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00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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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음역 | borigaeyeok |
영어의미역 | barley and mixed grain powder drink |
이칭/별칭 | 개역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음식물/음식물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
집필자 | 오영주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 지역에서 볶은 보리를 맷돌에 갈아서 분말로 만든 여름철 음식.
[개설]
보리 수확이 끝난 초여름, 보리를 볶아 미숫가루로 만들어 두었다가 물에 섞어 먹거나 밥에 비벼먹었던 시절 음식이다. 제주도에서는 곡식을 볶은 가루를 일반적으로 ‘개역’이라고 칭한다.
[연원 및 변천]
곡물의 가장 원시적인 조리 방법은 볶아서 가루를 내는 것이다. 볶는 과정에서 곡물의 생 전분질은 호화(糊化)를 일으키므로 물에 쉽게 분산되고 이를 섭취하면 효소작용이 용이하여 소화가 잘 된다. 또한 고열에 의해 갈변 과정을 거쳐 고소한 향미가 생성되므로 열량 섭취를 위한 식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제주도에 정착한 토착민들이 농경문화에 적응하면서 이와 같은 곡물 조리 방법을 터득한 것으로 여겨진다. 처음에는 물에 타서 먹거나 죽을 끓여 먹다가, 여름철 간식용 음료로서 그리고 한라산이나 바다에 나가 생업활동을 할 때 휴대용 식량으로 그 사용 범위를 넓혀 갔을 것이다. 예전에는 겉보리를 사용하다가 일제강점기 이후 쌀보리로 대체되었다. 현재는 선식의 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만드는 법]
도정을 하지 않은 쌀보리를 뒤집은 솥뚜껑에다 놓고 저어가면서 볶는다. 보리가 열에 익어 터지고 색깔이 암갈색으로 변하면 맷돌에 갈아 고운 가루를 만든다. 보리 외에도 메밀, 밭벼, 조, 콩 등을 이용하거나 해조류인 톳을 쪄서 말린 뒤 맷돌에 갈아 각각 ‘멀개역’, ‘산뒤개역’, ‘조개역’, ‘콩개역’, ‘톨개역’ 등으로 만들기도 한다.
[생활민속적 관련사항]
보리 수확을 끝낸 후 여름 장마철에 철갈이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보리개역은 주로 점심으로 먹었고 야외 일터(목장, 밭일, 해녀일)에서 간식으로 먹거나 어린이 이유식으로 사용하였다.
제주에서 개역은 여름철 음식 중 최고의 별미이므로 개역을 만들면, 며느리는 반드시 시부모에게 먼저 갖다드렸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개역 한 줌도 안주는 며느리’라고 동네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한 달에 개역 세 번 하여 먹으면 집안 망한다’라는 제주 속담이 있다. 예전에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웠던 시절 보리는 중요한 식량이었기 때문에, 개역을 만들어 별미로 군것질하듯 식량을 축내는 것은 낭비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개역의 원재료인 쌀보리는 겉껍질을 도정하지 않고 전곡 상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섬유질 함량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보리곡립의 씨눈 부분에 섬유소의 성분인 베타글루칸(β-glucan) 함량이 높다. 이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저하시킴으로써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그 외에도 항암 작용 및 인체의 면역 세포를 자극하여 인체의 방어 체계를 활성화시킨다고 알려졌다.
또한 제주인들은 전통적으로 보리밥 음식을 많이 먹어서 각기병이 적고 대장암이 거의 없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성인병 관리를 위한 식이요법용 음식으로 가치가 있으므로 단지 음료로 마시는 것보다 예전처럼 보리밥에 비벼서 먹는 방법도 되살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