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1000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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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民俗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경상북도 영천시 |
집필자 | 이은정 |
[정의]
경상북도 영천 지역의 민간에서 전승되고 있는 생활 풍속.
[개설]
영천 지역 주민들의 구체적인 생활 방식의 하나인 민속 행위는 과거 농경 사회라는 사회경제적인 조건을 기반으로 하여 구성된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민속 행위 가운데에는 현재적 요구에 적합한 것만이 전승되고 있는 실정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것은 점차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영천시에서 전승되는 민속은 크게 민간신앙·평생의례·세시풍속이라는 영역으로 구분하여 살필 수 있다.
[민간 신앙]
민간 신앙은 크게 마을 신앙과 가신 신앙[가정 신앙], 무속 신앙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마을 신앙은 마을 단위의 안녕과 풍작을 기원하는 공동체적인 신앙인 데 비해, 가신 신앙은 가족 구성원의 안녕과 무사를 기원하는 개별적·개인적인 신앙이다.
영천시에서 모셔지는 가신으로는 성주와 조왕·영등할매·삼신·시준·터주대감·측신 등이 있다. 이 외에도 가내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서 정기적인 의례를 올리기도 하는데, 영천시에서는 설날 차례 전에 가신에게 음식을 올리는 설 고사와 성주 고사라고 하는 안택 고사가 있다.
영천시 가신 신앙 전승력은 급격히 약화되어 현재는 적은 수의 가정에서만 모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는, 일반적으로 가신 신앙이 미신이라는 인식, 새마을 운동으로 인한 의식 변화, 가옥의 개량, 탈농경 사회로의 진입 등을 들 수 있다. 생업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논농사를 주업으로 하다가 밭농사로의 전환되는 양상 속에서 성주 신앙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추수를 감사하며 햇곡식으로 지은 밥은 성주에게 올리고 성주 단지에 햇곡식을 갈아 주던 것이 생업 환경 변화로 인해 그 의미가 축소되게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삼신의 경우는 현대 사회에서도 수용, 지속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마을 신앙을 지역 사회에서는 동제(洞祭)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의 동제는 마을 공동체의 풍작을 기원하면서 주민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민간 신앙으로서 동제는 크게 유교식과 무속식이 있는데, 영천 지역의 동제는 대부분 유교식에 해당한다. 이것은 조선 중기 이후부터 유교적인 이념이 민간에까지 뿌리를 내려 정착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근대화되기 이전의 사회, 즉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늘 어려웠다. 오늘날에는 과학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농사와 직결되는 기상 정보, 전염병에 대한 예방과 같은 일이 가능하졌지만, 동제가 마을 사회에서 중요한 위상을 점유할 때만 해도 세상은 늘 예측 불가능한 사회였던 것이다. 이렇게 불안하고 두려운 세상에 대해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따라서 공동체 신인 마을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질서, 풍작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제의로 표현하는 하는 그것이 바로 동제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마을신을 모시기로 한 시간이 되면 마을 안팎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하고 정성껏 대접하며 때로는 여흥을 즐기기도 한다. 마을신이 사람들의 정성을 받아들이게 되면, 독축관(讀祝官)은 마을 전체를 위해서 축문(祝文)을 읽고 각 가정과 개인의 소원을 소지(燒紙)에 담아 마을신에게 빌게 된다. 이렇게 축문과 소지를 통해 소원 성취를 빌게 되면 마을이 무사태평하고 안녕할 것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대개 유교식 기제사와 함께 이루어지며 동제가 끝난 뒤에는 이웃 간 음복(飮福)을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게 된다.
영천시의 동제는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최근 1~2년 사이에 중단된 마을도 여러 곳이 있었지만, 이런 마을의 당수나무는 여전히 신성한 영역으로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제가 전승되고 있는 마을의 경우는 주민들이 현재의 사회적 요구에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영천시의 민간에서 전승되고 있는 무속 신앙은 마을 신앙보다는 가정 신앙에 대한 역할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무속 신상은 무당을 중심으로 하는 신앙 행위를 일컫는데, 가정 신앙에서도 정기적이고 일상적인 의례인 삼재풀이나 안택을 주관하는 경우가 있다. 무당은 정초에 사람들이 신수를 보러 오면 삼재(三災)가 들거나 신수(身數)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적(符籍)을 써 준다고 한다. 안택은 주로 10월에 많이 하는 편이고 간혹 정월에 하는 집도 있다고 한다. 좋은 날을 택해 음식을 차리고 조상할매와 삼신할매를 모셔놓고 빈다. 비정기적 의례인 치병에 관련해서는 객귀물리기를 해 주는 경우가 과거에는 왕왕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평생 의례]
평생 의례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일생을 마칠 때까지 삶의 중요한 단계마다 치러야 하는 여러 가지 의식으로, 그 단계를 지낼 때마다 다양한 지위와 상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단계별 평생 의례의 종류로는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그 부모들이 행하는 기자(祈子) 치성을 비롯한 출생 의례, 성인으로 인정받는 과정인 관례, 한 가정을 이루는 절차로서 혼례, 그리고 죽음을 맞아 치루는 상례, 죽은 이후에 그 후손에 의해 치러지는 제례가 있다.
영천 지역에서도 평생 의례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의례 방식은 크게 간소화되었지만, 단계별 절차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되어 지속되고 있다. 영천 지역의 평생 의례는 조선 시대 유교적 예법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근래까지 전승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그 형식과 절차에 있어서 변화를 갖게 되었다.
출생 의례는 순조롭고 안정된 출산을 위한 절차로서 아이를 갖기 위한 기자 치성,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산전 의례, 출산에서 돌까지의 산후 의례 혹은 육아 의례를 가리킨다. 영천 지역에서는 자신의 후손을 잘 자라고 번성하게 하려고 산속(産俗)과 관련되어 각양각색의 방법을 취하였다. 이러한 관습은 조선 시대부터 성행하여 현대에도 선별적으로 지킴으로써 육아 의례를 통한 아기의 무병장수를 기원하여 오고 있다. 영천 지역에서는 아들을 낳기 위해서 절에 불공을 드리거나, 무당을 찾아가는 일은 빈번하였다.
그리고 영천 지역에서는 과거에는 중매혼이 압도적이었지만, 현재는 연애를 통한 결혼이 많은 추세이다. 주위 친척이나, 친구의 소개로 만난 뒤,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으며, 최근에는 결혼 정보 회사를 통한 혼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배우자로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혼례를 치르는 장소는 신부의 집이 대부분이었으나, 영천에 현대식 결혼식장이 들어서고, 서구화된 결혼식의 형태가 보편화되면서 신부집에서 혼례식을 올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전통 혼례도 자취를 감추고, 함, 폐백(幣帛)과 같은 전통 혼례의 단편들만이 현대 결혼식에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영천 지역의 상례는 형식과 절차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출산이나 돌잔치, 결혼, 환갑과 같은 평생 의례보다 사회성이 강한 상례는 개인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례보다 간소화 되었다.
특히 제례의 방식은 대체적으로 전통 예법을 어느 정도 지키고 있으나 다른 단계들은 크게 간소화되거나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세시 풍속]
영천시에서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되풀이하여 행하는 의례적인 생활 풍속을 말하는데, 세시 풍속은 원시 농경 사회로부터 인간이 주기적·관습적·의례적으로 생활 행위를 반복해 온 표준적인 행동 양식이다. 현재는 설, 추석을 제외한 한국의 세시 풍속은 영천을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축소 전승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시 풍속은 민족적 보편성에다가 지역적 특수성이 반영되어 오랜 세월 속에 의례·제의·주술·오락이 가미되어 정착된 것이다. 이러한 세시 풍속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농경문화에 기반 한 한국의 세시 풍속은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설날, 추석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라진 풍속이 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영천 지역에서 구체성을 가지고 주요하게 행해지는 세시 풍속으로는 설과 추석을 들 수 있다. 그 외 계절별 세시 풍속 가운데 실체로서 드러나는 행위는 사라졌다 하더라도 지역민들의 관념 속에 남아 전해지는 세시 풍속들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초의 세시 풍속인 복조리 걸기나 입춘첩 붙이기, 영등할매 모시기와 같이 관념 속에 잔존하고 있다가 필요에 따라 행위로 구체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정월 대보름이나 삼짇날·한식·단오·복달임·동지와 같은 계절성이라는 절대성을 함축하고 있는 세시 풍속들은 여전히 영천 지역민들의 삶과 밀착되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