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100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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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영천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최은하 |
[개설]
영천 큰장[영천시장]에는 돔배기를 파는 상가들이 운집한 골목이 있다. 돔배기는 전국에서 경상북도 영천·안동·의성·예천·경산 지역에서 주로 판매하고 있으며, 특히 영천의 돔배기가 유명하다. ‘돔배기’란 상어고기로, ‘토막고기’를 뜻하는 경상북도 지역의 사투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돔배기란?]
‘돔배기’는 상어고기로 만든다. 상어를 토막 내 소금에 절인 것으로서 경상북도 지역의 영천·안동·의성·예천·경산 등지에서 주로 제사상에 올렸다. 상어 중에서도 귀상어와 참상어, 악상어 등이 돔배기로 팔려나가는 상어의 종류이다.
그 중 머리 모양이 T자 모양으로 뭉툭한 상어가 귀상어인데, 속칭 양제기[양지]라고 불리며 가장 비싸게 팔리는 돔배기이다. 그 다음으로 속칭 ‘모노’라 불리는 청상아리와 참상어가 잘 팔리며, ‘악상어’인 준달이와 풀치 등이 팔리고 있다.
이 상어를 토막을 내고 간재비가 간을 한 후 2~3개월 정도 숙성을 거친 것이 ‘돔배기’이다. 제사상에 올리는 생선 중 유일하게 토막 낸 생선이 돔배기였으므로 굳이 ‘상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그냥 ‘돔배기’라고 부르던 것이 고유명사처럼 쓰여진 것이라고 전한다.
[돔배기의 유래]
먼 옛날 교통이 발달하기 전 동해안에서 생선 보기가 힘들었던 내륙 지역인 영천으로 등짐꾼이 옮겨 왔던 상어 토막고기 ‘돔배기’는 오랜 이동 시간 동안 부패를 막기 위해 왕소금에 절여 옮겨 왔는데, 그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상어고기를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금을 친 것이 돔배기의 맛을 더욱 담백하고 쫄깃하게 해 주어 그 맛이 별미였으며, 그래서 귀한 손님이 오거나 조상을 모시는 제사상에 주로 쓰였다.
[생물이 없는 돔배기]
돔배기로 쓰는 상어 생물은 선창에서도 볼 수 없는데, 잡히는 즉시 선상에서 머리·꼬리·내장 등을 제거한 뒤 급속 냉동 처리되기 때문이다. 상어는 작은 것이 70~80㎝, 큰 놈은 160㎝를 넘기도 하며, 통마리로 팔리기도 하지만, 상인들은 몸을 둘로 자른 폭 돔배기를 선호한다.
냉동된 돔배기는 부산에서 가장 활발하게 경매되어 팔리는데 영천에서는 인성수산과 태원상회가 가지고 와 영천 지역에 풀면, 시장 상인들은 이들로부터 물건을 받아 자기 냉동고에 보관해 놓고 매일매일 조금씩 판다.
대목장은 명절 한 달 전부터 형성된다. 시간을 갖고 사야 돔배기를 숙성시킬 수 있으므로 이때가 되면 집안의 여성 대신 70~80대 노인들이 직접 돔배기를 사러 시장에 온다. 그 시절 명문가 여성들은 제수를 사러 나오지 않았고, 돔배기 구입과 진설은 남성 차지였다. 여성은 요리만 하면 됐다.
돔배기 한 꼬지는 무게 300~330g, 크기 가로·세로·두께 20×12×1㎝, 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 5천원이다.
일명 ‘모노’로 불리는 청새알 돔배기는 도매가로 ㎏당 6,800원에 거래되며, 등외품인 준다리·악질이는 2,500~3,000원선에 거래된다. 일부 지역 상인들은 일반인이 상품 돔배기를 잘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악용해 저가 돔배기를 고가로 팔기도 하지만, 영천시장은 선수급인 단골이 버티고 있어 가격과 품질을 절대 속일 수 없다.
그래서 한결 같은 품격 유지, 이것이 영천 돔배기의 명성으로 굳어져 온 것이다. 호박 만한 돔배기가 좌판에 먹음직스럽게 앉아 있으며, 갓 염수에 해동돼 나와 살점에 붉은 기운이 감돈다. 돔배기는 썰기 좋게 조금 냉동 기운이 남아 있을 때 산적 만들기 좋게 써는데, 이것이 어물전 주인들이 즉석에서 하는 대표적 일이며, 모양 내기는 각 집이 다 비슷하다. 평균 한 가게당 7~8편의 돔배기가 진열돼 손님을 기다리는데, 간잽이 시대엔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소금에 보관해서 무척 짰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인기가 없다.
냉동고에 돔배기가 들어갈 때도 소금이 가해지지 않고, 손님이 살 돔배기를 지정하면 그때서야 소금을 뿌려 포장해 주는데, 전체 소금량이 무게의 1% 이상이면 짜고, 0.3~0.5%면 싱겁다.
[돔배기 숙성과 먹는 법]
상어의 맛은 바로 상어 살점에서 나오는 끈끈한 점액질 콜라겐 때문이다. 귀상어는 살의 색이 검붉고 어두운 것이 특징이며, 청상아리는 색이 밝으며 붉은 빛을 띠고 있다. 돔배기는 미리 사서 냉동해 뒀다가 사용하기 5일 전에 꺼내 해동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구입한 돔배기를 씻지 않고 그대로 냉장실에서 여름엔 2~3일, 겨울엔 5, 6일을 숙성시킨 후 물에 씻어 물기를 살짝 말린다. 돔배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숙성 기간을 고려해 돔배기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돔배기는 적당한 크기로 토막 내어 소금에 재워 두었다가 꼬치에 끼워 프라이팬에 익히거나 찜통에 찐 후 제사상에 올렸다. 반찬으로 먹을 때는 얇게 썰어 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작은 토막으로 잘라 철 냄비에 굽기도 한다. 또 남은 돔배기 껍질은 물, 고명과 함께 솥에 넣어 묵처럼 굳게 해서 초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는데, 이를 ‘두투머리’라고 부른다.
[돔배기의 맛과 영양]
돔배기는 살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좋으며, 짭조름하고 담백하며, 가시가 없고 생선 비린내가 없다. 돔배기에는 콜라겐과 펩타이드 성분이 많아 성인병에 좋다고 한다. 또한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 흔히 운동 선수나 연예인들이 다이어트 목적으로 즐겨 먹는 닭 가슴살과도 비슷하면서도 몸에 필요한 영양소도 훨씬 뛰어나다.
한의학에서는 상어를 ‘교어(鮫魚)’라고 해서 오장을 보하는 효능이 있고, 특히 간과 폐를 돕는 작용이 강해서 피부 질환이나 눈병에 많이 이용되었다. 우리 몸의 오지(五志) 가운데 혼(魂)이 저장되는 간(肝)이며, 백(魄)이 머무는 곳간이 폐(肺)이고 보면, 돔배기가 간과 폐를 돕는 효능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태음인(太陰人 ) 기질이 강하여 폐의 기능이 허약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돔배기는 좋은 건강 식품이 될 수 있다.
[영천 돔배기 상인]
영천 전통 시장 내 어물전 돔배기 상인들은 전통 상어고기 갈무리법과 간 맞추기 비법으로 상어고기 감칠맛을 독특하게 해 전국에서 명성을 떨쳐 왔다. 영천 전통 시장 상인들은 50여년 대를 이어 돔배기를 취급해 온 상인들로, 돔배기를 만지고 맛을 내는 비법을 대를 이어 전수해 옴으로써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또 돔배기의 주거래 시장인 영천 지역에는 문내동에 2개소의 도매상이 있는데, 이 도매상을 바탕으로 영천의 전통 시장에는 20여개의 소매상이 돔배기를 취급하고 있으며, 전국 소비량의 50%인 500톤 정도가 영천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