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102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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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受難二代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경상북도 영천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최은하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931년 10월 21일 - 하근찬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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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 1957년 - 하근찬의 『수난이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1970년 - 하근찬의 『족제비』 제7회 한국문학상을 수상 |
저자 몰년 시기/일시 | 2007년 11월 25일 - 하근찬 사망 |
성격 | 단편소설 |
작가 | 하근찬 |
[정의]
경상북도 영천시 금노동에서 출생한 소설가 하근찬의 단편소설.
[개설]
하근찬은 1931년 경북 영천에서 출생하여 2007년 11월 25일 77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전주사범학교를 거쳐 수년간 초등학교 교원생활을 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수난이대』가 당선되어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그 후 작품활동을 계속하여 1970년 『족제비』로 제7회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1983년에 조연현문학상을, 1984년에 요산문학상을, 1988년에 유주현문학상 등을 받았다.
[내용]
아들 진수가 전쟁터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만도는 진수를 마중하러 용머리재를 넘고 외나무다리가 있는 시냇물을 건너 정거장을 향한다. 읍내에 나올 때마다 늘 들르던 주막에도 들르지 않고 시장에서 고등어 한 손을 산 후 정거장 대합실에서 진수를 기다린다. 정류장에 앉아 아들 진수를 기다리는 만도는 14년 전 강제징용에 끌려가 비행장을 닦다가 한 쪽 팔을 잃어버렸던 때를 생각한다.
기적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이 내리는데 진수는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부지!’하는 소리에 뒤돌아 본 만수는 다리 한쪽을 잃고 양쪽 겨드랑이에 지팡이를 끼고 서 있는 진수를 보고 눈앞이 노오래지고 두 눈에 눈물이 핑 돌고 만다. 진수는 전쟁 중 수류탄에 맞아 한 쪽 다리를 절단하고 말았던 것이다.
진수와 함께 돌아가는 길, 뒤 따라 오는 진수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모질게 앞서가던 만도, 하지만 주막에 들러 자신은 막걸리 세잔을 연거푸 마시고 진수에게 국수를 말아 먹인다.
막걸리로 마음을 다스린 만도는 진수를 앞세우고 길을 재촉한다. 진수가 “이래 가지고 나 우째 살까 싶습니더.” 라고 하자 만도는 “목숨만 붙어있으면 다 사는 기다.” “집에 앉아서 할 일은 니가 하고, 나댕기메 할 일은 내가 하고, 그라면 안 되겠나, 그제?”라고 진수를 위로한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시냇물에 다다르자 두 사람은 어떻게 건널까 고민을 한다. 곰곰이 생각하던 만도는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는 진수에게 등에 업히라고 말한다.
진수는 아버지의 재촉에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쥐고 아버지의 등허리에 업힌다. 진수를 업은 만도는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넌다. 눈앞에 우뚝 솟은 용머리재가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특징]
하근찬은 해방 전후와 6·25 전쟁 전후시기를 작품 소재로 많이 다루었다. 그는 가난, 육친의 죽음, 육체적 정신적 불구, 전환기 사회에 특유한 가치관의 혼란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방황 등 전쟁으로 인한 어두운 세계를 독창적인 수법으로 형상화 하고 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수난이대』는 일제 말, 징용에 끌려갔다가 한 팔을 잃은 아버지와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한 다리를 잃은 아들의 이야기다. 역사의 냉혹한 칼날에 걸려 불구가 된 부자의 비참한 현실은 “우째 살까 싶습니더”한 아들의 말처럼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니, 절망해 생의 의욕을 상실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일 터이다. 그러나 굴하지 않는다는 것, “목숨이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라는 아버지의 한마디는 어떤 어려움에도 쓰러지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어기찬 생명력을 확인시킨다
[의의와 평가]
반전문학으로 대변되는 『수난이대』는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하근찬의 작품으로 일제의 식민지 시대에서 겪은 아버지의 수난과, 한국전쟁에서 겪는 아들의 수난, 즉 2대(二代)에 걸쳐 이 땅의 현대사가 겪어야 했던 역사적 비극과 그 극복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외나무 다리가 등장하고 있으며, 인물의 뚜렷한 성격, 역행적 구성 등에서 단편소설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글은 6.25 직후의 한 조그만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일제 말기의 식민지 시대에서 6.25사변에 이르는 거대한 역사적 배경이 깔려 있다. 만도와 진수 부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즉 외부적 압력으로 인한 육체적 손상을 입고 있다. 이들 부자의 이러한 육체적 손상은 우리 현대사가 경험한 역사적 수난의 과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 두 세대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 비극의 상처와 고통을 서로 감싸고 도우면서 역사적 시련을 극복해 가려는 의지가 감동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여기에서 외나무다리는 단순한 배경 요소로 그치지 않고 사건의 구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핵심적 조건 구실을 한다.
이 작품이 이야기하려는 것은 역사적인 비극의 재확인이 아니라 차례로 팔과 다리를 잃은 이 두 세대가 서로 협력하여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인 비극을 딛고 일어서는 재기를 위한 화합을 기본 주제로 하고 있다.
외팔이인 아버지가 외다리가 된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마지막 장면은 수난의 연대기를 살아가는 삶이 지탱해야 하는 휴머니즘의 귀결적 화해라는 측면이기도 했다.
또 『수난이대』는 우리의 현실적 삶 인식의 기저에 깔려 있는 순종적 의식이 깃들여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며 그에 앞서 시대의 힘에 의하여 개인이 희생되는 사실에 이야기의 비중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창조적 주역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해도, 즉 피동적으로 참여를 할 경우라도 역사적 현실 그 자체의 논리는 우리의 삶을 새로운 모습으로 만든다는 점을 일깨운 것이다.
그것은 긍정적 의미로도, 또 이 두 부자의 경우처럼 부정적 의미로도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삶의 논리에서 소극적이고 순박한 삶에 깃들인 역사의 억센 흔적을 비극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두 부자가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가는’ 장면에서 개인의 행복의 의미가 전적으로 역사적 힘에 규제된다는 함의를 일깨우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