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900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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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住民結束-象徵-高靈-洞祭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고령군 |
집필자 | 이창언 |
[개설]
동제(洞祭)는 마을을 지켜 주는 수호신에게 드리는 마을 제사로서, 마을 사람들이 공동의 주체가 되어 행하게 된다. 동제는 특정 신분이나 집안의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의 집단 제사이다. 마을에 여러 성씨가 섞여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파벌이 되지 않으며, 마을 공동체의 성원이라는 의식으로 동제에 관계하고 참여하게 된다.
[동제를 지칭하는 다양한 이름]
보통 경상북도 고령군에서 동제를 부르는 이름은 마을굿, 부락제, 서낭제, 산신제, 거리제, 동신제, 동제, 당제, 당산제, 본향당제, 촌제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명칭은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달리 불리고 있으나, 공통의 의미는 마을 제사이다. 현재 동제가 진행되지 않는 마을이 적지 않지만 고령군에서 불리는 동제의 전체적 명칭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산제[산신제]’로 부르는 경우: 많은 지역에서 동신의 대상이 주변 산과 연관된 경우가 있다. 이때 동제의 대상은 산신이 되고, 명칭은 ‘산제[산신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노2리 명곡 동제와 봉산리 조지[새가지] 동제, 신간리 물한 동제, 신곡리 동제, 평지리 평지 동제 등이 있다.
2. ‘당산제’로 부르는 경우: 주로 마을의 동제가 ‘당산’이라 불리는 제의 공간에서 열릴 경우 당산제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동제를 당산제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마을은 용2리 반룡 동제, 답곡리 동제, 본관리 옥산 당산제, 양전2리 내동 동제, 어곡리 동제, 연리 동제, 예곡리 동제, 오사리 동제, 인안리 동제, 포리 동제 등이 있다.
3. ‘당제’로 부르는 경우: 송곡2리 삼동 동제가 있다.
4. 동제로 부르는 경우: 가륜1리 새밤 동제, 나정리 동제, 산주리 동제, 예리 예동 동제, 용소리 동제, 저전리 동제, 장기리 동제 등이 있다.
위와 같이 경상북도 고령군에서 불리는 동제의 명칭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나, 위의 명칭들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쓰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동제와 당산제, 동신제, 산제, 산신제 등이 혼용되어 쓰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명확한 개념 구분이 없다.
[천지인(天地人)을 넘나드는 동신]
경상북도 고령군 동제에서 나타나는 동신(洞神)의 종류는 마을의 고유한 문화 및 구비전승에 따라 다양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산신’의 형태이다. 간혹 천신, 지신, 인신 등의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고령군 우곡면 포리의 경우 동신의 대상은 참나무와 팽나무인데, 이 나무들은 각기 할매당산과 할배당산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고령군 쌍림면 평지리의 동신[산제사] 대상은 ‘천지당산 송덕봉의 산신 할아버지’로서 산신과 인신의 형태가 혼합된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무탈하고 풍족한 새해를 여는 동제]
경상북도 고령군 동제들은 대부분 정월 대보름[정월 열 나흗날 밤]에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사례들은 동제가 정월 대보름 이외에 행해지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먼저 본관리 옥산 당산제는 섣달 그믐날에 모시고 있다. 대가야읍 본관리 주민은 매년 섣달 그믐날에 마을의 당산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또한 고령군 개진면 양전2리 내동 사람들의 당산제 역시 섣달그믐에 행해지고 있다. 이외에도 고령군 쌍림면 신곡리에서는 과거 산신령이 동장의 꿈에 나타나 매년 정월 초사흘에 제사지낼 것을 명하였다 하여 매년 정월 초사흗날 동제를 지냈다. 덕곡면 예리에서는 동제를 정월 초이튿날 지내기도 하였다.
[마을신이 깃들어 있는 곳, 당(堂)]
경상북도 고령군 동제 당의 형태는 신수(神樹) 형태, 신수와 제단이 복합된 형태, 신수와 당집이 복합된 형태가 보편적이다. 신수는 동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지는 오래된 큰 나무로, 당의 형태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제단이나 당집은 독립된 당이기도 하지만 대개 신수와 복합되어 나타난다. 여기서 당집은 보다 인공적인 형태의 당으로 건물 안에 위패나 그림, 방울, 쌀을 담은 항아리, 그리고 목조·철제 신상 등의 신체가 모셔져 있다. 이외에 고령군 운수면 신간리 물한마을에서는 현재 주민에 의한 동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청룡사라는 절의 주지 스님이 ‘산제’를 대신 행하고 있다. 주지 스님이 산제를 행할 때 촛불을 켜 두는 조그만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 빨간색 천으로 만든 주머니를 나뭇가지에 걸어 두기도 한다.
[경건하게 함께 지내는 동제]
경상북도 고령 지역에서 행해지는 동제는 마을 회의에서 제관과 축관 등을 선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생기복덕을 보아 정결한 사람으로 제관과 축관을 선정하였다. 제관은 선출된 날로부터 목욕재계를 하며 금기로 들어가 언행을 삼가며, 부부가 한방에 들지도 않는다. 또한 제관과 축관의 집에는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시키고 불길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제일(祭日)이 되면 화주 집에서 마련한 제수를 지게에 지고 당에 가서 진설을 하고 초헌, 아헌, 종헌, 독축 등의 절차로 제를 모시고 음복을 한다. 이러한 제사 방식은 유교의 것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유교식 동제의 절차이다. 경상북도 고령군의 동제는 거의 대부분이 이와 같은 유교식 동제 절차를 따르고 있다.
특히 고령 이외의 지역에서는 동제를 지낼 때 무당을 초빙하여 당굿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령 지역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고령군 개진면 오사리 동제에서는 동제를 지내기 위해 당산으로 이동할 때 풍물을 치면서 올라가고, 동제를 마친 후 마을로 내려올 때도 풍물을 치면서 내려온 후 곧바로 지신밟기를 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동제가 끝난 다음날 정월 대보름 아침에는 제관과 축관 및 마을 주민 모두가 마을회관에 모여 대동 회의를 하고, 제물을 음복하고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논다. 이때 줄다리기와 지신밟기 등의 전통 놀이를 행하기도 하고,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 논의하기도 한다.
[조화로운 마을 공동체의 지주]
동제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공동체성이다. 동제에서 모셔지는 동신은 공동체의 기점에서부터 지금까지 마을을 이어 주고 지켜 주는 시조신이자 수호신이다. 동신은 공동체의 역사와 삶터를 지켜 주고, 나와 이웃을 지켜 주며, 마을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시키고 소망과 기대를 획득해 주는 정신적 신뢰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또한 동신은 어느 특정 신분이나 집안을 애호하는 신이 아니라 공동체 성원 모두를 균등하게 보호해 주는 신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마을 구성원들은 주체적으로 당제에 관계하고, 당제의 모든 준비와 진행은 공동 주체의 양상을 띠게 된다. 동제에서의 기원은 공동체 성원 모두의 무병강녕이며, 풍요롭고 건강한 삶에 대한 소망이다.
동제를 통한 사회의 통합은 음복과 놀이를 통해 더욱 굳어진다. 음복은 제사에 쓰인 음식과 술 등을 같이 나누어 먹는 것으로써 신의 축복을 다 같이 나누는 것이며, 성원들끼리 일체감을 갖게 하는 장치이다. 마을 주민은 이렇게 동제를 지내고 음복을 하면서 끈끈한 연대 의식을 느낄 수 있으며, 강고한 지연 의식을 얻게 된다. 마을 공동체가 획득한 이러한 연대 의식과 지연 의식은 성원들의 생활양식을 확립케 하고 마을의 미풍양속을 보존 전승케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동제를 잘 지내는 마을이 다른 마을보다 단합이 잘 되고 건전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고령군의 많은 마을에서 현재 동제는 진행되지 않거나 매우 드물게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동제를 기억하고 증언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을에서 동제가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며, 동제를 잘 보존했었던 자신들을 뿌듯하게 여기고 있다.
[고려 지역 동제의 패턴]
경상북도 고령군에서 볼 수 있는 동제의 패턴은 유교형 동제와 풍물굿형 동제, 그리고 혼합형 동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풍물굿형 동제는 개진면 오사리에서 볼 수 있는데, 오사리 주민은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뒷산 당산에서 동제를 지낸다. 신목은 소나무[현재는 고사]로서, 마을 주민이 풍물을 치면서 당산까지 올라가 마을 제사를 지낸다. 마을 제사가 끝나면 주민은 다시 풍물을 치며 동네로 내려와 지신밟기를 하였다.
다음으로 혼합형 동제는 우곡면 봉산리 동제를 들 수 있다. 봉산리 주민은 마을 뒤 대봉산 중턱 제당에서 제를 지내는데, 여기에는 신수인 소나무와 제당이 결합되어 있다. 이 마을에서는 제관을 선정할 때부터 풍물을 치며 서낭대가 가리키는 집을 제관 집으로 선정한다. 그리고 동제가 열리는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청년들이 풍물을 치며 마을을 순행한 후 서낭대를 당집으로 모시고 올라간다. 풍물패는 당집으로 가기 전 마을에 있는 공동 우물 네 곳을 들러 우물 앞에 서낭대를 세우는 것으로 용왕님께 인사를 드린다. 이후 당산에 올라가 유교식으로 제의를 마친 후 제관 등은 마을로 내려오며, 정월 대보름 저녁에 다시 풍물을 치며 지신밟기를 한다. 봉산리 동제는 제관 선출부터 대동놀이까지 풍물이 결합되지 않을 때가 없으며, 이러한 패턴을 주민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봉산리 동제의 또 다른 특징은 이 마을 동제가 경주최씨의 강한 혈연적 유대에 기초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집성촌이라는 특징을 이용하여 여느 마을과 달리 청장년층에서부터 노년층까지 동제에 적극 참여함을 강한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
마지막 동제의 패턴은 유교형 동제를 들 수 있다. 고령군 동제에서 유교형 패턴의 특징은 거의 모든 동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위에서 잠시 살펴본 봉산리 동제 역시 유교적 집성촌을 바탕으로 발전한 동제이다. 고령군 동제의 유교적 특징은 제의 진행과 축문의 내용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고령군 동제의 제의 절차는 기제사 및 차례에서 행하는 제의 절차와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돼지를 잡아 그 자리에서 제수로 쓰거나, 우족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 유교적 제의 절차와 비교해서 약간의 상이함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동제 축문의 내용은 대부분 공동체의 안녕과 주민의 건강을 빌고 있지만, 그 형식은 유교적 제의 절차와 상당히 흡사한 부분이 있다.
[고령 지역 동제의 기능]
경상북도 고령군의 동제는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 볼 때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먼저 고령군 동제는 인간이 일상에서 겪는 무력감이나 공포감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풍년을 기원하고 각종 질병과 재앙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행해지는 일종의 종교적 주술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곧 고령군 동제에 종교적 기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고령군 동제는 주민 성원 상호 간에 결합을 촉진시키고 지속시키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와 더불어 동제는 마을의 대동 회의나 마을 자치를 이끌어냄으로써 마을 내의 모든 문제들을 토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정치적 기능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고령군 동제는 동제의 처음부터 끝까지 오락적 축제를 배치함으로써 축제적 기능을 수행한다. 풍물패에 의한 지신밟기, 걸립 등은 오락적인 축제의 한마당이며, 동제 후 펼쳐지는 줄다리기 등의 각종 놀이들은 축제 분위기를 최대로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주민은 이러한 축제를 통해 그동안 자제하고 삼가왔던 일상적인 삶의 응어리들을 신명으로 풀어내면서 남녀노소 가림 없이 더불어 즐기는 신성 기간을 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