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2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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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住生活 |
영어음역 | Jusaenghwal |
영어의미역 | housing life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
집필자 | 김태일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에서 전통적으로 가옥을 기반으로 영위해온 주거 형태와 공간 배치 및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활.
[개설]
제주도의 주거 문화는 독특하다. 한국 본토의 민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을 하고 있다. 제주의 가옥은 대부분 ‘띠’로 지붕 전체를 얽어맨 초가(草家)이며, 초가의 평면은 ‘일자(一字)’형의 겹집으로 ㄱ자집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또한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안채), 밖거리(바깥채), 모커리(별채) 등으로 공간이 분할되며, 안거리와 밖거리에는 저마다 상방(마루), 구들(방), 정지(부엌), 고팡(곳간)이 있다. 그 분리된 공간 속에서 부모와 자식 세대의 독립적인 생활이 이루어진다.
이런 독특한 주거 문화를 형성한 배경에는 무속 신앙과 풍수지리, 바람 많은 기후에 대한 적응, 제주도에만 있는 특이한 가족 제도 등 여러 가지 문화적 요인이 담겨져 있다.
[내용 및 특징]
제주도의 주생활 중 가장 큰 특징은 안거리와 밖거리로 구분되는 공간 분할에 따른 생활 경제의 구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지방의 겹집은 예외 없이 단동일체형(單棟一體形)의 살림집이지만, 제주도는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 밖거리, 모커리 등으로 분리된 살림집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 민가는 ‘일자(一字)’ 겹집을 기본으로 하여 분할식으로 간 나누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을 넓히고자 할 때는 새로 한 채를 더 지어야만 했다. 그래서 안거리를 기준으로 하고 밖거리, 모커리 등은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로 구성해 나갔다.
자녀 세대가 결혼하고 경제력을 갖게 되면 부모 세대가 유지하여 왔던 가계(家計)를 이어받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게 되며 동시에 거처도 밖거리에서 안거리로 옮겨 한 가정의 가장으로 역할을 이끌어 갔던 것이 특징이다.
두 세대는 부엌과 장독대 등이 따로 마련되어 먹고 자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 경영을 두 단위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주거 단위로 보면 한 가족이지만, 경제 단위로는 두 가족이 사는 것이다.
[외부 공간 구성]
제주에는 다른 지역에는 없는 독특한 외부 공간인 올레와 정낭, 마당, 안뒤, 우영(밭), 통시 등이 있다. 제주 전통 민가에는 대문이 없고 대신 올레와 정낭이 있다. 올레는 길에서 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좁은 진입로인데, 반드시 곡선을 이루고 집안이 들여다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정낭은 정주목에 끼워놓는 세 개의 통나무이다. 정낭은 방목하여 키우는 소와 말이 집안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주인의 출타 여부를 이웃에게 알리는 신호로 쓰이기도 했다.
마당은 농사 작업 외에도 갖가지 가정의례가 치러지는 공간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와 밖거리가 배치되며, 최적의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두 세대의 독립된 생활이 이루어진다. 안뒤는 안거리 뒤쪽에 있는 폐쇄적인 공간인데 안주인인 여성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밧칠성’을 모시는 신성한 공간이기도 하다.
우영은 집 주위에 있는 텃밭인데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쉽게 공급하였고, 과일나무나 대나무를 심고 묘종을 재배하기도 하는 등 경제적으로 유용한 공간이다.
통시는 변소와 돼지막이 함께 조성된 제주의 전통 측간이다. 안거리 정지(부엌)와 멀리 떨어진 밖거리 옆 울담에 덧붙여 만들어지는데, 건물의 한 쪽 옆을 돌아가서 설치해 마당에서는 직접 보이지 않도록 했다.
제주 전통 민가의 외부 공간 구성은 사생활 보호와 척박한 자연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강인한 생활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내부 공간 구성]
상방을 중심으로 한편에는 구들, 다른 한 쪽에는 정지가 있는데, 구들에는 난방을 위한 공간인 굴묵(아궁이)이 붙어있고, 뒤쪽으로 고팡이 있다. 세칸집의 경우는 정지 내부에 작은 구들이 덧붙여지기도 하고, 네칸집은 작은 구들과 챗방(식사 공간)이 추가된다.
안거리와 밖거리에는 저마다 상방, 구들, 정지, 고팡이 있지만,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일(상방-문전신), 제사를 준비하는 일(정지-조왕신), 제수용 제수를 보관하는 일(고팡-안칠성) 등은 안거리에서만 할 수 있다. 친족의 일, 부조, 공동재산권, 당에 가는 일들 역시 안거리에 사는 사람들만 하는 등, 안거리는 밖거리에 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의의와 평가]
제주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나지막하고 옹기종기 군집(群集)을 이룬 마을 모습, 완만한 곡선과 높은 돌담의 집들, 대화의 장소이기도 하고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였던 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팽나무, 포제단 등등 독특한 자연 환경과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타지역과는 전혀 다른 삶의 공간과 독특한 경관을 이루어왔다. 제주의 주거 문화는 제주 지역의 자연 환경을 극복하고 이용하려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제주의 전통 건축이 사라져 가고 있으며 주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초가와 와가를 대신하여 철근콘크리트조의 고층 아파트가 자리매김하고 있고 울안의 가족공동체적인 성격이나 이웃 간의 교류 관계가 옅어져 가면서 변화된 생활공간만큼이나 사람들의 의식(衣食) 변화와 가치관도 변해 가고 있다.
21세기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독창성과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가장 제주적인 건축이야말로 가장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문화이고 세계적인 문화인 것이다. 국제적인 관광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제주 지역의 고유 문화 형성에 시각을 맞춘 건축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