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0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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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理由 |
영어음역 | Badanmuri Jjan Iyu |
영어의미역 | Reason Why Sea Water Is Salty; Th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화북동 |
집필자 | 고경림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화북동에서 전해 내려오는 바닷물이 짜게 된 유래담.
[개설]
「바닷물이 짠 이유」는 바닷물이 왜 짠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유래담이다. 그러나 욕심 많은 형과 착한 동생 이야기를 삽입하여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며 권선징악이란 교훈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채록/수집상황]
1959년 8월 제주시 화북동에 사는 양배동의 부친(남)이 구연한 것을 양배동(남, 고2)이 조사한 내용으로, 1996년 출판된 『제주도 민담』에 실려 있다.
[내용]
옛날 어느 동네에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은 논도 많고 돈도 많아 부자로 잘 사는데, 동생은 가난하여 끼니도 잇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형의 심보가 어찌나 나쁜지, 다른 사람에게는 논 소작을 주면서도 동생이 가서 “몇 마지기만 소작하게 해주십시오.” 하고 사정을 하면, “쳐다보기도 싫다. 저리 가라. 너는 병신 같아서 논 소작을 주면 다 망쳐.” 하고 욕만 할 뿐 논 소작을 주지 않았다. 그래도 농번기 같은 바쁜 시기에 동생이 가서 일을 해주면 좋아라 하며 잘 한다고 하면서도 품삯을 줄 때는, “동생이 성님네 일을 하고 남들처럼 삯을 받느냐.” 하면서 남보다 적게 주었다.
어느 해 섣달그믐이었다. 내일이 설날인데 동생네 집에는 쌀 한 되 없고 아이들 입힐 옷도 없어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너무나 딱해서 아내가,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떻게 삽니까? 우리야 견딜 수 있지만 아이들 굶는 게 걱정이니 형님한테 가서 쌀 몇 되만 빌려 오십시오.” 하고 말했다. “형님이 나만 보면 욕을 하는데 쌀을 주겠는가?” “쌀을 줄지 안 줄지 가서 사정은 해봐야 할 거 아닙니까?” 아내의 말에 할 수 없이 형님을 찾아갔다. 형님 집에서는 내일이 명절이라고 소를 잡는다 돼지를 잡는다 야단이었다. 동생은 겨우 형님을 만나 “집에 쌀이 한 줌도 없어서 왔습니다. 형님께서 크게 마음을 쓰셔서 쌀을 몇 되만 주십시오.” 하고 간청했다.
형님이 야단을 칠거라고 걱정했는데 의외로, “내 말만 잘 들으면 쌀을 주마.” 하고 쉽게 말한다. 동생은 마음속으로 무척 기뻐하며 형님이 시킬 일을 기다렸다. 그런데 밤이 되어 캄캄해질 무렵이 되니 형님이 와서 말했다. “이 산 넘어 어느 산골짜기에 가면 굴이 있다. 그 곳에 이 쇠다리를 지고 가서 놓고 와라. 그렇게 하면 쌀을 주마.” 그런데 그 산골짜기에 있는 굴은 호랑이 굴이어서 동생이 갔다가는 죽을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동생은 그런 줄도 모르고 쇠다리를 짊어지고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동생은 캄캄한 산길을 걷다가 그만 길을 잃어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당황한 동생은 어쩔 줄 모르고 앉아서 탄식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불빛이 비치는 초가가 보였다. “옳지, 저 집에 가서 물어 보자.” 하고 그 집을 찾아가 주인을 찾았다. 몇 번 주인을 부르자 백발 노장이 나와서 “밤중에 이 깊은 산중에는 무엇 하러 왔는가?” 하고 물었다. 자초지정을 이야기하니 노인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굴을 찾아가면 호랑이 한 마리가 문을 지키고 있을 테니, 그 호랑이에게 쇠다리를 주거라. 호랑이가 쇠다리를 갖고 안으로 들어가면, 그 틈에 거기에 있는 천인기라는 기계를 가지고 얼른 도망쳐 나와라.” 하며 길을 가르쳐 주었다.
동생은 노인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갔다. 과연 굴이 있고 호랑이 한 마리가 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 호랑이에게 쇠다리를 주니 반갑게 받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동생이 주위를 살펴보니 노인의 말대로 이상한 기계가 있어서, 그것을 가지고 얼른 도망쳐 백발 노장이 있는 집으로 달려왔다. 노인은 그 기계가 밥이든 옷이든 금은보화든 소원하는 것을 말하며 오른쪽으로 돌리면 나오고, 왼쪽으로 돌리면 멈춘다고 사용 방법까지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동생이 고마움 마음에 넙죽넙죽 절을 하고 일어서 보니, 집도 없어지고 백발 노장도 사라지고 없었다. 동생은 ‘산신령이 도와준 것이로구나.’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와 “밥 나와라.” “옷 나와라.” 하며 기계를 돌려 설을 풍족하게 쇠고 부자가 되었다.
한편, 형은 명절을 쇠고 나서도 동생이 오지 않자 ‘녀석이 드디어 죽었구나’ 하면서, 동생네 집은 명절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가 바깥에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동생이 멀쩡하게 살아서 비단옷을 입고, 아이들도 자기 자식들보다 더 좋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모르는 척 집에 돌아와, ‘그 놈이 어떻게 하여 부자가 되었나’ 하고 이웃에 알아보았더니 벌써 소문이 퍼져 있었다. 형은 놀라고 분하여 동생 집을 찾아갔다. 들어가면서부터 야단을 치기 시작했다. “네 이놈, 심부름을 시켰으면 갔다 왔다고 말이나 했어야지.” “아이고, 형님. 죄송합니다.” “너, 심부름 갔다가 밥 나오는 기계를 주워 왔다고 하던데 사실이냐?” “예, 밥만 아니라, 무엇이든 나와라 하면 나옵니다.” “그거 내가 열흘만 빌리마.” “예, 그렇게 하십시오.” 동생은 기계의 조작법을 잘 설명하고 빌려 드렸다.
형은 기계를 집에 가지고 가서 “밥 나와라.”, “떡 나와라.”, “옷 나와라.” 하며 별짓을 다하다가, 이렇게 신기한 기계를 열흘이 되어 동생이 찾아가 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찾아가지 못하도록 도망가야겠다.’ 이렇게 마음먹고는, 어느 나라에 소금을 싣고 가서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 떠올라 소금을 싣고 가기로 했다. 그래서 기계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소금 나와라.” 하니까 소금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금을 한 배 가득 실을 심산으로 소금이 계속 나와도 기계를 잠그지 않았다. 소금이 배에 가득하고 철철 넘치면서 배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제야 형은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외치다가 당황하여 기계 잠그는 법을 잊어버렸다. 형은 배와 함께 물에 잠겨 죽고 말았다. 그 때의 천인기가 지금도 바다 속에서 소금을 만들고 있어서 바닷물이 짜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전승되고 있는 이야기의 하나가 바닷물이 왜 짜게 되었는지를 말해 주는 짠 바닷물 유래담이다. 도둑이 신기한 맷돌이나 절구를 훔쳐 배에 싣고 도망치다가 큰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소금 나오는 주문을 외웠는데, 그만 배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아 버렸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제주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바닷물이 짠 이유」에는 맷돌이 신기한 천인기로 바뀌어 있고, 욕심 많은 형이 동생을 죽이려고 호랑이 굴에 보낸다는 앞부분이 추가되어 새롭게 재구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