딸기여서인지 지금까지 생각했던 딸기 밭과는 좀 다른 형태였다. 우선은 몸을 숙일 필요가 없어서 수확하는 농민들이 덜 고생하실 것 같았다.

딸기를 따고 있던 아주머니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갑자기 딸기 농사 하나로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는 말씀을 하신다. 말 한마디에 자식 사랑이 듬뿍 묻어난다. 우리 엄마도 어디에 가면 이러시려나. 가끔 엄마가 내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민망하고 부끄러웠는데 그분의 말씀을 듣다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농장에서 딸기잼 한 병을 샀다. 축제현장에서도 8천원에 파는 것을 7천원에 주신다. 그러더니 논산딸기를 홍보해 달라며 방금 딴 딸기를 한 박스 주시는 게 아닌가. 딸기 수확의 어려움을 막 체험한 나로서는 그 한 박스를 공짜로 받을 수가 없었다. 절대 안 받겠다고 거절하는 나에게 끝까지 안겨주시고는 얼른 등을 떠미신다. 엄마의 마음 같은 딸기 한 박스에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있었던 일을 자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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