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102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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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 |
집필자 | 김지숙 |
수록|간행 시기/일시 | 2006년 - 「부처가 된 도둑들」 영천시에서 발간한 『충효의 고장』에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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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지명 | 거조암 -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 622 |
성격 | 설화|전설 |
주요 등장 인물 | 스님|오백 나한상|소 |
모티프 유형 | 속죄 |
[정의]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 거조암 영산전에 있는 오백나한과 관련하여 전해 오는 이야기.
[개설]
「부처가 된 도둑들」은 거조암 영산전의 526분 나한상에 대하여 설명해 주는 유래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영천시에서 발간한 『충효의 고장』에 「부처가 된 도둑들」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었고, ‘경북나드리’,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영천시 문화관광 사이트’에도 같은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내용]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에는 국보 제14호로 지정된 거조암 영산전이 있고, 그 영산전 안에는 526분의 나한이 봉안되어 있는데 예전부터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1천 수백 년 전, 이 암자에는 도를 터득한 스님이 한 분이 살고 있었다.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심산에 오직 바람과 짐승과 나무들과 이야기를 하며 생활하던 스님은 평야가 그리워 하루는 인가가 있는 마을 쪽으로 내려갔다.
때는 가을이라 오곡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소슬한 바람은 객기마저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스님은 몇 번인가 고개를 흔들며 속된 생각을 떨치려고 염불을 외우며 마음을 달래었다. 그럴수록 하늘은 여인의 얼굴처럼 맑고, 바람은 풋솜처럼 가슴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스님은 다시 한 번 눈을 감으며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침 앉은 곳이 탐스럽게 여문 조밭이었다. 스님은 이삭을 어루만지며 염불을 외고 있었다. 그런데 일어서려다 보니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조 이삭 세 개가 꺾어져 있었다.
스님은 중생을 인도하는 사람이 살생을 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땀과 정성으로 온 여름을 가꾸어 온 농부에게도 크게 미안했다. 스님은 결국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다시 앉아 속죄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꺾인 조 이삭은 어찌 할 수 없었지만 농부에게는 어떻게든 보상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스님은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무릎을 치며 일어났다. 그 길로 스님은 조밭의 주인을 찾아 동네로 들어갔고, 동네 어귀에서 주문을 외어 커다란 황소로 변신하였다. 조 이삭 세 개 대신 농부집에서 3년 간 일을 해주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황소의 방문에 농부는 무척 당황하였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 돌려보낼 수도 없고 해서 우선 외양간으로 넣었다. 그리고는 동네는 물론 인근 마을까지 소를 잃어버린 사람을 수소문하였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소를 잃었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농부는 소를 열심히 길렀으며, 소 역시 주인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였다. 소는 얼마나 영리하던지 뚜레도 필요 없었고 스스로 일하고 처리하는 것이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이러한 소문이 떠돌자 하루는 험상궂은 사람이 찾아와 자신의 소라며 소를 몰고 가겠다고 하였다. 천성이 착한 농부는 두말하지 않고 그 동안 얼마나 걱정을 했느냐고 위로를 하면서 선선히 소를 내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소가 움직이지 않았다. 가짜 주인은 소를 달래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였으나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소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던 사람은 그대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튿날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 그러나 역시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찾아온 사람이 500명도 넘었지만 소는 꿈쩍도 않았다. 농부는 부처님께서 내려준 선물이라 생각하고 이제는 찾아오는 사람을 믿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3년이 다 되었다. 그러자 소는 가끔씩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농부는 병이 생긴 것이라 여겨 쉬게 하였으나 소는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다. 안쓰러워진 농부가 몰래 새벽 일찍 밭에 나가면 소가 미리 알고 먼저 나와 기다릴 정도였다.
가을이 무르익은 어느 날. 바로 3년 전 조 이삭 세 개를 꺾고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 위해 스님이 소로 변신하여 농부 집으로 들어간 지 3년이 되는 바로 전날이었다.
아침나절 밖으로 나가려는 주인을 향해 소가 “주인님 이제 헤어져야 할 날이 온 것 같습니다. 제 품삯을 주시는 셈치고 큰 잔치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리고 인근 동네까지 알려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주인은 크게 당황하여 얼떨결에 그 자리에 부복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소가 말을 하니 분명 신이라 생각한 것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농부는 어떻게 된 연유냐고 물었고, 소는 자초지종을 소상하게 이야기하였다.
농부는 지난 일을 정중히 사과를 하고 소의 부탁이 아니라도 헤어지게 됨을 아쉬워하며 큰 잔치를 준비하였다.
잔칫날이 되었다. 풍악이 울리고, 술잔이 도는 가운데 모인 사람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이때 외양간에 누워 있던 소가 일어나 짙은 안개를 내뿜는 것이었다. 안개는 삽시간에 앞사람마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안을 덮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안개가 차츰 걷히자 외양간의 소는 간 데가 없고, 붉은 장삼을 걸친 스님 한 분이 점잖게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모인 사람들은 의외의 사실에 넋을 잃고 부복을 하자 마당 가운데 정좌한 스님이 “내가 소로 있을 때 자기 소라고 하며 이 집을 찾아온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고 하였다.
위엄 어린 음성이 떨어지자 좌중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엉금엉금 앞으로 기어왔다. 모두가 500명이었다. 스님은 500명의 사람에게 “마음에 병이 들어 남의 소를 갈취하려 하였으니 죄 값을 갚기 위해서는, 소가 되어 일을 하거나 아니면 나를 따라가 도를 닦아 성불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에 모두가 스님을 따라 도를 깨우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입산을 하였는데, 그곳이 바로 거조암이었다. 그리고 도를 닦은 500명은 성불하여 5백 나한상이 되어 스스로 자리를 차지하여 앉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절의 주인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바로 526분의 나한이다.
[모티프 분석]
「부처가 된 도둑들」 주요 모티프는 ‘속죄’이다. 득도한 스님은 조 이삭 세 개를 꺾은 잘못에 대한 속죄로 소가 되어 3년 동안 농부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러자 자신이 소의 주인이라 하며 소를 가로채려고 하는 이들이 나타난다. 이들 500명을 속죄시키기 위해 스님은 그들에게 해탈로 이르도록 권유하고, 마침내 그들은 부처가 된다.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식이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