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1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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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世經本- |
영어음역 | Segyeong Bunpuri |
영어의미역 | Shamanic Epic Narration of Segyeongbo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민요와 무가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
집필자 | 현용준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서 전승되는 무속 신화인 동시에 그 신화를 노래하고 기원하는 제차.
[개설]
「세경 본풀이」 농경신으로 좌정한 자청비와 문도령, 정수남 세 명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하여 풀어 나가는 무속 신화이다. 특히 우리 민족에게 오곡씨가 전해져 농사를 짓게 된 경위가 들어 있어 우리 민족의 농경 기원 신화로도 볼 수 있다.
제주 큰 굿 때 ‘시왕맞이’ 다음의 제차로 행해지는데, 심방이 주로 농사와 가축의 풍년과 번성을 기원하기 위해 구송하는 본풀이로서, 다른 본풀이와 달리 길이가 무척 길고 내용이 풍부해서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구성 및 형식]
다른 본풀이 제차와 마찬가지로 평복 차림의 심방이 기본 제상 앞에서 앉아서 장구를 치면서 농경신의 내력을 노래한다. 먼저 굿을 하는 이유를 노래하고, 이어서 본풀이를 한 다음 기원을 하고 굿을 끝낸다.
[내용]
주년국 주년뜰에 김진국 대감과 조진국 부인이 부부를 이루어 살았다. 늦도록 자식이 없어 걱정을 하던 중 동개남 은중절 화주승이, "우리 절 부처님이 영험하니, 백미 일백 석에 물명주 강명주 초록명주와 은 백 근 열 냥을 정성껏 준비해서 수륙재를 들이소서.“ 한다.
좋다고 하고 스님이 얘기한 대로 준비한 다음 동개남 은중절로 향했는데, 가는 길이 힘들어 발이 콩꼬투리같이 부풀어 갔다. 그 때 서개남 무광절 스님이 지나다가, “그런 일이라면 멀리 갈 일 없이 우리 무광절에 수륙재를 들이십시오. 우리 절에 정성을 올려 덕을 본 사람이 여럿입니다.” 한다.
“그렇거든 그리 하십시오.” 하고 김진국 부부는 서개남 무광절에서 수륙재를 들였다.
동개남 은중절에서 부부를 기다리던 스님이 그 사실을 알고서 덜컥 화를 냈다. “괘씸하다. 우리 절에 와 정성을 올리면 아들 자손을 점지받을 터인데 일을 이리 하는구나.”
그리하여 석달 열흘 뒤에 조진국이 아기를 낳으니 앞이마엔 해님, 뒷이마엔 달님, 양 어깨에는 샛별이 오송송히 박힌 듯한 여자 아이였다. 김진국 부부는 아이 이름을 자청비라 하였다. 같은 날 같은 시에 집 안의 하녀 정술데기는 아들을 낳아서 이름을 정수남이라 하였다. 그의 탄생은 동개남 은중절 부처님의 조화였다.
자청비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났다. 용모는 여자인데 행동하는 것은 남자와 같았다. 얌전하게 있기를 싫어하고 이 일 저 일 참견이었다. 상다락에 상단클, 중다락에 중단클, 하다락에 하단클을 놓고서 비단을 짜는데 그 솜씨가 또한 남달랐다.
이와 달리 자청비와 한날한시에 태어난 정수남은 허우대는 멀쩡한데 틈만 나면 빈둥거리고 낮잠을 자기 일쑤였다.
“어휴, 저 더럽고 게으른 녀석!” 하고 아무리 타박해봤자 헛일이었다.
어느 날 자청비가 상다락에서 베틀을 짜는데, 곁에 온 하녀의 손이 너무 고와 그 이유를 물으니 빨래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청비는 아버지 입던 옷, 어머니 입던 옷, 자기가 입던 옷에다 하인들이 입던 옷까지 모두 걷어서 주천강 여울로 빨래를 나갔다.
자청비가 한창 빨래를 하고 있는데 하늘 옥황 문곡성 문도령이 글공부를 나가다가 그 모습을 보고 홀딱 반했다. 그리하여 자청비한테 다가가서 물 한 바가지를 청하여 먹는데 자청비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 도령입니까?"
"나는 하늘 옥황 문선왕 아들 문곡성 문도령입니다. 물 아래 거무선생한테로 글공부 가는 길입니다."
“그렇거든 잘 됐습니다. 우리 집에 나하고 같이 생긴 남동생이 글공부를 가려고 동행을 찾던 참인데 벗삼아서 함께 가면 어떻겠습니까?"
"그리 하십시오."
자청비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 어머니, 글공부를 시켜 주세요. 물 아래 거무선생한테로 글공부를 가렵니다." 하고는 그 길로 여자 옷을 벗고 남자 옷으로 갈아입고 문도령한테 갔다.
"나는 주천뜰 자청도령입니다. 우리 누이가 빨래를 하다가 글공부 가는 문도령을 만났다며 함께 가라 했습니다."
"내가 문도령입니다. 아까 만난 아가씨와 얼굴이 똑같군요."
"한 배에 난 돼지도 생김이 같고 동백나무 마디를 쪼개 봐도 똑같은 법이니 한 부모에게서 난 자식이 어찌 아니 닮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문도령과 자청비는 거무선생한테 찾아가 삼천 선비와 더불어 3년을 기약하고 글공부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거무선생의 명으로 한 방에서 글을 읽고 한 방에서 잠을 자고 한 솥의 밥을 먹으며 지냈다.
그렇게 삼 년 공부가 끝날 무렵 문도령에게 편지가 왔는데, 그만 공부하고 와서 서수왕 따님하고 혼인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문도령이 떠나려고 하니 자청비도 같이 오면서 자기가 여자임을 밝힌다.
두 사람은 자청비 집에 와서 하룻밤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다음 날 떠난 문도령이 소식이 없다.
어느 날 자청비는 정수남에게 땔나무를 하러 보냈다. 정수남은 땔감을 하러 갔다가 몰고 간 소 아홉 마리, 말 아홉 마리가 굶어 죽자 이를 다 잡아먹고는 집으로 돌아와, 문도령이 노는 것을 구경하다 이 지경이 되었다고 속인다.
자청비는 자기도 가서 문도령을 만나겠다고 하여 같이 갔다가 정수남이 겁탈하려 하므로 정수남을 죽이고 돌아온다. 부모가 이를 알고 욕을 하자, 서천 꽃밭에 들어가 환생꽃을 가져다 종을 살려낸 뒤 남장을 하고 집을 떠났다.
자청비는 천신만고 끝에 하늘로 올라가 문도령을 만난 뒤 혼인을 하였다. 그런데 하늘 옥황의 선비들이 병란을 일으켜 문도령을 죽여 버린다. 자청비는 다시 서천 꽃밭으로 가서 환생꽃과 멸망꽃을 얻어다가 문도령을 살려내고 멸망꽃으로 병란을 평정했다.
하늘 옥황에서는 땅 한 조각, 물 한 조각을 상으로 줄 터이니 세금 받고 살라고 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오곡씨를 달라고 하여 받고 남편과 같이 지상에 내려왔다. 그리하여 문도령은 ‘상세경’, 자청비는 ‘중세경’, 정수남은 하세경이 되어 농사의 신으로 사람들을 도우며 살게 되었다.
그런데 자청비가 하늘에서 메밀씨를 깜빡 잊고 안 가져와, 뒤에 다시 올라가 받아오느라고 지금껏 메밀이 다른 곡식보다 늦게 된다고 한다.
[생활민속적 관련사항]
「세경 본풀이」에서 자청비는 곡모신·지모신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목축신으로 좌정하는 정수남이 농경신인 자청비의 집 남종인 것은, 농사를 지을 때 소와 말이 쓰이는 것과 관계가 있다.
신화는 전반적으로 사랑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청비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는 생산과 번식의 문제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배경으로 보인다.
[의의와 평가]
「세경 본풀이」는 제주도 무가의 문학적 가치를 보여 주는 사례로서, 장편 서사시의 존재 양상과 무속 서사시의 본디 모습 등을 알게 해주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함흥 지역의 「문굿무가」와 유사한 줄거리의 무가로서, 이야기와 노래를 섞어서 연출하는 중국의 강창문학(講唱文學)과의 연관성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