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102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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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경상북도 영천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최은하 |
[정의]
경상북도 영천 출신의 시인 안재진의 시집.
[개설]
작가 안재진은 1942년 9월 10일 영천에서 태어나 영천문화원 부설인 전통문화연구소 소장과 도서실장을 지내면서 영천의 향토문화를 연구했다. 따라서 영천의 역사와 인물·유적·전설·특산품을 소개하는 『내고장 전통 가꾸기』와 『영천의 전통』의 필진으로 활동했으며, 『규방가사집』·『국역해소실기』·『국역경재실기』 등을 편저했다.
『경북매일신문』, 『영천신문』 등에 논설을 쓰면서 언론인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고향 영천에서 ‘수필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지역의 문학도들을 양성 배출시켰다.
2003년 영천문인협회를 조직, 초대 영천문인협회 지부장, 초대 영천예총 지부장을 역임하고, 2007년부터 4년간 제24대 한국문인협회 수필 분과 이사를 역임했다.
산문집 『고전 한줄로 오늘을 생각한다』, 수필집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외다』·『여보게 좀 쉬어 가자꾸나』·『산그늘에 가린 숨결』·『뻐꾸기 소리』, 시집 『자호천 해오라기』·『강물이 흐르는 뜻은』·『꿈꾸는 비탈길』·『물소리는 길이 되어[일어판]』·『별의노래』를 출간했다.『별의 노래』는 2011년 5월 10일 문예운동사에서 발행했다.
[구성]
『별의 노래』는 『자호천 해오라기』·『강물이 흐르는 뜻은』에 이은 안재진의 세 번째 시집으로, 「산나리꽃」·「홍매화」·「숲 속 유배길」·「편지를 쓴다」 등 60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편재했다.
제1부에는 「산나리 꽃」·「유정 숲에서」·「귓속말」·「신발 한 짝」·「여울목에 앉아」·「저녁노을」·「숲 속엔」·「길」·「가슴에 심은 꽃」·「뜨거운 눈빛」·「안개 덮인 산길」·「바람이 된다」·「그대 만나러」·「그래」·「잘 가거라」·「별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제2부에는 「홍매화」·「잃어버린 나를 찾아」·「꽃집 앞에서」·「지상의 별」·「갠지시의 불꽃」·「아리타 하늘」·「백제 사적 공원에서」·「산이 가슴에 안긴다」·「바람」·「장지(葬地)에서」·「진달래」·「들녘에 눕는다」·「회상」·「섬 하나」·「별을 기다리는 마음」이 상재되어 있다.
제3부는 「숲 속 유배길」·「능소화는 지면서도」·「바람과 맞선 나무」·「나는 나를 모른다」·「별이 벗는 세상」·「고운 웃음」·「뱀과의 대화」·「두엄 냄새」·「꽃이 아름다운 건」·「눈물은 가슴에 흐르고」·「휴전선의 새 한 마리」·「개성 견문 길에서」·「밤에 날아가는 새」·「폐광촌에서」·「돌지 않는 지구」 등이 있다.
제4부에는 「편를 쓴다」·「전나무 숲」·「빗소리」·「봄이 오는 날」·「그리움」·「우리들의 왕관」·「고향집」·「개들의 연극」·「그녀 이야기1」·「그녀 이야기2」·「그녀 이야기3」·「그녀 이야기4」·「새장 앞에서」·「막차를 전송한다」·「노원골」에서가 수록되어 있고, 마지막에 평설 ‘라비린토스에서 길 찾기’로가 있다.
[내용]
「별의 노래」
바다보다 낮은 곳에 안장
밤마다 별을 헤며
별이 되기를 꿈꾸는 가슴
어느 해 4월
눈부신 햇살이 몰려들어
침묵을 일으켜 세우고
나무들은 한기를 털며 꽃을 피울 때
드디어 별 하나 하늘을 떠나
하늘과 땅을 잇는 긴 띠를 남기고
나의 별이 되었다
해그름에 앉아 있어도 슬프지 않은
할머니의 웃음이 보인다
햇살이 없어도 눈이 부시고
꽃이 없어도 향기에 취하고
눈물이 강물이 되는 어둠에도
푸른 하늘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리는 땅
너를 웃게 하려니
나는 춤을 추노라
지은(志銀)아
이 시의 첫 연 “바다보다 낮은 곳에 앉아/밤마다 별을 헤며/별이 되기를 꿈꾸는 가슴”에서 우리가 읽게 되는 것은 시적 화자의 공간적 위치와 시선의 지향성이 그려내는 이미지 형상화의 의미이다.
화자는 ‘바다보다 낮은 곳’, 다시 말해 대지의 아래인 바다보다 더 낮은 지점에 앉아 있다. 여기를 세상의 영도 지점이라 부를 수 있다면 화자는 그 영점지대에서조차 ‘앉아’있는데 거기서 그는 별이 되기를 꿈꾼다.
“별이 되기를 꿈꾸는 가슴”이 떠올리는 것은 지나간 시간의 기억이다. 그 기억의 시간은 “나무들이 한기를 털며 꽃을 피”우는 4월의 어느 시점, “별 하나 하늘을 떠나/하늘과 땅을 잇는 긴 띠를 남기고/나의 별이”된 때이다. 이때 별은 하늘을 떠나 화자의 가슴 속에 다시 자리 잡는다.
그로 인해 시적 화자는 “햇살이 없어도 눈이 부시고/꽃이 없어도 향기에 취”할 수 있게 된다. 별을 품음으로써 그는 지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별은 다시 지상에 자리 잡을 뿐만 아니라 하늘과 지상을 “잇는 긴 띠”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별이 지상의 존재가 되게 하는 하나의 기표가 있다. 그것은 시적 화자가 “웃게 하려”하는 ‘너’로 지칭되는 이름, ‘지은(志銀)‘이다. 아마도 그 봄에 시인의 삶 속으로 날아든 별은 이 ‘지상의 이름’과 관계되어 있는 듯하다. 그로 하여금 다시 삶의 의미를 찾게 하고 춤추게 하는 것은 이제 하늘에 있지 않다.
그것은 ‘지은’이라는 생명의 이름과 함께 그에게서 다시 삶의 이유, 존재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가 많은 방랑과 유배의 길에서 찾지 못한 의미가 이로써 하늘에서 띠를 이어준 생명의 이름과 함께 다시 가치를 얻는다. 비로서 그가 서 있는 대지는 “눈물이 강물이 되는 어둠에도/푸른 하늘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리는 땅”이 된다.
[특징]
“만약 시를 쓰다 죽어 간 친구처럼 세상을 돌아서게 된다면 신성으로 이루어진 이 장엄한 전경과 순간을 어떻게 간직할 수 있겠는가.”라는 서문을 시작으로 60편의 시를 엮은 『별의 노래』에는 “살며시 몸을 풀어 바람으로 흩어졌으면 좋겠다.”, “울면서 웃는 낙엽의 고뇌 같은 언어” 등의 시어를 통해 말년의 인생에서 맞는 삶의 겸허를 언어라는 매체를 빌려 형상화 했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나소정은 시인 안재진의 그늘과 탄식을 그리스신화 ‘미노타우로스’로 비유하며 오히려 생명의 의미를 더 큰 가치로 되찾을 수 있게 하는 역설적 의미라고 말했다.
[의의와 평가]
시집 『별의 노래』의 별의 이미지가 차지하는 상징적 구도는 본질적이다. 이 ‘지상의 별’이 천상과의 의미론적 연관성을 갖게 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별의 노래’이다.
그러나 시집 전체를 휘감고 있던 어두운 그늘과 탄식은 어쩌면 이 지상의 별을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에서 어쩔 수 없이 그가 거쳐 와야 했던 미궁에서 울리는 ‘미노타우로스’의 울부짖음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는 ‘띠’가 하늘에서 지상의 그에게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광야에서 숲으로 난 수 많은 길은 이제 역설적으로 그에게 생명의 의미를 더 큰 가치로 되찾을 수 있게 한다. 길을 떠나지 않은 이는 그 헤맴의 의미를 알 수 없고 지상의 가장 낮은 곳에 머물러 보지 않은 이는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재진은 향토사학자·언론인·수필가로 활동하며 시보다는 주로 산문을 썼다. 안재진의 수필은 산·하늘·나무·꽃·구름달 등 주로 자연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으며 치밀한 구성과 묘사로 독자들을 몰입하게 했다.
또 자연을 풍경으로 그 안에 나·가족·친구·이웃들의 이야기를 담고 안재진이 가진 따뜻한 인간애를 조밀한 언어로 보듬어 내었다. 그러나 그 따뜻한 시선 안에서도 삶의 중심을 꿰뚫는 통찰을 결코 잊지 않고 작가의 사상과 통렬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수필문학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2006년 『자호천해오라기』를 시작으로 시 창작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일 년에 두 세권씩 시집을 엮어내기 시작했다. 안재진의 시어는 그가 수필에서 면밀히 보여주던 넉넉하고 따뜻한 언어가 아닌 그리움과 허무, 슬픔을 저변에 둔, 어둡고 그늘진 것들이었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나소정의 말처럼 삶의 말년에 엮어내는 눈물 같은 언어 속에는 생명의 가치를 강조하는 역설적 의미를 담아내고 있으며, 또 뻗어나려고 애썼던 삶의 가지치기를 하는 진정한 겸허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