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26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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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음역 | heobeok |
영어의미역 | jar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물품·도구/물품·도구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
집필자 | 김동섭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지역에서 물을 길어 나르거나 죽, 술, 씨앗 등을 보관하거나 운반하는 항아리
[개설]
허벅은 험한 길을 오갈 때 편리하게 등에 지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운반용 항아리이다. 장방형의 구덕에 담아 짊어지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제주 지역에서만 만들어서 쓰고 있다.
[연원 및 변천]
우리 민속 어디에도 허벅이나 이와 비슷한 기능을 지닌 다른 용품의 명칭은 없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허벅이란 명칭의 연원은 고려 시대 여몽전쟁 이후 약 백 년간 제주에 탐라총관부를 설치했던 몽고의 풍습에서 온 것 같다.
당시 몽고에서 많은 목자들이 들어와 말을 키우는 데 주력했는데, 이들이 사용했던 이동용 가죽 수통을 ‘허워’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전하기 때문이다.
옹기로 만든 허벅이 이용되기 전에는 목통을 지고 다녔다는 기록이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부터 옹기 제품이 이용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무겁고 쉽게 깨지는 옹기 허벅은 가볍고 잘 깨어지지 않는 양철 허벅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는데, 양철 허벅 역시 마을마다 수도 시설이 들어서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형태]
허벅은 둥근 몸체에 바닥은 편편하고 부리는 겨우 주먹이 들어갈 만큼 좁았다. 크기는 쓰임새나 쓰는 사람에 따라 약간씩 달랐다.
성인 여자가 물을 길어 나르는 허벅은 ‘물허벅’, 어린 여자 아이들이 물을 길어 나르는 허벅은 ‘대바지’라고 불렀다. 대바지의 경우, 가장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섯 단계로 크기를 나누었는데, 여자 아이들은 보통 여덟 살 정도부터 어머니에게서 물 긷는 법을 배웠다.
죽을 담는 ‘죽허벅’도 있다. 제주도 풍습에 상이 나면 사돈집에서 팥죽을 쑤어 와 상제들과 조문객을 대접하는데, 이 때 허벅에 죽을 담아 나르면 아무리 험한 길에서도 흘러넘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쉽게 식지도 않아서 안성맞춤이었다.
이 밖에 씨앗을 보관하는 ‘씨허벅’도 있었고, 육지의 오줌장군처럼 오줌을 담아서 나르는 ‘오좀허벅’도 있었다.
허벅 중에 가장 큰 ‘착바지’는 대용량의 식수를 나르기 위해 만든 것으로, 소나 말 또는 마차를 이용해서 운반했는데, 보통은 남자들이 품삯을 받고 물을 길어다 주는 급수 용기로 쓰였다.
‘술허벅’의 경우 물허벅과 달리 부리가 넓적하고 전이 달려 있어서 술을 흘리지 않고 따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생활민속적 관련사항]
허벅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식수 운반이었다. 그러나 구형으로 이루어진 용기는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악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를 허벅 장단이라고 하는데, 생활의 고단함을 이야기하는 사설과 어우러져 제주 고유의 소리를 담아내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물허벅춤’이라고 부르는 제주의 민속 무용은 이 허벅 장단에 맞춰 추는 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