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상북도 영천 지역에서 만 60세 생일을 축하하는 의례.

[개설]

회갑(回甲)은 우리나라의 나이 계산법에 의하면 61세에 해당하는 해로서, 60갑자가 다시 돌아온다는 뜻에서 회갑이라 하였다. 회갑은 ‘환갑(還甲)’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60갑자를 새로 바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옛날에는 60세까지 장수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기에 회갑을 맞이하는 일은 집안의 큰 경사였기에, 자손과 일가친척은 물론, 이웃 마을과 지인들까지 불러 잔치를 벌여 부모님을 즐겁게 해 드렸다.

회갑례의 상차림이 그 집안의 가세를 드러내는 척도였으므로, 회갑상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로 여겼다.

[연원 및 변천]

회갑이라는 행사, 즉 수연(壽宴)을 기리기 시작한 것은 조선조 후반기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난리를 겪은 뒤에 세상이 조용해지자 회갑잔치가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숙종과 경종 때 이후의 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수연례(壽宴禮)에는 으레 축하의 시(詩)가 따르게 마련인데, 숙종과 경종 이전에는 축시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회갑잔치을 열면 손님을 초대하는 범위도 처음에는 가까운 친지 이외에 절친한 친구 몇 명에 한하던 것이 그 범위도 점차 넓어졌다.

[절차]

회갑례는 먼저 조상에 예를 고하고, 자녀들이 큰 잔칫상을 벌여 부모님께 폐백(幣帛)을 드린 다음, 술을 올리고 절을 하면서 건강하게 장수할 것을 기원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자식들은 축수(祝壽)하면서 재배하도 하고, 친척이나 친지들도 잔을 올리며 축하의 덕담을 주고받았다.

오늘날에는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인해 회갑례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다. 대신 효도 관광을 보내 드리거나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를 하는 정도이며, 회갑례보다는 70세가 되는 해에 고희연(古稀宴)을 하는 추세이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현재 영천 지역에서 회갑보다는 칠순이나 팔순 때 큰 잔치를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갑례는 모든 이에게 축복을 받는 커다란 경사였고, 잔치도 크게 치렀다.

영천 거주 이광순 씨는 1926년생으로‘ 1986년에 환갑잔치를 하였다. 그녀의 회갑 잔치는 인근에서 가장 큰 잔치였는데, 마당에는 큰 상을 차려 놓고, 상 위에 음식을 높게 고여서 차렸다. 이렇게 음식을 높이 쌓은 상은 바라보기만 하는 상이라는 의미에서 망상(望床)이라고도 한다. 안방을 비롯한 각 방에는 술상을 차려 놓고, 안방에서는 회갑을 맞은 이광순 씨가 자식들에게 절을 받았다. 이광순 씨의 자식과 사위들은 그녀의 회갑잔치를 위해서 한복을 맞춰 입었으며, 손님들에게 선물로 드릴 수건도 준비하였다.

고향 친척들을 포함해 동네 사람들, 그녀가 속한 계의 계원들, 이전에 살던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잔치에 참여하여 하였으며, 참석 인원만 200여 명이 되는 대규모의 잔치였다.

잔치에 참석한 이들은 거하게 차려진 술과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이고, 북·꽹과리·장구 등을 치면서 춤을 추며 신명나게 잔치를 즐겼다. 잔치가 끝난 뒤에도 돌아가지 않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자고 가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광순 씨 의하면,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회갑이 지닌 의미가 컸기 때문에 잔치 또한 거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현재 환갑의 의미가 축소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이광순 씨 아들 회갑잔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현재 영천에 살고 있는 이세희 씨는 1944년생으로 2004년에 회갑을 치렀다. 이세희 씨는 어머니와 본인의 회갑을 떠올리면서 20여 년의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20년 전 어머니의 회갑잔치는 가족 행사에서 마을 잔치로 이어지는 커다란 축제였지만, 본인의 회갑은 조촐한 가족 행사였다고 한다. 자식들이 회갑계를 결성하여 모은 돈으로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고, 포항과 영덕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20년 전에 비하면 매우 간소한 회갑을 보낸 것이라고 이세희 씨는 기억하고 있다.

영천시 금호읍에 사는 박 씨[1945년생]는 회갑이나 칠순과 같이 큰일을 앞에 두고 집안 수리를 하면 좋지 않는 일이 생긴다고 믿는다. 박 씨의 시아주버님도 칠순 잔치를 하고 난 한 달 뒤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었다고 하는데, 당시 시아주버님께서 칠순잔치를 며칠 앞두고 대문을 교체하는 공사를 했다고 하며, 그것 때문에 시아주버님이 죽었다고 박 씨는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