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06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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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濟州- |
영어의미역 | Stone wall of Jeju |
이칭/별칭 | 담,울담 |
분야 | 지리/자연 지리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
집필자 | 정광중 |
[개설]
제주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돌담은 제주 선민들의 생존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돌담은 제주도를 먼저 살다가 떠난 제주 선민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잘 활용하라’는 유언장(遺言狀)과도 같은 존재로서,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의미체라 할 수 있다.
또한 돌담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미학적(美學的) 요소이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다른 요소들, 즉 한라산과 오름, 청정바다, 해녀, 초가집, 감귤, 돌하르방과 더불어 제주도의 미학을 상징한다. 까만 돌담이 줄기차게 얽혀서 이어지는 가운데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 그것은 제주도만이 가진 색깔이자 음색(音色)이다.
[곳곳에 위치한 생활 울타리]
제주도에서는 발길 닿는 곳마다 길게 이어진 돌담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제주도를 방문했던 선비는 끝없이 이어지는 제주도의 돌담을 보고 ‘흑룡만리(黑龍萬里)’라 표현하기도 하였다.
특히 눈에 띄는 돌담은 경작지 사이에 쌓아놓은 밭담, 집 주위를 에워 쌓은 집담 그리고 무덤 주위에 쌓아놓은 산담, 밭 한쪽에 길게 쌓아 두고 성담처럼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한 잣담이 있다.
바닷가 연안에 일정한 너비와 높이로 쌓아놓고 고기를 가두어서 잡는 원담(또는 갯담), 조선시대에 소와 말을 키우는 데 필요한 목장 울타리용으로 쌓아놓은 잣성,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에 제주목·대정현·정의현 등 읍성(邑城)과 군 주둔지였던 진성(鎭城)에 쌓은 성담, 고려 말에서 조선에 걸쳐 왜구 등을 막는 데 활용되던 환해장성(環海長成) 등이 있다.
또한 올렛담(큰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의 돌담), 우영담(택지 옆에 붙어있는 텃밭의 돌담) 또는 통싯담(돼지우리를 둘러놓은 돌담)처럼 돌담이 쌓인 장소나 위치에 따라 불리는 명칭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들도 있다.
돌담의 기능은 돌담이 쌓여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 집담은 집의 울타리로서 외부인의 시선으로부터 집안 내부의 모습을 차단하고, 강풍이나 태풍이 불어올 때는 바람의 강도를 낮추어 바람의 피해를 줄이고, 평소에는 지나가는 우마 등 가축이 마당 안으로 들어와서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또한 해안에 아주 인접한 가옥인 경우에는 파도에 의한 염해(鹽害)를 막는 기능도 있다.
밭담은 경작지의 소유를 구분함과 동시에 우마 등 가축들로부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산담은 원래 사자(死者)의 영혼이 깃드는 공간 혹은 사자의 생활공간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이와 함께 우마의 피해와 산불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밭 한쪽에 길게 쌓아놓은 잣담은 근본적으로는 경작지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돌들을 한쪽에 쌓아두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돌의 양이 워낙 많다보니 먼 곳으로 치우지 못하고 옆 밭과의 경계를 구분 짓는 돌담에 의지하여 쌓아두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잣담도 여름이나 가을철에 비가 많이 내리던지, 장마가 지속될 경우에는 농작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통행로로 이용하며, 또한 평소에는 농기구나 작업복 및 점심 바구니 등을 놓아두는 용도로도 이용된다. 제주인들은 이런 잣담길을 보통 잣질(잣길)이라 부른다.
원담 또는 갯담이라 불리는 어로 시설은 얕은 바닷가 연안에서 주변의 지형지물과 연결하여 1m 내의 높이로 쌓은 돌담인데, 이것은 보통 밀물을 따라 연안으로 들어온 고기떼가 원담 안에서 유영하며 놀다가 썰물이 되어 바닷물은 빠지고 고기들은 얕은 물 속에 갇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잣성은 잣 또는 잣담이라고도 하는 데, 이 돌담은 조선시대 때 중앙에서 사육하는 말과 소를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방목하며 키우기 위한 울타리 역할을 했다. 잣성과는 시대적으로 조금씩 다르나, 환해장성을 비롯하여 3개 지역에 쌓여졌던 읍성이나 9개의 군 주둔지(화북, 조천, 별방[하도], 수산, 서귀포, 모슬포, 차귀[고산], 명월, 애월)였던 진성에는 돌로 석성(石城)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정교한 돌담으로 이루어진 성담은 왜구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주도 내를 빙 둘러가며 요새지마다 쌓은 것이다.
[한 줄로 쌓은 돌담과 두 줄로 쌓은 돌담]
돌담의 외견상 형태는 외담과 겹담으로 나눌 수 있다. 외담은 담을 한 줄로 쌓아올린 것을 말하고, 겹담은 두 겹으로 쌓아올린 돌담을 말한다. 보통 일반적인 용도의 돌담은 외담의 경우가 많고 다소 특수한 용도를 띠는 경우에 겹담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밭담, 집담, 올렛담, 우영담 등은 대부분 외담의 형태로 쌓고 산담, 잣담, 잣성, 원담, 성담(읍성, 진성) 등은 겹담으로 쌓아 놓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돌담을 쌓는 데는 겹담으로 쌓는 것이 시간과 경비와 노력이 더 많이 들며, 따라서 적어도 길이에서는 외담보다도 훨씬 짧게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겹담의 경우에는 특수한 목적을 배경으로 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주 견고하고 또 외담보다 훨씬 높게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겹담의 형태로 산담, 원담, 잣담, 잣성, 성담 등을 쌓는 경우에는 겹으로 쌓은 양쪽 돌담 사이에 잡석(雜石)들을 집어 넣어 더욱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며 쌓는 양식을 취하기도 한다.
돌담을 쌓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외담과 겹담 외에 잡굽담이라는 형태도 있다. 잡굽담은 하단부(보통 아래쪽을 ‘굽’이라 함)에 일정한 높이(약 30~60㎝)까지 작은 돌로 쌓은 다음, 그 위에 큰 돌로 쌓은 돌담을 말한다.
잡굽담이라는 말을 그대로 풀이하자면, ‘굽’에 잡석을 깔고 쌓은 담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통상 아래쪽에는 작은 돌들을 깔기 때문에 그 위로 큰 돌을 쌓아올릴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폭을 유지해야만 한다. 잡굽담은 보통 집담, 올렛담 그리고 주택 가까이에 위치하는 밭담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돌담을 쌓는 방식]
제주도의 돌담을 쌓는 방식에는 바른층 쌓기(성층 쌓기), 막쌓기(허튼층 쌓기), 다이아몬드식 쌓기 등이 있다. 먼저 바른층 쌓기란 돌을 위로 쌓아 올리면서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돌을 서로 맞물리며 겹치게 쌓는 방식을 말한다. 그리고 돌을 위로 쌓아갈 때는 돌과 돌을 연결한 이음새의 중앙에 윗돌을 계속해서 얹히는데, 궁극적으로 아래쪽의 돌과 위쪽의 돌은 항상 이음새를 중심으로 한자의 ‘품(品)’ 자 형태를 유지하며 쌓아나가는 방식이다.
바른층 쌓기는 기본적으로 돌을 어느 정도 가공해야만 쌓기도 수월하고, 또 원래의 목적인 쓰러짐이나 무너져 내림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최근에 많이 활용되는 사례를 보면, 돌을 거의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 모양으로 가공한 다음에 쌓는 방식이 주가 되고 있다. 이런 바른층 쌓기는 현대식 건물 벽이나 야외 공원 또는 도로변 등에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막쌓기(허튼층 쌓기)는 말 그대로 자연적인 형태의 크고 작은 돌들을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활용하여 쌓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막쌓기에는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석을 거의 그대로 쌓기 때문에, 돌과 돌의 맞물리는 틈새에 크고 작은 구멍들이 생겨난다.
이러한 막쌓기는 제주도 내에서도 가장 많이 활용되는 전통적인 돌담 쌓기 방식이며, 돌담 사이에 생겨난 크고 작은 구멍은 강풍이나 태풍이 불었을 때 강도를 한층 낮추는 기능을 한다. 보통 한 줄로 쌓아올리는 밭담은 막쌓기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잡굽담도 돌담 쌓기 방식으로는 막쌓기의 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막쌓기의 단점은 대개 한 줄로 쌓아올리기 때문에 높게 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식 쌓기는 돌을 가공하여 다이아몬드(마름모꼴) 형태로 계속 연결시키며 쌓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도입된 방식으로, 새로 만든 도로변의 돌담이나 공공 시설의 담벽 혹은 조경용 돌담 등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다이아몬드식 쌓기도 돌을 거의 사각형 모양으로 가공해서 쌓기 때문에 돌과 돌 사이의 간격은 거의 없으며, 외견상 견고하게 보이기는 하나 강한 태풍이나 폭우가 쏟아질 때 종종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돌담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는 것은 새까만 현무암과 회색이나 연녹색을 띠는 조면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중에서도 돌담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현무암이며 그만큼 양적으로도 많다고 할 수 있다.
현무암과 조면암은 모두가 화산이 폭발하여 제주 섬이 형성될 당시 흘러나온 용암류(熔岩流)에 의한 것으로, 현무암이 제주도 전역에 걸쳐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데 반해 조면암은 한라산 백록담 부근을 비롯하여 한라산 남쪽 지역 등에 부분적으로 분포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러한 사실과 관련지어 보면, 회색이나 연녹색의 조면암 돌담은 주로 서귀포와 안덕 및 그 주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검은 색의 현무암 돌담이 주를 이룬다.
제주도의 돌담은 기본적으로 자연에서 얻은 원형의 돌을 거의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근래에 들어 집담이나 밭담 등 일부는 좀더 치밀하고 일정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모가 난 부분을 부분적으로 가공하여 쌓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1960년대 이후에 돌을 가공하는 기술이 보급되고 그에 따른 도구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돌담의 가치 재조명]
돌담은 과거에는 적어도 농사를 짓고 집의 울타리로 사용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제주도 내에서도 과거의 전통적인 돌담은 많이 사라졌고, 동시에 현시점에서도 많이 변형되고 있다. 다시 말해 집담이나 밭담, 도로변 돌담이나 조경용 돌담 등을 현대식 재료인 블록으로 쌓기도 하고, 또 자연석 현무암이지만 바른층 쌓기나 다이아몬드식 쌓기 방식으로 쌓아올림으로써, 전통적인 돌담 쌓기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전통적으로 쌓아올린 돌담을 서서히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근래 제주 사회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제주도 돌담은 이제 제주도라는 지역적인 틀을 벗어나 대한민국과 세계라는 더욱 큰 틀 속에서 그 가치를 조명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