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리고 결혼

김성원이 27살 때(1967년) 누이동생이 인근 편물점에 편물 기술자로 있는 현재의 부인(당시 22살)을 소개시켜 주어 혼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인은 당시 용담동 인근의 편물점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김성원이 혼인할 당시 남자 나이 스물일곱은 혼례 치르기에 다소 늦은 나이였다. 친구들은 거의 장가를 간 때였다고 한다. 스물다섯만 되면 부모들이 장가를 보내지 못해 안달이 났다고 한다. 부인과의 만남과정을 물었더니 쑥스러운지 그냥 용두암 인근만 많이 걸어다녔다고 이야기 한다. 한두기와 용두암 지경이 당시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데이트 코스였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 한두기에는 용연과 구름다리 등이 새롭게 정비되어 좋은 데이트 코스가 되고 있다.

혼인식

연애를 시작한 얼마 안 되어 1967년에 혼인을 했다. 혼례는 당시 제주지역의 풍습처럼 3일 잔치를 했다고 한다. 첫날은 용담 인근에 돼지 키우는 집에 가서 돼지를 사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돼지를 추렴하고, 둘째 날은 동네 마을 사람들과 친지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셋째 날은 혼인식을 올렸다고 한다. 당시 제주시에서는 혼례 잔치는 집에서 하고, 혼례식은 예식장에서 하는 풍속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성원도 제주시 관덕정 인근에 있던 중앙예식장에서 혼인식을 올렸다고 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중앙예식장은 당시 제주시에서 가장 큰 예식장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혼례식의 주례는 이경수 선생이라고 오고 교장을 지낸 분이었는데, 매형의 소개로 혼인식 주례를 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마을 공동체의 성격도 많이 와해되고 젊은이들이 육지로 나가 취업을 하는 경우들이 많아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당일 예식과 당일 잔치를 하면서 3일 잔치도 점점 축소되고 있다.

김성원은 혼인 당시 부인에게 예물 명목으로 당시에는 ‘신식’이라고 일컬어졌던 금반지와 금목걸이 두세 돈을 해주었다고 한다. 금반지는 최고 인기 예물이었다고 한다. 부인은 예단으로 손수 이불을 마련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불은 예단에서 많이들 이용하는 항목이라고 한다. 신혼여행은 다녀오지 못했다. 그때는 신혼여행을 다니는 풍속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혼인을 하고 본가에서 같이 부모님들과 얼마간 함께 살았다. ‘안커래(안채, 안커리라고도 함)’는 부모가 살고 ‘밖커래(바깥 채, 밖커리라고도 함)’에는 부부 내외가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분가해서 나왔다고 한다.

자녀들의 돌잔치

김성원은 자녀들이 태어나서 모두 돌잔치를 했다. 그 당시(196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에는 보통 돌잔치까지는 해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백일잔치는 하지 않았지만 돌잔치는 크게 했다고 한다. 많은 아기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 죽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백일잔치보다는 돌잔치에 비중을 둔 것이었다고 한다. 돼지를 잡고, 떡이며, 고기며 다양한 음식들을 차려놓고 크게 상을 차려 잔치를 했다. 돌상을 차려놓고 사진도 찍어주고, 상 위에 있는 명주실이나 연필 중에 어느 것을 잡을지 초미의 관심을 두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기가 잡는 것을 보고 그 아기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잔치 후에는 인근 마을에 돌떡반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돌잔치가 많이 간소해졌다고 한다. 돌잔치를 집에서 가족끼리 모여 식사나 하는 경향들이란다. 최근 서문시장 상인들 중에도 돌잔치 떡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먹고 살기가 넉넉해지고 다른 행사들도 많아져서 다시 간소화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의 혼인

용담동에서는 예전에(1960년대 이전) 혼례를 할 때는 돼지 키우는 집에 가서 돼지를 사다 잡아서 잔치를 하고 그랬단다. 그리고 돼지를 잡는 일은 중요한 마을의 협동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육점이나 양돈장에 주문을 하면 원하는 대로 배달이 된다. 더 이상 마을의 협동심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답례품이라는 것도 생겼다. 예전에는 혼인식에 가서 음식이나 잘 얻어먹고 떡반이나 고기반을 받아오면 그만이었지만, 세태가 달라졌다고 한다. 요즘은 혼인식에 참가해서 축의금을 내면 세제나 실용성 있는 제품을 답례로 하객들에게 선물한다. 시장에서도 이불장사집과, 한복집은 연중 바쁘다. 서문시장 한복집이 유명하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혼수예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