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6012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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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칭/별칭 | 기안동 용줄다리기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경기도 화성시 기안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숙희 |
[정의]
경기도 화성시 기안동 기안마을에서 정월보름날에 하는 줄다리기.
[개설]
기안말 줄다리기는 경기도 각 지방에서 성행해 오던 대중적 의의를 가진 전통 민속놀이다. 기안말에서는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마을과 마을 인근의 지역민들이 모여 마을의 단합과 유대를 과시하는 세시풍속으로 로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연원 및 변천]
기안말은 경기도 화성시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조선 초기 수원부 읍치가 위치했던 지역이었다.
기안말은 오랜 민속적 놀이가 전승되고 있는 유서 깊은 마을로, 수원과 교육·행정·교통 등 밀접한 연관이 있는 중요한 요지이다. 또한 비교적 온화하고 산세(山勢)가 좋아 풍광(風光)이 아름다운 고장이다.
이러한 자연적·사회적·조건하에서 빚어진 향토적 소산물로서,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기안말 줄다리기가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안말 주민 전체가 일체감을 조성하여 총화(總和)를 다지며, 새해의 안녕과 풍년을 빌고, 재액(災厄)을 막는 제의(祭儀)에서 비롯된 놀이로서, 1년의 행운을 바라는 집단의식의 주기적 발현(發現)이다. 따라서 2백여 년 정도 자생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기안말 전통민속 줄다리기는 매년 인근지역 주민들까지 모여 지금까지 정월대보름을 전후로 매년 행해지고 있다.
줄은 정월 열나흘 날 지역 주민들이 모여 만들고, 온 마을을 돌며 지신밟기를 한 후 정월대보름날에 줄다리기를 하는데, 줄다리기는 암줄과 수줄로 나뉘어 암줄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이 여장(女裝)을 해서 암줄 쪽에 같이 서서 줄다리기를 한다. 줄다리기는 세 판을 하는데, 암줄이 반드시 승리하게 되었다. 암줄이 승리해야 풍년이 든다는 속설을 믿기 때문이다. 마을에는 줄다리기에 쓰이던 농악기가 지금도 남아있으며, 마을 주민들은 이러한 줄다리기를 후손들에게 전승하고 있다.
[절차]
기안말 줄다리기는 3일 전부터 줄을 만들고 농악 연습을 한다. 지신밟기를 통해 거두어들인 돈으로 인근 지역에서 줄다리기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며, 잔치 분위기 속에서 줄다리기를 맞이한다. 정월대보름 아침이 밝아오면 마을의 어른이 정성을 드려 신께 고하고 미리 만들어 놓은 줄에 정성을 들인다. 그리고 나면 인근의 풍물패들이 모여들어 놀이판이 벌어진다.
절차는 지신밟기→우물고사→풍물놀이→줄고사→합궁식→줄다리기→뒤풀이 순으로 진행된다.
지신밟기는 풍물패들이 앞서고 모든 마을 주민들이 뒤를 따르며, 마을 곳곳을 돌며 지신밟기를 한다. 이때 쓰이는 가락으로는 도드래기, 짠지패 가락, 길가락, 자진가락 등을 치며 징, 장구, 북, 꽹과리, 소고 등을 치며 문굿을 비롯한 부엌굿, 장독굿 등 다양한 놀이로 이어진다.
우물고사는 지신밟기를 한 후 마을에 있는 우물 앞에 제물을 차려 놓고 모든 마을 주민들이 큰절을 세 번 올린다. 그런 후 풍물패의 상쇠가 자진가락을 치면서 ‘누르세, 누르세. 용왕님을 누르세. 뚫어라, 뚫어라, 생구멍을 뚫어라.’ 등의 고사덕담을 한다. 이때 마을 주민들은 상쇠소리에 맞춰 고사덕담을 다 같이 한다.
풍물놀이는 지신밟기와 우물고사가 끝난 후 암줄과 수줄을 가지러 간 사이 이루어진다. 기안말 풍물놀이는 가락이 장단과 진법이 다양하며, 그 중에서도 법고놀이가 일품이다. 소고잡이들은 상모를 쓰는데 소고놀이 중에 열두 발 상모와 무동놀이가 있으며, 가락으로는 도드래기, 짠지가락, 길가락, 자진가락 등을 연주하며 흥겨운 놀이마당을 펼친다.
줄고사는 줄다리기가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축원적(祝願的)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도 한다. 이때 고사의 제주(祭主)는 마을의 가장 큰 어른이 하며, 모든 마을 주민들이 고사상 앞에 모여 세 번의 절을 한다. 고사상 앞에는 줄다리기에 쓰이는 비녀목[빗장]도 올려놓으며 이때 쓰이는 비녀목은 소 외양간에서 쓰던 나무로 한다.
합궁식은 암줄과 수줄의 일 년만의 만남[성적 표현]을 뜻하는데, 얼킴과 설킴을 반복한다. 두 줄이 만나면 모든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고 춤을 추며 일 년만의 만남을 마음껏 기뻐한다.
줄다리기는 세 번을 해서 두 번을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데, 반드시 암줄이 이기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 이는 암줄을 밭으로 보아 밭이 튼튼해야 풍년이 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줄다리기는 첫 번째 암줄이 이기며, 두 번째는 수줄이 이기며, 세 번째는 암줄이 이긴다. 한 판 한 판 줄다리기가 끝날 때마다 줄의 위치를 서로 바꾸며 줄을 당길 때는 ‘어영차, 어영차’ 소리를 내며 사력을 다해 줄다리기를 한다. 줄다리기의 신호는 징으로 하는데, 첫 번째 징을 치면 바로 줄다리기를 시작한다는 신호이다. 두 번째 징을 치면 줄을 잡으라는 뜻이며, 세 번째 징을 치면 줄을 당기라는 뜻이다. 줄다리기에서 이긴 팀은 춤을 추며 함성을 지르지만 진 팀은 바닥에 앉아 땅을 치며 통곡한다.
뒤풀이는 줄다리기가 무사히 끝났음을 기뻐하고 암줄이 이겼으므로 올 한해도 풍년이 든다는 믿음과 함께 모든 마을 주민들이 춤을 추며 노는 놀이판이다. 이때는 풍물패와 주민들이 줄다리기에 사용하였던 줄 주위를 돌며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정월대보름이 다가오면 마을의 남자들은 전날 줄다리기에 쓸 줄을 만들고, 여자들은 음식을 만들며, 각자의 역할을 확실히 구분하여 일의 능률을 올렸다. 줄을 만들기 위해 각 농가로부터 짚과 새끼 또는 돈을 기부받아 장정의 팔뚝만큼씩이나 크고 긴 줄은 수십 개씩 다시 합쳐 직경 2자 가량의 큰 줄을 만들었다. 이는 기안말 줄이 타 지역보다 엄청나게 큰 것을 상징하며, 그 지역 주민들의 힘과 단합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였다.또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풍족하게 대접하기 위해 지신밟기를 통하여 거두어들인 곡식 및 돈 등을 이 놀이에서 갹출(醵出)했는데, 마을의 큰 집에서는 백미 한 가마씩을 더 내놓아 모자람이 없이 풍족한 놀이였다. 기안말 줄다리기는 줄을 전부 만들어 놓은 다음 암줄은 서쪽에 놓고, 수줄은 동쪽에 놓아 줄다리기를 준비했다. 이때 각 줄의 머리 부분에는 영기(令旗)를 꽂아 아무도 줄을 넘지 못하도록 경계를 했다. 줄다리기에 앞서 풍물채의 도드래기, 길가락, 찍찌기, 자진가락 등의 장단에 맞추어 마을 주민들이 모두 농악대의 뒤를 따라 마을 곳곳을 돌며 지신밟기를 한다. 이때 마을에 있는 우물에 가서 우물고사를 하는데, 상쇠의 고사덕담이 돋보인다.줄다리기의 형식은 독특한 기법을 지니고 있다. 맨 먼저 대기(隊旗)가 앞에 서고 그 다음에 줄이 있고, 다음에 두레가 따라가는 형태를 갖추었다. 암줄과 수줄을 연결하는 빗장(비녀목)은 소 외양간에 놓았던 튼튼한 나무로 만들었다. 그것은 소와 인간은 같은 동급(同級)이며, 소와의 친근감과 농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동물이기에 이러한 것이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기안말 줄다리기는 여느 지역과 놀이의 형태는 비슷해 보이나, 기안말 나름대로의 잘 짜인 놀이의 형태가 남아있다. 그 놀이의 형태를 보면, 줄다리기에 앞서 마을 곳곳을 돌며 행하는 지신밟기 속에 나타난 우물고사, 또한 풍물패들의 농악놀이가 가락의 다양성 및 놀이 진법의 다양성, 기교의 다양성 등 여러 가지 형태를 볼 수 있고, 그 중에서도 법고놀이와 12발 상모놀이는 그 놀이 중에서도 일품이다.
또한 줄고사는 지역의 어른이 나와 줄 앞에 제단을 차려놓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풍년과 무병장수(無病長壽)를 빌며, 마을 주민들의 화합을 간절히 기원한다. 또한 합궁식(合宮式)에서는 1년만에 암줄과 수줄(남과 여)의 만남을 얼킴과 설킴의 반복을 통해 놀이를 절정으로 이끌어주며, 얼킴과 설킴 속에서 합궁(合宮)이 이루어질 때, 소 외양간에 쓰였던 나무로 빗장을 만들어 그곳에 꽂아 모든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었다.
줄다리기에서는 징을 잡은 심판관이 나와 첫 번째 징을 치면, 모든 사람들이 줄을 잡을 준비를 하고, 두 번째 징을 치면 줄을 잡고, 세 번째 징을 치면 줄을 당기는 의식이 있다. 사람들은 줄을 당기면서 ‘어영차, 어영차’ 함성을 지른다. 줄다리기가 끝난 후 뒤풀이로 노래와 춤을 통해 마을의 화합을 도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