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1020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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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農村-山間家屋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 오산리 |
시대 | 근대/개항기 |
집필자 | 김찬영 |
[정의]
경상북도 영천시에 논과 밭농사 등을 생업으로 하는 거주인이 생활하는 농촌 주택.
[개설]
영천 지역의 농촌 주택은 논농사와 밭농사, 과수원 등을 주 생업으로 삼은 지역민이 거주하는 가옥으로, 대개 서민 가옥에 속한다. 서민 가옥은 영천의 자연 환경, 생업, 경제 여건에 따라 그 지역의 주거 문화로 정착하여 특징적인 형태와 기능을 갖고 자생하며 진화하게 된다.
영천시는 경상북도 동남부에 위치하여, 하절기에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고온 다습하고, 동절기에는 대륙성 기후로 인하여 한랭 건조하여 한서의 차가 큰 편이다. 지형적으로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이들 산에서 발원한 남천[자호천·고경천]과 북천[신녕천·고현천]이 중앙 저지에서 합류하여 금호강(琴湖江) 상류를 형성하고 있다.
영천시의 주된 생업은 금호강 유역의 중앙 저지에는 충적평야에 벼·마늘·양파 농사와 포도 재배 등이 많고, 그 외의 구릉성 산지는 곡간평야에 벼농사를 비롯해 고추·사과·복숭아·배 등 과수 생산과 약용 작물이 지배적이다. 특히 금호강 유역에 위치한 금호읍은 벼·포도 생산량이 전국적으로 이름 높고, 청통천 유역에 자리한 청통면은 곡간평야의 주곡 외에 복숭아·자두·사과 등 과수 재배와 누에고치 생산이 많았다. 신녕면과 화산면 등지에는 마늘·양파·담배의 생산과 과수 재배, 화북면은 밭농사 위주로 고추·마늘·약초·담배 등 특용 작물의 생산과 사과·복숭아 등 과수 재배가 성행하고 있다. 자양면과 고경면은 약초·담배의 특용 작물과 함께 누에고치가 많이 생산된 곳이며, 북안면은 북안천 저지에 해당되어 쌀농사와 누에고치 생산·낙농이 성했다.
[내용]
1. 형태와 구조
농촌 가옥은 기본적으로 입지한 지역의 풍토에 따라 결정되며, 그 다음으로는 생업 형태와 경제 여력에 따라 가옥의 형태와 구조에 차이가 난다.
동일한 영천 지역 농촌 주택에서도 주 생업이나 경제력에 따라 입지, 채 구성과 크기, 부속 채의 크기와 종류에 차이가 난다. 배치 형태는 큰 채 단독 구성의 ‘一’자형에 부속 채 한 동이 큰 채 앞으로 직각 배열된 ‘ㄱ’자형과 여기에 부속 채 한 동이 더 부가된 ‘ㄷ’자형이 있다. 이 중 ‘ㄱ’자형이 가장 보편적인 배치 형태를 띠고, ‘ㄷ’자형은 비교적 중·상류 계층에 속하는 민가형이라 할 수 있다.
각 채 사이의 배치 관계를 보면, 큰 채와 부속 채를 함께 건립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큰 채를 먼저 신축하고 경제 여력에 따라 부속 채[아래채·초당채 등]를 신축한 경우가 많았다. 큰 채 평면은 세 칸 ‘一’자형과 여기에 마루가 중앙에 첨가된 네 칸 ‘一’자형의 ‘영남형’으로 민가 유형상 우리나라 남부 지방 민가형에 속한다. 세 칸 큰 채 평면은 정지+큰방+멀방[또는 머릿방]이고, 네 칸은 정지+큰방+마루+멀방[또는 머릿방]이 일렬로 구성된다.
각 채는 분산 배치하되, 부속 채를 큰 채 정지 앞쪽으로 직각 배열했고, 경상북도 북부 지방의 겹집처럼 큰채 내부에 정지 위 다락이나 반침 등이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남부 지방 민가형과의 차이점은 퇴나 툇마루가 크게 발달하지 못한 점, 마루 전면에 벽을 치고 창호를 달아 내부화시킨 점, 지붕 형태 중 상류층일수록 맞배[일명 뱃집]형이 많다는 점 등이다.
구조는 자연석 기단에 자연석 초석을 놓고 주상부는 대개 민도리로 꾸몄으며, 지붕가구는 3량가이다. 지붕은 초가에서 새마을사업 때 슬레이트 또는 일식 시멘트 기와로 교체했다가, 최근에는 가볍고 값이 싼 기와형 플라스틱 또는 철판 지붕으로 교체한 집이 많다.
또 산간의 밀집형 취락의 경우, 경사 지형에 터를 닦아 집을 지은 관계로 집 뒤로는 뒷집의 마당 석축이 축조되며, 그 외 대지 경계로는 담장을 쌓아 마당을 포함한 외부 생활 공간을 보호하도록 했다. 이처럼 영천 지역의 농촌 가옥은 다양한 형태와 구조로 건축되었다.
2. 배치
농촌 주택의 배치는 살림채인 큰 채와 농작업과 관련된 수장 및 사육 용도의 부속 채인 아래채 등으로 구성된다. 큰 채는 여성들의 취사 및 취침·가사·휴식·접객 등의 거주 생활 공간이고, 아래채는 대개 남성들의 생활 공간인 사랑방과 마구, 머슴들의 침실인 초당방과 방앗간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아래채[또는 사랑채]가 있는 경우는 반드시 마구와 사랑방을 둔다. 마구는 농촌 가옥에서 농작업에 가장 큰 일꾼인 소를 사육하고 관리하는 공간으로, 대개 마구가 사랑방 옆에 배치해 집안 가장의 철저한 관리와 보살핌을 받도록 한다. 형편이 나은 가옥은 방앗간+마구+사랑방의 아래채에 마구채를 따로 신축하기도 한다. 아래채는 반드시 큰 채와 분리해 앞쪽에 배치한다. 위치는 큰 채의 정지 앞쪽으로 배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각 채 사이의 채광·통풍·환기 등 가옥의 자연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마구 등에서 나는 냄새와 비위생적 공간으로부터 일정 부분 분리시켜 쾌적한 주거 공간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으며, 방앗간 등 여성들의 가사 작업이 용이한 위치에 부속 채를 건립한 것일 수도 있다.
방앗간 채는 모든 가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도 비교적 형편이 나은 집에서만 볼 수 있다. 또 누에고치를 많이 생산하던 자양면이나 화북면 지역의 민가에는 각 채의 상인방 위나 처마 밑에 환기통이 설치되어 있는데. 가옥에 따라 살림채 주변에 누에치는 집을 짓기도 했다.
담배 재배가 많은 지역에서는 담배 건조장[일명 담배굴]을 살림채 주변에 흙벽돌이나 토석조로 지어 사용한다. 또 마늘·양파 재배가 많은 지역 역시 건조를 위한 건조장을 마당 한켠에 짓기도 하며, 사과 재배가 많은 지역에서는 사과 저장을 위한 저장 창고를 지어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영천의 농촌 가옥은 영천의 풍토와 여기에 정착한 입지, 생업에 따라 다양한 주생활과 가옥의 형태 및 구조가 자생하고 진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3. 변화 모습
영천의 농촌 주택도 산업화·현대화 물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가옥을 철거하여 양옥으로 신축하거나 필요 공간을 확장 및 증축해 보완하기도 했으며, 특히 각종 농기계의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사의 일꾼이던 소의 사육이 급격히 감소해 마구의 기능이 없어지게 되었다.
또 농촌 인구의 감소나 자녀의 도시 진출로 인해 빈 집이 늘어나고, 당초 사용 공간 역시 용도가 변용되기도 한다. 마구는 창고나 도장 등으로 사용하고, 큰방과 멀방은 사잇벽을 헐어 통칸으로 내부 공간을 확장하거나 앞·뒤벽을 처마 서까래까지 내부 공간을 확장해 사용하는 등 구조와 형태에서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또 노인 거주가 늘어나면서 큰 채는 그대로 두고, 아래채에 현대식 부엌을 꾸며 살림채로 사용한 집도 많다. 더욱이 농작업 및 탈곡·건조·적치 등 다양한 옥외 생산 활동 공간이었던 마당은 농기계의 보급으로 그 기능이 크게 상실되어 단순히 각 채 사이의 통행 통로나 채광·환기 등의 자연 환경적 기능에만 치중되는 양상이다.
경제 여력이 있는 집은 아예 전의 집을 철거하고 양옥으로 지어 현대적 주생활을 영위하기도 하는데, 이때 1층은 창고, 2층에 살림집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 각종 고가의 농기계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 역시 필요하게 되었고, 대규모 가축을 사육하는 지역의 가옥의 경우 냄새와 비위생 탓에 가옥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축사를 별도로 짓기도 한다.
영천 지역에서는 현대 주생활 및 주의식의 변화, 생업의 급격한 변화로 전통적인 주거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이에 전통 가옥 역시 현대화·산업화 물결에 밀려 소리 없이 소멸되고 있다.
그러나 고유한 지역의 풍토와 가옥의 입지 및 생업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형태와 구조로 자생하고 진화해 온 영천의 전통 가옥은 현대 주생활 속에서도 다시 한번 돌이켜 볼 생활의 지혜와 자연의 순응적 가치가 돋보이는 살림집이었음을 되새겨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