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고려 전기 의종 때 제주 지역에 설치된 군의 명칭.

[개설]

제주 지역이 중앙정부에 정치적으로 종속되어 행정 지배를 받게 된 시기는 고려시대부터였다. 그러나 그 시점에 대해서는 태조대(918~943)로 보는 견해, 1105년(숙종 10)으로 보는 견해, 의종대(1147~1170)로 보는 견해가 있다.

태조대에 편입되었다고 보는 견해는, 고려가 태조대부터 외관은 파견되지 않았지만 국가의 지방 지배가 이루어지는 체계를 갖추었고 또한 고려의 지방 행정 단위는 군현과 향(鄕)·소(所)·부곡(部曲) 뿐만 아니라 ‘도(島)’의 형태도 있었다는 입장에 기인한다.

1105년(숙종 10)으로 보는 견해는 탐라군이 설치된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의종대로 보는 견해는, 탐라군이 탐라현으로 개편되면서 중앙정부로부터 현령(縣令)이 파견되는 때에 기준을 둔 것이다. 제주 지역의 첫 외관 파견은 탐라현으로 개편되는 의종대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제정경위 및 목적]

고려의 군현제는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를 갖추고 출발한 것이 아니라, 건국 직후부터 필요에 따라 가능한 지역에 군현을 설치하여 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지방 호족 세력의 반발을 무마하며 전국을 일원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중앙정부의 집권화 시책과 맞물려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제주의 탐라군 편제는, 곧 고려의 중앙정부에 정치적으로 종속되어 행정적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내용]

탐라군은 제주 지역이 군현 단위로서 지녔던 첫 읍호이다. 『고려사』 지리지는 고려의 지방행정 단위에 관한 제반 사항을 기록해 놓은 일종의 일람표인데, 여기에는 각 지방의 명칭이 삼국 시대부터 기재되어 있다. 제주의 경우는 1105년(숙종 10)에 탐라군으로 개편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탁라(乇羅)라고 불렸다는 기록이 보인다.

고려의 지방 행정 체계는 일부 군현 단위만이 중앙정부와 직접 연결되어 행정 업무를 처리하였고, 상당수 나머지 군현은 중앙정부와 직접 연결된 군현을 통해 업무가 이루어졌다. 이에 중앙정부와 직접 연결된 군현을 주현(主縣)이라고 하고 후자를 속현(屬縣)이라 불렀다.

탐라군으로 편제될 당시, 탐라군은 외관이 파견되지 않은 속현이었으나 한반도 육지부의 속현과는 달리 타 군현과 주·속현(主·屬縣) 관계를 맺지 않고 중앙과 직접 연결되는 주현과 같은 위상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제주 지역이 한반도 육지부의 연안에서 바다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격절성과, 장기간 자율적으로 운영되었던 탐라국의 존재로 인하여 형성된 역사적 경험 등의 특수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훗날 탐라현으로 개편되며 외관이 파견되어 명실상부 주현으로서의 위상을 획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