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302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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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早發里屯兵洞祭 |
영어의미역 | Village-Ritual Ceremony of Dunbyeong Village, Jobal-ri |
분야 | 생활·민속/민속,문화유산/무형 유산 |
유형 | 의례/제 |
지역 |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조발리 둔병마을 |
집필자 | 나경수 |
[정의]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조발리 둔병마을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지내는 마을 제사.
[개설]
조발리 둔병 동제는 매년 1월 14일과 1월 15일에 마을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당산제(산신제)와 자신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하당제(용왕제, 헌석)가 있다.당산제는 음력 1월 14일 오후 10시 경에 마을 뒷산 중턱에 위치한 당집에서 지내고, 하당제는 음력 1월 15일 오전 10시 경에 마을 앞 바닷가에서 지낸다.
당산제를 지내는 시간은 오후 10시이지만 제주는 낮 12시 경에 당집으로 올라가 제수를 장만한 후 당집에서 경건하게 앉아 있다가 밤 10시 경에 제주 내외가 당산제를 지내고 밤 12시 경에 내려온다. 하당제를 지내는 15일 오전 10시는 시간 자체에 의미가 있기 보다는 물때와 연관성이 있다. 이때 쯤 하당제를 지내는 곳에 바닷물이 가득 찬다고 한다.
음력 1월 5일 아침에 주민들이 당집과 공들인 샘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마을에서 당집과 공들인 샘으로 가는 길을 닦아놓는다. 그 다음 주민이 모여 제주를 선정한다. 이날 당집을 밝힐 전선과 불을 지필 수 있는 땔감도 마련해 둔다. 당집 부엌에는 아궁이가 있어서 당산제를 지낼 제물을 그곳에서 직접 만든다. 부엌에는 당산제에 사용할 제기와 물장군이 있다. 제주가 사용할 물과 제수 준비를 위한 물은 반드시 물장군으로 공들인 샘에서 길어온다.
제주는 나이순대로 이어지며, 만약 그 해에 선정될 사람에게 유고가 있으면 다른 사람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제주와 부제주를 선정했는데 지금은 제주 내외만 선정한다. 제주로 선정된 사람은 1년 동안 상갓집에 가지 않고, 결혼식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음식은 먹지 않으며, 근신하면서 언행을 조심한다.
음력 1월 10일에 제수를 장만하기 위해 공들인 샘의 물로 목욕재계한 제주 내외가 여수에 가서 장을 본다. 장을 봐온 다음부터는 더욱 엄격하게 금기를 지킨다. 제를 지낼 때까지 부부생활을 하지 않고, 대변을 보면 목욕을 하고, 소변을 보면 세수하고 양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적게 먹는다. 4일 동안 약간의 밥을 멸치하고만 먹기 때문에 얼굴이 창백해진다고 한다.
당산제와 하당제에 사용되는 비용은 120만원이다. 제사비용에 제주 수고비가 더해진 것이다. 기금은 해마다 각 가정에서 6만원씩 걷는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4만원을 걷었는데, 제주 수고비는 없고 깨끗한 옷 한 벌 해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주민들이 제주 맡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수고비를 주기 시작했다. 돈을 내지 않는 주민은 없다고 한다.
둔병마을은 섬마을로서 주민들 대다수가 뱃일을 하지만 그동안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또한 전쟁에서 죽은 사람도 없다고 한다. 당산제와 하당제를 지내기 때문에 당산할아버지가 돌보아 주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연원 및 변천]
언제부터 당산제와 하당제를 지내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풍속으로 지금까지 중단된 적은 없다고 한다.
[신당/신체의 형태]
당집은 마을 뒷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으며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예전에는 현재 당집이 있는 자리에 석단을 쌓아놓고 제를 지냈다. 그 뒤에 지은 목조 기와집이 오래되어 무너지자 1976년 현재의 슬레이트 건물을 지었다. 당집은 방 한 칸과 부엌 한 칸으로 이루어져 있다.
방의 벽에는 감실이 있고, 감실 안에는 천이 두 벌 들어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상징하는 것이다. 감실 아래에는 선반이 만들어져 있다. 하당제를 지내는 곳은 특별한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마을 앞 바닷가이다. 당산제의 신격은 당산할아버지와 당산할머니이며, 하당제의 신격은 용왕으로 인식하고 있다.
[절차]
음력 1월 14일 낮 12시 경에 제주는 당집으로 올라간다. 이때 이장이, “제주가 제물을 들고 당집으로 올라가니 밖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은 다 들어가십시오.”라고 방송을 한다. 제주가 제물을 들고 당집으로 올라가다가 더러운 것이 있으면 음식을 새로 장만해서 올라간다.
제주는 당집에 올라가면 바로 제물을 장만한다. 마을에서 음식 냄새가 나기 전에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다. 제물은 다 공들인 샘의 물로 준비한다.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지편(제편)이라고 하여 복개를 이용해서 만드는 동그란 모양의 떡이다. 쌀가루를 반죽해서 복개 모양에 맞추어 편다. 그것을 끓는 물에 넣으면 복개와 반죽이 분리되면서 동그란 모양의 떡이 되는 것이다. 둔병마을에서는 옛날부터 당산제를 지낼 때 그 떡을 올렸다.
밤 10시 경이 되면 제주 부인이 당집으로 올라간다. 부인이 올라와도 큰 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고 눈빛으로만 의사를 소통한다. 제주 내외는 흰 장갑을 끼고 흰 고무신을 신는다. 제주는 천이 들어있는 감실 문을 연다. 감실 아래 선반에 촛불을 켜고 제물을 진설한다. 제물로는 메 두 그릇, 제편, 대추, 곶감, 밤, 사과, 배, 감, 마른 명태, 막걸리를 올린다. 제주는 술을 올리고 삼 재배를 한 다음 무릎을 꿇고 앉는다.
축문은 읽지 않는다. 밤 11시 경에 백지를 소지하며 마음속으로 구송을 한다. 소지가 끝나면 당집 밖에 있는 헌석터에 매식을 한다. 흰 종이에 밥만 싸서 묻는다. 지난해에 묻은 밥이 남아 있으면 쓸어버리고 새 밥을 묻는다. 매식을 한 후에 다시 당으로 들어와 철상을 한다. 그런 다음 감실 문을 닫고 마을로 내려온다. 이때의 시간이 밤 12시쯤이다.
다음날 오전 10시 정도가 되면 하당에 물이 들어온다. 하당 주변에 대나무를 세우고 금줄을 친다. 하당 앞에 큰 탁자를 놓고 제물을 차린다. 당집에는 제주 내외만 참여하지만 하당제를 지낼 때에는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하당제에 올리는 음식도 걸게 장만한다. 육고기, 생선 등 고기도 올리고 국도 올린다. 제주가 술을 따르고 절을 하면 농악을 치는 사람들도 같이 절을 한다.
농악을 치는 사람들은 10여 명 정도이며 악기구성으로는 징, 깽쇠, 소구(소고), 장구, 수벅구(북) 등이다. 농악을 치는 사람들은 고깔을 쓰고 띠를 두른다. 제주가 백지를 소지하고 난 후 헌석을 한다. 정해진 장소에 밥을 묻는 것이다. 매식이 끝나면 제주 집과 이장 집에 가서 매구를 쳐주고 바닷가 다리 있는 곳에서 판굿을 친다. 그러면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된다.
[부대행사]
15년 전까지는 조발리 둔병 동제가 끝나면 집집마다 마당밟이를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주 집과 이장 집, 그 외에 원하는 집만 간단히 쳐주고 바닷가 다리 있는 곳에서 판굿을 치고 모든 과정을 마무리 한다. 판굿을 치고 나면 마당밟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판굿을 치기 전에 가정의 굿을 쳐준다고 한다. 판굿이 끝나면 회관으로 돌아와 음식을 먹으며 결산을 한다.
조발리 둔병 동제에 대한 주민들의 전승의지는 매우 높았으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명맥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2021년 동제를 마지막으로, 당제를 지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