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1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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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梁判官 |
영어음역 | Yangpangwan |
영어의미역 | Magistrate Yang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동 |
집필자 | 허남춘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동에서 전해 내려오는 도둑을 물리치고 판관이 된 양씨 이야기.
[개설]
「양판관」은 힘은 세나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남자가 현명한 아내를 맞이하여 판관이란 높은 벼슬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육지의 여러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형적인 영웅담과는 다르게 민중의 소박한 심성이 배어 있는 이야기이다.
[채록/수집상황]
1980년 1월 제주시 노형동 광명마을에 사는 양형회(남, 56세)가 구연한 것을 현용준이 채록하여 1981년에 출판한 『한국구비문학대계』9-2(-제주도 제주시편-)에 실었다. 같은 이야기가 1985년에 출판한 『제주도 전설지』에도 실려 있다.
[내용]
옛날 오라리(지금의 오라동)에 양씨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 밑에서 자라면서, 사랑을 못 받는다 하여 엇나가더니 부랑아가 되었다. 그러나 힘은 장사여서, 고기가 먹고 싶으면 남의 목장에 들어가 몰래 말을 반죽음시켜 놓고 말이 병든 것 같다고 하면서 잡아먹기 일쑤였다.
성장하여 장가를 갔는데, 그 부모가 밉다고 집 한 채도 마련해 주지 않았다. 어느 날,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집 한 채를 마련해 주면 남편 버릇을 고쳐 보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집을 마련해 주자 며느리는 남편인 양씨한테, 다른 일은 하지 말고 장기와 바둑만 두면서 놀라고 하였다.
바둑과 장기도 하루 이틀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무료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양씨는 아내한테, “나도 이젠 일도 한번 했으면 좋겠네.” 하였다. 아내가 “일은 무슨 일, 그냥 놀아요.” 하자, “아니야, 너무 심심해. 나도 뭐 이만한 육신을 가지고 이렇게 건강한데 소나 한 마리 가지고 열심히 일했으면 좋겠네.” 한다.
그래서 양씨 아내는 다시 시아버지한테 가서 소 한 마리를 얻어 왔다. 양씨는 예전과 달리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일하는 틈틈이 활 쏘는 데 재미를 붙여서 또 열심히 연습하여 선달 벼슬을 땄다.
그즈음 육지 어느 산에서 도적떼가 기승을 부리자, 누구든 도적떼를 소탕하면 큰 벼슬을 내리겠다는 방이 붙었다. 양선달이 육지로 가서 도적을 잡겠다고 하자 모든 사람이 다 말렸으나, 아내만은 갔다 오라고 하였다.
가서 훈련을 받는데, 양선달의 활솜씨가 제일 좋았다. 이윽고 도적떼를 잡으러 갈 날이 왔으나 아무도 포도대장을 안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양선달이 냉큼 포도대장을 하겠다고 나서니까 육지 관리들은 속으로, ‘어차피 도적떼한테 가면 죽을 테니까’ 하면서 “그래, 네가 포도대장을 해라.” 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양선달은, “포도대장까지 해보았으니 도둑을 잡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하였다.
그리고 씩씩하게 산 속으로 가더니, 어떻게 했는지 도적떼들을 몽땅 사로잡아 가지고 내려왔다. 나라에서는 속으로 ‘아니, 제주놈이 원래 이렇게 무서웠구나.’ 하면서, 혹시 육지에 있으면 나라에 해가 될 일이라도 저지를까 무서워서, 얼른 판관이란 벼슬을 내리고는 제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양판관」은 『삼국사기(三國史記)』의 「온달전」과 같은 이야기로, 부랑아로 자란 양씨라는 인물이 아내의 지혜로 탁월한 능력을 드러낸다는 민담이다. 판관이란 높은 벼슬에 오르기까지의 일화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가 대체로 영웅의 일대기에 비근하다. 고귀한 혈통이나 기아와 같은 모티프는 나타나지 않지만 민중적 영웅담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