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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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怨讐- |
영어음역 | Doneuro Wonsu Gapeun Gureongi |
영어의미역 | Serpent Who Took Revenge with Money; A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광평마을 |
집필자 | 강정식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광평마을에서 전해지고 있는 구렁이 관련 설화.
[개설]
예로부터 제주 지역에서는 구렁이나 도깨비가 부(富)를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다. 그리하여 보통의 우리나라 민담에서 무섭기도 하지만 어리숙한 존재로 등장하여 인간에게 놀림을 당하는 존재는 주로 도깨비지만, 제주 지역에서는 도깨비의 자리에 큰 뱀, 곧 구렁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돈으로 원수 갚은 구렁이」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설화이다.
[채록/수집상황]
1980년 2월 17일 제주시 노형동 광평마을에서 현성언(남, 56)이 구술한 것을 현용준이 채록하여, 『한국구비문학대계』9-2(-제주도 제주시 편-)에 수록하였다. 현성언은 이 이야기를 열 몇 살 때 동네 할머니한테서 들었다고 하였다.
[내용]
열다섯 살 정도 된 아들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병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만큼 가난한지라 의원을 부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보기가 너무 딱해서, ‘어디어디에 있는 의원’을 찾아가 보라고 가르쳐 주었다. 찾아가니 그 의원이, “네 어머니한테는 아무 약이나 안 듣는다. 저기 앞쪽에 밤이면 불이 환하게 켜지는 들판이 있는데, 그 들판을 지난 곳에 있는 부락에 가서 약을 구해 오너라. 그런데 꼭 밤에 갔다 와야 약이 된다.” 하고 말한다.
그런데 옛날부터 밤에 그 불이 환하게 켜진 들판에 갔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아들이 고민을 하다 그 이야기를 어머니께 전하니 어머니는, “차라리 내가 죽으면 죽었지 가지 못한다.” 하고 말렸다.
하지만 아들은,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하고는 한밤에 약을 구하러 나섰다. 가다 보니 온 몸에 불을 환하게 켠 놈이 나타나 길을 막는다. 아들이 무서움을 참고, “넌 누구냐?” 하니까, “난 천 년 묵은 구렁이다.”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아들이 일부러 “허허허” 소리 내어 웃으면서 “네가 천 년 묵은 구렁이면 난 만 년 묵은 여우다!” 하고 말했더니 구렁이가, “아이고, 형님. 제가 몰라 뵜습니다.” 하고 깍듯이 대우를 해준다.
그리하여 구렁이와 마주 앉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아들이, “그런데 넌 무엇을 가장 싫어하느냐?” 하고 물었다. 아들의 물음에 구렁이가 “나는 세상에서 담뱃진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런데 형님은 무엇을 싫어합니까?” 한다.
아들은 얼른 “나는 돈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세상을 보니까 돈을 놓고 죽고 살고 하는 걸 보니, 돈이 제일 더러운 거더라. 그래서 제일 싫어한다.” 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볼일을 보러 간다며 구렁이한테 말하고는, 의원이 가르쳐 준 부락에 가서 약을 구했다. 당연히 어머니의 병은 말끔히 나았다.
그 후 아들은 구렁이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동네 사람들한테 담뱃진을 모아서는 구렁이가 밤마다 불빛을 내는 곳에 갖다 놓고 불을 살랐다. 과연 그날 밤부터 들판의 불빛이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천둥이 치면서 비가 좍좍 쏟아지는데 갑자기 지붕 위에서, “형님, 나도 형님이 제일 싫어하는 것을 가져왔으니 받으시오.”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더니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서 지붕이 납작하게 무너져 내렸다. 알고 보니 구렁이가 원수 갚음을 한다고 엄청나게 무거운 돈부대를 지붕 위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아들과 홀어머니는 하루아침에 큰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돈으로 원수 갚은 구렁이」에 나오는 구렁이는 온 몸에 불을 환하게 켠다. 이는 우리나라 민담에 나오는 도깨비와 비슷하다. 도깨비와 관련하여 내려오는 민담에, 원수 갚음을 하려고 주인공이 싫어한다는 보물을 마당에 잔뜩 쌓아 놓은 도깨비 이야기가 있다. 전후 맥락을 고려하면 도깨비가 구렁이로 대체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영웅이 큰 뱀을 물리친다는 익숙한 모티프를 곁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