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17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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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祭禮 |
영어음역 | jerye |
영어의미역 | ritual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
집필자 | 현용준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서 유교식으로 지내는 모든 제의(祭儀).
[개설]
남녀 모두가 무속식 제의를 지내다가 유학(儒學)이 들어와 남성 사회에 보급됨에 따라 남성들이 모든 조상 숭배 제의와 그에 관련된 제의를 유교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조상 숭배 제의의 중요한 것은 제사(祭祀)·각종 명절 때의 차례·묘제 등을 들 수 있다.
제사는 조상의 기일(忌日) 자시(子時)에 행하는 제의이고, 명절의 차례는 설·한식·단오·추석 때의 제의이며, 묘제(墓祭)는 5대 조부모 이상의 제의를 청명(淸明) 이후에 조상의 묘소에서 지내는 제의이다.
[특징]
제주의 제의는 『사례편람(四禮便覽)』을 중시하여 지낸다 하지만, 실은 『사례편람(四禮便覽)』의 기록과는 차이가 많다. 그 차이는 집에서 제사나 명절의 제의를 지낼 때에 문전제(門前祭)라 하여 문신(門神)에게 약식 제사를 지내고, 부엌의 신인 조왕에게 고사를 지내는 점, 명절 때의 제의가 차례가 아니라 제사 때의 제의와 꼭 같이 지내는 점, 축문(祝文)이 없는 점, 주부가 아헌관이 되지 못하고 오로지 남자 자손만이 제관이 된다는 점 등이다.
친족 집단은 제사 집단이라 해도 좋을 만큼, 그 임무에 제사·명절을 공동으로 지낸다는 특징이 있다. 친족의 최소 집단은 고조부모를 정점으로 한 자손의 집단으로서 흔히 ‘당내(堂內)’라고 불러왔다. ‘당내(堂內)’란 ‘집안’이라는 한자어인데, 제주에서는 ‘방상’ 또는 ‘방답’이라고 한다. ‘방상’은 고조부모의 자손들의 집단이니만큼 고조부모 이하의 자손들이 제사·명절을 같이 지낸다.
[제례 절차]
제주도에는 제사를 균분하여 지내는 지역과 장손만이 봉사하는 지역이 있다. 두 경우 모두 4대 봉사를 한다. 제사는 기일의 자시(子時)에 지내는데 그 전일 날이 저물면 제상을 설상(設床)한다.
제상은 둘을 차리는데 하나는 해당 조상의 제상으로 방에 병풍을 두르고, 큰상을 세워 상 위에 모든 제물을 올린다. 제물의 진설은 어동육서(魚東肉西)니 좌포우해(左脯右醢)니 과(果)는 홍동백서(紅東白西)니 하는 규칙이 있으나 가문가례(家門家禮)로 집안마다 다르다. 다만 차려야 하는 제물은 메, 갱(메와 갱은 행제할 때가 되어야 올린다.), 여러 가지 떡류, 쇠고기적, 돼지고기적, 바닷고기 구운 것, 메밀묵, 각종 채소와 과일[三果나 五果] 등 이다. 채소 중에는 고사리를 으뜸으로 쳐서 반드시 준비하여 위로 올린다.
이렇게 제물을 차린 제상에 촛불을 두 개 켜고, 지방(紙榜)을 써 붙인다. 그리고 그 큰상 앞에 향상(香床)이라 하여 작은 상을 놓아, 그 위에 모사(茅沙), 향로, 향합, 술 등을 올린다. 모사(茅沙)는 진짜 모사가 아니라 약 10㎝ 된 띠 세 개를 묶어 접시에 올리고 고사리 몇 개로 위를 덮은 것이거나 밀감나무 이파리를 세 개 따다 접시에 넣은 것이다. 이들 제상을 ‘몸상’이라 한다.
또 하나의 상은 작은 밥상 위에 위에서 말한 모든 제물을 겸하여 다 올리고 몸상 옆에 놓아둔다. 이 상을 ‘문전상(門前床)’이라 한다. 이렇게 진설하는 것은 주인 남자가 하는 일로서 진설이 끝나면 술을 부어 올려 재배를 한다.
자시가 되면 제를 행한다. 먼저 제사를 차린 집의 아들이 ‘문전상’을 상방의 대문 앞에 내어 놓아 혼자서 단헌(單獻) 단작(單爵)으로 제를 지내고 잡식(雜食)을 하여 제를 끝낸다. 문전제를 지낸 상은 부엌으로 넘겨진다.
몸상의 제관은 장손이 초헌관, 차손이 아헌관, 말손이 종헌관이 되어 몸상 앞 배석(拜席)에 일렬로 선다. 여기에 젊은 사람으로 예법을 아는 두 사람이 양집사(兩執事)가 되어 배석에서 재배를 하고 제를 모신 방에 들어가 양쪽에 선다. 헌관은 제사를 맡아 차리는 자손과는 상관이 없다.
제관과 집사는 관수를 하고 제를 지내는데, 먼저 초헌관이 강신(降神)을 하고, 이어서 초헌을 한다. 초헌의 술을 올리면 집사는 저(箸)를 채소 위에 내려 걸친다. 다음 아헌관이 아헌을 하는데, 집사는 역시 저를 다른 데로 옮겨 걸친다. 제주의 예법을 보면 『사례편람(四禮便覽)』에 준거한다 하면서도 주부가 아헌을 하는 일이 없다. 종헌관의 종헌을 할 때에도 집사의 하는 일은 마찬가지다. 다음은 첨작(添酌)을 하고, 이어서 메의 뚜껑을 열고 삽시(揷匙)를 하고 숭늉을 올려서 집사가 3숟가락 메를 떠 숭늉에 넣어 합문(閤門)을 한다. 잠시 후 개문을 하여 집사가 들어가 갱과 술을 조금씩 떠 숭늉 그릇에 넣어 제를 끝마친다.
제사가 끝나면 참례한 남자들이 모두 차례차례 재배를 한다. 배례가 끝나면 집사는 지방을 떼어 모사 위에서 불사르고 잡식을 한다. 제주의 제사는 끝에 잡식을 하는 데 특색이 있다. 제사에 올린 모든 음식을 조금씩 뜨거나 끊어서 숭늉 그릇에 넣어 이것을 지붕 위에 올리는 것이다. 제사 다음날 아침 까마귀가 와서 그 던진 음식을 먹으면 제사가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문전제를 지낸 문전상이 부엌으로 넘겨지면 주부는 이를 받아 그 상에 올려진 모든 제물을 조금씩 뜨거나 끊어서 사발에 넣고 부엌의 솥 뒤에 숟가락으로 떠 던진다. 문전제가 집안을 지켜 주는 문신(門神)에 대한 제라면 이것은 부엌을 지켜 주는 조왕신에 대한 고사이다. 이렇게 하여 제의가 끝나면 참석자 일동이 앉아서 음복을 하는 것으로 제사는 모두 끝난다.
문전신이나 조왕신은 모두 무속제의(巫俗祭儀)에서 위하는 신인데. 조상 숭배가 유교식으로 바뀌어도 이 중요한 가신(家神)만큼은 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여 유교식 제사에서도 위하는 것이다.
[명절 의례]
명절은 설, 한식, 단오, 추석을 4대 명절이라 하여 지내왔다. 그러나 한식과 단오는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자 명절로 지내지 않게 되었다. 명절은 하향식(下向式)과 상향식으로 나눌 수 있다.
하향식이란 고조부모로부터 부모까지 맨 위 조상에서부터 아래 조상까지 순서대로 차례차례 지내 내려오는 방식이요, 상향식이란 부모의 의례 등 각 집에서 맡은 명절의 의례를 지내고서 윗대 조상의 명절 의례를 모시는 집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그러면 고조부모의 명절을 맡은 집안의 명절은 맨 마지막에 모든 자손들이 모인 가운데 지내게 된다. 이 마지막의 명절을 ‘큰멩질’이라 한다. 반명 하향식 방식에선 맨 먼저 지내는 집안의 명절이 ‘큰멩질’이 된다.
하향식의 명절은 큰멩질을 맡은 집안의 의례는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 4번의 명절 의례가 있는 셈이 된다. 그러니 고조부모의 명절 의례부터 지내기 시작한다. 병풍을 두르고, 큰 제사상을 세우고, 고조부모의 지방을 써 붙이고 하여 마치 제사 때와 같이 의례를 지낸다. 참가한 친족들이 배례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전제는 처음 한 번만 지내면 된다.
고조부모의 명절 의례가 끝나면 모든 제물을 설거지하고, 집사는 행주로 제상을 닦아 다음 진설준비를 한다. 주부나 여자들은 고조부모 명절을 지낸 제물을 한 쪽으로 정리하고, 다음 명절을 지낼 제물을 그릇을 닦아서 새로 고여 놓는다. 이 새로 제물을 차리는 것을 ‘새로 궵시한다’고 한다. 새로 궵시할 때에는 이미 사용했던 것을 재사용하는 일은 없다.
이번에는 집사가 새로 궵시한 제물을 올려 증조부모의 지방을 붙이고 제의를 지낸다. 삼헌관이 서서 제사 지내듯 절차를 밟아야 함은 마찬가지다. 증조부모의 명절 제의를 지낸 다음은 또 새로 궵시한 제물을 올려 조부모에 대한 의례를 지내고, 다음은 부모에 대한 의례를 같은 방식으로 지낸다. 모든 조상의 의례가 끝날 때마다 친족들이 배례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큰멩질 하는 집안의 명절이 끝나는 것이다. 그 후에야 일동이 음복을 한다.
이렇게 명절을 지내다 보면 아침 일찍 시작해도 큰멩질이 반나절이 걸려 버린다. 큰멩질을 지낸 친족 일동은 다음 멩질 집으로 이동한다. 증조부가 형제면 아우가 되는 증조부의 집안으로 가는 것이다. 이 집에는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의 명절 제의가 있게 마련이다. 이 집안에서도 문전제를 지내고, 조상에 대한 명절을 시작하는데, 3번의 명절 제의를 지낸 후에야 음복을 하게 된다.
다음은 조부모의 형제 집안으로 친족 일동이 이동한다. 이 집안에서는 조부모, 부모의 명절이 있는 셈이다. 이 집안에서 2번의 명절 제의를 지낸 후, 음복을 하고, 친족 일동은 다음 명절 집으로 이동한다. 가령 조부모가 형제면 막내 조부모의 명절을 지내러 가는 것이다. 이 집안도 조부모, 부모의 명절이 있다. 그러니까 2번의 명절의례를 지내고, 다음 명절 집으로 이동을 한다. 이번에는 아버지 대의 명절로 옮기는 것이다. 아버지 대가 삼형제라면 3집안을 돌며 같은 방식의 의례를 지내고 음복을 한다.
이렇게 명절을 지내다 보면 거의 해가 저문다. 하루 종일 명절 제의를 하고, 절하고 먹고 하며 날을 보내는 것이다. 이런 식의 명절 방식이 약 20년 전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이런 방식에 젊은 층에서 이의를 제기하여 요즘은 한 집에서 한꺼번에 명절을 지내고 있다. 그래도 아침에 시작해서 명절이 끝나려면 오후 2~3시가 넘는다.
상향식은 보다 약식으로, 부계 8촌의 집안을 다 돌려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자기네 부모의 의례는 따로 하고, 그 다음 윗대의 조상의 명절 제의만 같이 지낸다. 이렇게 하면 부모의 명절만 지내는 집안이 많으니까 시간이 훨씬 절약 된다. 그 대신 고조부모의 명절 곧 큰멩질 집에는 8촌 이내의 자손이 다 모이니 그 수는 굉장히 많게 된다.
상향식의 명절 방식을 취하는 ‘방상’은 그만큼 많이 번창한 가문에서 시행하고 있다. 한편 이 방식을 취하면 ‘방상’의 유대·단결이 하향식 방식을 취하는 ‘방상’보다 취약해진다고 하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왜냐 하면 부모의 명절만 있는 분파된 방상의 집에는 그만큼 친족들의 모임이 적어지고, 대화의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묘제]
묘제는 청명 후에 각 대의 조상의 묘 앞에서 지내는 제사이다. 이 묘제를 지내려고 하면 먼저 토신제(土神祭)부터 지낸다. 제물은 제사 때 차리는 것과 같다. 묘소 우측 뒤에 있는 토신 제단에 진설을 하고, 단헌(單獻) 단작(單爵)으로 축을 고하며 간단한 제의를 지낸다. 축문의 내용은 누구의 몇 대 조부모의 묘제를 지내니 토지지신은 잘 보호해 달라는 내용이다.
토신제가 끝나면 묘제의 본제를 지내는데, 제물의 차림이나 행제 방식이 제사와 동일하다. 그런 후 음복을 한다. 근래에는 묘제 때에 그 자손들의 참석이 적으므로 약력 4월 휴일인 일요일마다 각 묘소의 제일을 정하여 자손들을 많이 참석하게 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이상을 종합해 보면 제사·명절은 부계 원리를 조장하는 기회가 되고, ‘방상’의 유대 강화가 돈독해지며, 효의 사상을 한층 강화하는 행사라 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은 제사·명절의 제물을 차리는 이외는 조상에게 배례도 못하는 열외의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