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지역에서 뗀석기를 도구로 만들어 사용한 시대.

[개설]

구석기 시대는 유인원과(hominid)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리·진화하여 정착 생활을 통한 농경과 어로를 특징으로 하는 신석기 시대까지의 시기이다. 제주도에서 구석기 시대 유적은 북제주군 애월읍 어음리 빌레못 동굴 유적과 서귀포시 천지연 유적이 있다. 전자는 동굴 입구 집자리, 후자는 바위 그늘 집자리로 분류된다.

[제주도의 유적과 유물]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 나타난 제주의 화산 활동 4단계론에 의하면, 30만 년 전 이전의 전기 구석기 유물이 확인될 가능성은 적다. 또한 계속되는 지질과 지형의 변화로 인해 제주도의 대지는 당시 수렵인들에게는 다른 곳보다 불리한 생존 조건을 구비했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의 구석기 유적은 이 기간 중 극히 짧은 기간에 존재했을 것이다.

빌레못 동굴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은 동물 화석과 석기류이다. 동물 화석은 2목 2과 3속 3종으로 큰 곰(Ursus arctos), 큰 사슴(Cervus elaphus), 노루(Capreolus capreolus)가 알려져 있다. 이 동물 화석 중 황곰은 마지막 빙하 기간 동안에 제주도와 한반도와의 연륙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출토된 사슴뼈는 유럽의 예를 들어 후기 홍적세에 번성했다고 언급되고 있다. 사슴은 우리나라에서도 중기 홍적세[10만년 전~1만년 전] 유적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는 동물종이다. 그리고 출토된 사슴뼈의 분석을 통해 사슴의 치아 2개, 관절골 1개에 대해서 대륙록(大陸鹿, Cervus nippon)으로 분류 동정을 하고 인공흔이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석기류는 대형 석기와 박편 석기로 구분된다. 대형 석기는 뾰족 찍개 3점, 박편 도끼 4점이다. 박편 석기는 긁개 26개·칼 12개·첨기 2개·송곳 1개·부리형 석기 1개·홈날 2개·톱니날 1개가 확인되었다. 이 밖에 박편 49개·돌날 2개·돌핵 2개가 함께 수집되어 모두 105점이 발견되었다. 층위상 1문화층에서 71점, 2문화층에서 34점이 수집되었다.

천지연 유적에서는 1975년 서귀포시 천지연 폭포 근처에서 현무암으로 된 긁개 1개·돌날 3개·박편 2개·홈날 석기 1개 등 모두 7점이 발견되었다. 1976년과 1977년에는 첨기(尖器) 1개·돌날 4개·박편 4개 등이 지표에서 채집되었다.

아직 제주 지방 구석기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빌레못 동굴 유적과 천지연 바위 그늘 유적의 성격 규명은 매우 중요하다. 빌레못 동굴 유적의 형성 과정, 석기의 상세한 분류, 암질 분석뿐만 아니라, 황곰뼈 화석에 대한 정확한 감정 및 분류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천지연 바위 그늘 유적도 석기 유물의 조합상, 정확한 출토 상황 등이 보고되어 있지 않아, 이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제주도 지질학사에 의하면 50만 년 전에서 30만 년 전까지 제주도 화산이 최성기였으며, 중기 구석기에서 후기로 이어지는 시기인 10만년에서 2만5천년에 기생 화산군(寄生火山群)이 제주도 전역에 걸쳐 만들어진다. 이러한 구석기 시대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30만년 전 이전의 전기 구석기 유물의 존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또한 10만년 이후에도 계속되는 지질과 지형 변화로 인해 제주도의 대지는 당시 수렵인들에게는 다른 곳보다 불리한 생존 조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기 구석기 유적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도 극히 짧은 기간에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정된 지반을 형성한 25,000년 이후의 제주도는 사람이 살기에 적당했을 것이다. 그 예로 전환기에 속하는 고산리 유적은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에서 홀로세(Holocene)로 변화하는 자연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후기 구석기 시대 인류의 제주도 점거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