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T0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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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지리/인문 지리 |
유형 | 지명/행정 지명과 마을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담1동 |
집필자 | 현혜경 |
이 용연과 기우제에 관한 설화 외에 김성원에게서 비룡못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되었는데, 김성원이 어릴 적 이 ‘비룡못’에서 여름이면 목욕도 하고 물놀이를 하던 아련한 기억이 깃든 까닭에 전설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비룡못과 관련해서는 여러 전설이 있다고는 하는데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하나 정도였다.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용담동지편찬위원회가 2001년에 편찬한 『용담동지(용담동지편찬위원회, 2001)』 151쪽에도 나와 있는 내용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옛날 비룡못터에 김해유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집에는 큰 연못도 있었고, 제주향교, 제주중학교 주변에는 많은 농토도 갖고 있었다. 그는 갑부이면서 행세께나 하는 권세가였다. 제주목사도 김해유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제주시 이호동에서 살인사건이 났다. 김해유가 살인교사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김해유는 완강히 부인했다. 강희방이란 관리가 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 김해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강희방과는 막역한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내심으로는 불안했다. 강희방은 강직하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이호 현장에 가서 조사를 마친 강희방은 김해유가 배후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돌아오는 길에 김해유 집에 들렀다. 주안상이 나왔다. 술에 독약이 들어 있음을 눈치챈 강희방은 그대로 나왔다. 성안으로 돌아오는데, 등 뒤에서 화살이 날아와 강희방의 말안장에 꽂혔다. 그 화살의 주인을 확인해 보니, 김해유 전용 화살임이 밝혀졌다. 김해유는 마침내 감옥에 갇혔다. 그는 망명도생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감옥지기를 매수하여 “내 비록 못이 될지언정(못에 빠져 죽을 운명이지만) 달 구경이나 할 수 있게 해 달라”하면서 뇌물 공세를 폈다. 많은 재물이 옥지기한테 넘어갔다. 그러나 김해유는 끝내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실제 김해유가 범인이었는지, 그의 권세 때문에 살인 누명을 씌워 죽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바로 여기서 ‘내 비록 못이 될 지언정’이란 의미에서 비룡못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김성원이 용담1동의 누나집에 와서 살기 시작하면서 누나의 잔심부름으로 들락거렸던 곳이 바로 비룡못이란다. 비룡못에서 걸레를 빨아다 방을 닦고 비누를 아껴 쓰라며 잔소리를 듣던 일을 언제나 생각나게 하는 곳이 이 비룡못이라는 것이다. 당시 비룡못은 용담1동 사람들에게 중요한 생활공간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곳에 모여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삶의 이야기도 하고 그랬단다. 그런데 이 비룡못은 현재 매립이 되어 놀이터로 바뀌었다. 상수도가 집집마다 들어오고, 목욕을 하기 위해서는 인근 목욕탕이나 사우나탕을 찾는다. 건입동에 있는 사라봉이나 별도봉으로 자가용을 이용해 운동을 간다. 서로의 마을 사람들의 옛 공유 공간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비룡못이 있던 주변을 비룡못 동네라고 부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