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서 전승되는 무조신 삼시왕에 관한 무속 신화인 동시에 그 신화를 노래하고 기원하는 제차.

[개설]

「초공 본풀이」는 굿하는 방식을 처음 시작한 무조신인 동시에 심방(무당)들의 무업(巫業)을 수호하고 보호하는 수호신 삼시왕의 내력담이다. 심방들은 이 삼시왕을 ‘당주’라고 하여 자신의 집에 모신다.

당주에는 심방의 기본 무구인 신칼과 산판·요령을 신체처럼 모셔 두는데, 제주 지역 심방들은 이 세 가지 무구를 ‘멩두’라 하고, 이를 자기들의 ‘조상’이라 부른다. 이 멩두에 무조신의 영력이 들어 있다고 믿으며, 무조신의 상징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초공 본풀이」는 무조신의 영력으로 좋은 운이 들어오기를 바라며 행하는 본풀이이다.

[구성 및 형식]

「초공 본풀이」는 큰굿 때 「일월맞이」 다음에 행해지는 제차이다. ‘멩두’를 올려놓은 초공상(初公床) 앞에서 심방이 먼저 굿하는 사유를 노래하고, 이어서 무조신의 내력을 노래한 다음 기원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내용]

지체 높은 임정국 부부가 황금산 절간에 불공을 드려 예쁜 딸을 낳자 이름을 자지명왕 애기씨라고 지었다. 자지명왕 애기씨가 열다섯 살 되던 해 부모는 하늘 옥황에 벼슬을 살러 가게 된다.

벼슬을 살러 가는 부모는 자지명왕 애기씨를 방에 가두고 문을 잠근 다음, 하녀에게 문구멍으로 밥을 주고 옷을 주도록 하고 떠난다.

이때 황금산 절간에서는 자지명왕 애기씨한테 시주를 받아 오는 자에겐 큰 상을 주겠다고 공론이 돌았다. 주자 선생이 자원하여 내려가서 요령을 세 번 흔들어 잠근 문을 열고 시주를 받다가, 자지명왕 애기씨의 머리를 세 번 쓸어 임신을 시키고 가버린다.

자지명왕 애기씨의 입덧이 심하므로 하녀는 부모를 불렀다.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자지명왕 애기씨를 집에서 쫓아낸다.

자지명왕 애기씨는 할 수 없이 주자 선생을 찾아갔으나, 중은 부부살림을 할 수가 없다며 딴 집에 살림을 차렸다. 얼마 후 자지명왕 애기씨는 아기를 낳는데, 9월 8일에 오른쪽 겨드랑이로 아들을 낳아 본멩두라 이름 짓고, 18일엔 왼쪽 겨드랑이로 또 아들을 낳아 신멩두라 이름 짓고, 28일엔 가슴으로 아들을 낳아 살아살축삼멩두라 이름 지었다.

이 세 아들이 글공부를 잘하여 삼천선비와 같이 과거를 보러 갔다. 그런데 삼천선비는 과거에 낙방하고 이 세 아들이 급제하자, 삼천선비가 중의 자식이 과거에 급제함을 시기하여 자지명왕 애기씨를 가두어 버렸다.

삼형제가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갇혀 있다. 아버지를 찾아가 대책을 물으니, 아버지는 신칼과 산판·요령을 주면서, 어머니를 살리려면 굿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형제는 악기의 신 ‘너사메너도령’을 찾아가 의형제를 맺은 뒤, 북·장구·징 등 악기를 만들고 굿을 시작하여 어머니를 살려 내고, 신칼로 양반들의 목을 베어 복수를 하였다.

이렇게 삼형제는 처음으로 굿하는 법을 마련하여 무조신인 ‘삼시왕’이 되었다.

[현황]

제주 지역 심방들은 지금도 굿을 하러 갈 때는 당주 앞에서 사유를 고하고, 멩두를 가지고 가서 기본 제상 앞에 무조신의 제상인 ‘공시상’을 놓고 그 위에 멩두를 올려놓고 굿을 한다. 또한 무조신인 삼시왕을 위해 매년 9월 28일부터 사흘간 굿을 한다.

[의의와 평가]

우리 나라 여러 지역에는 「초공 본풀이」와 비슷한 내용의 무속 신화가 「제석 본풀이」, 「제석풀이」, 「삼태자풀이」, 「세존굿(시준굿)」, 「제석굿」 등의 이름으로 분포되어 있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는 삼형제가 ‘삼불제석’이 되고, 삼형제의 어머니는 산신(産神)이 되지만「초공 본풀이」의 자지명왕 애기씨는 아무런 신책을 받지 못한다. 이는 제주 지역의 본풀이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들이 대부분 신격으로 좌정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