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102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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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경상북도 영천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최은하 |
[정의]
경상북도 영천 출신의 시인 김나영의 첫 번째 시집.
[개설]
『왼손의 쓸모』는 시인 김나영의 첫 번째 시집으로 2006년 6월 25일 천년의 시작에서 출간했다. 김나영은 경상북도 영천에서 출생해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다. 1998년 『예술세계』로 등단하였으며 2005년과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수혜받았다.
시집으로 『왼손의 쓸모』[천년의시작, 2006]와,『수작』[애지, 2010]이 있다. 『수작』은 한국도서관협회 문학나눔 사업에서 ‘2011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김나영의 시집 『왼손의 쓸모』와 『수작』은 모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창작지원금을 받아 출간하게 된 것으로 한 작가가 두 번씩이나 창작지원금을 받았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공인받았다고 할 만하다.
[구성]
김나영의 시집 『왼손의 쓸모』는 전체 4부로 나뉘어 총 64편의 시가 실려 있다. 책의 크기는 12.8㎝×19.8㎝이고 총 131페이지로 구성된다.
제1부 「나와 세상 사이에 촛불을 켠다」, 제2부 「내 안에 몸 없는 영혼들이 산다」, 제3부 「사랑은 파생어」, 제4부 「그 꼬리가 잡히지 않는」 등 전체 4부로 구성하여 「여름의 문장」·「서울 발(發), 바그다드 통신」·「추억이 몸을 펼 때」·「나의 경전(經典)」 등 64편의 시가 실렸다.
[내용]
보통때는 잘 모른다.
땅에 돈 떨어진 것 발견했을 때
내가 내 멱살을 잡고 뒤흔들어 놓을 때
참다 참다 말 안 듣는 자식 등짝 몇 대 후려 칠 때
망설일 것 없이 왼손이 스프링처럼 확 튀어 나간다.
아버지 앞에서 오른 손 부들부들 떨며 숟가락질 배운 탓에
ㄱ, ㄴ, ㄷ… 오른손 덜덜 떨며 완곡하게 구부려 쓴 탓에
지금은 오른손으로 글을 쓰고 오른손으로 밥 먹고 살지만
위기가 닥칠 때 맨손으로 버티는 것이 왼손의 근성이다.
유년 시절 한 봉지의 과자를 훔치던 손이 성공했더라면
어느 하산 길 왼손이 나무뿌리 부여잡고 피 흘려주지 않았더라면
내 생의 지도는 극도로 우회되었을지도 모른다.
오른 손은 왼손의 쓸모를 수시로 빌려 쓰고 있다.
바느질 할 때, 돈 셀 때, 생선 지느러미 가위질 할 때, 친정 이불장 사이에 봉투 찔러놓고 올 때
왼손이라야 더 날렵하게 끝을 낸다.
상처의 칼집인 왼손이
생활의 현장 속으로 손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십 년 넘게 교육 한번 받지 않은 왼손이.
- 「왼손의 쓸모」 전문
김나영 시인의 첫 시집 『왼손의 쓸모』는 표층적 차원의 서술보다는 기억과 실제를 넘나드는 풍요로운 이미지들을 통한 심층적 발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발화들은 소제목에 따라 4개의 내용으로 다시 나뉘는데 세상과의 관계에서 시작해 나의 기억을 반추하는 방향으로 소급해서 시선이 흐르고 있다.
1부에서 그녀는 세상과 나의 관계를 밝히는데 주력한다. 그래서 얻어진 결론이 ‘삶’이란 격정과 상처 속에 집을 짓는 어떤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바닥’으로 명명되는 세상의 낮은 자리, 상처의 공간에서 자신의 정신을 들여다본다. 이런 행위를 통해 세상의 ‘바닥’은 가장 초라한 공간에서 삶의 근원 또는 삶의 중심으로까지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2부에서는 ‘바닥’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치밀하게 관찰하면서 생의 기억들을 반추해낸다. “내 안에 살고 있는 몸 없는 영혼”들을 위로하며, 또 거기서 슬픈 기억들을 이끌어내는 시인의 섬세한 감각이 느껴지기도 하는 부분이다.
3부는 미완으로 끝나버린,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의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가끔씩 찾아오지만 한순간 생을 뒤흔들어 놓는 격정의 깊이가 아득해 보인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기억들을 통해 그녀가 스스로의 삶을 ‘바닥’에 놓은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다.
4부에서는 미완의 사랑을 만든 원초적인 기억들로 또다시 소급해 들어간다. 유년의 표정들을 마치 책을 대하듯 담담하게 읽어가고 있는 그녀의 눈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어느새 삶의 깊은 ‘바닥’에 닿게 되는 것이다.
[특징]
김나영의 시는 언뜻 보면 쉽게 읽히는 평범한 시처럼 보이지만, 그의 시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콤플렉스의 표정을 읽어내지 않고는 그의 시를 온전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김나영의 시가 보여주는 깊이 있는 사유와 표현의 명징성은 표피적인 감각이 아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뿜어져 나온 본질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김나영의 시는 따뜻하면서도 예리하고 쉬우면서도 단순하지 않다고 박남희 시인은 말했다.
[의의와 평가]
시인 이재무는 “김나영 시인이 쓴 시편들의 시적 주체들은 탈을 쓰지 않는다. 그녀는 “바닥의 정신”과 “왼손의 근성”으로 애를 낳고 책을 읽는다. 그녀가 읽는, 어둡고 칙칙한 책은 힘겹게 연명하는 나날의 구체적 일상이다. 그녀는, 자신 앞에 펼쳐진 “굴러가는 시간보다 멈춰 있는 시간이 더 긴 바퀴”의 생들과 “열린 감옥에서 종신형을 사는” 생들과 “각주를 달지 않으면 불안한” 생들을 꼼꼼히 읽고 이를 핍진하게 재구성한다.“며 이 시집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