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기도 화성 지역 주민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며 보존한 문화와 지식.

[개설]

구비 전승은 입으로 새겨서 전하고 받는다는 의미이다. 대부분 말로 전승하고 다시 재연하기 때문에 똑같은 형태로 보존되기 어렵고 여러 사람들을 거치면서 내용이 훼손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핵심을 추려내거나 주제 표현에 적합한 내용을 흡수하여 확장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공동체 문화의 정수가 모이게 된다.

구비 전승은 문학의 성격을 가진 설화, 민요, 전설, 무가, 판소리, 속담과 수수께끼 등의 구비문학과 욕설·명명법(命名法)·금기어(禁忌語)처럼 문학이라 말할 수 없는 내용들이 섞여 구성 된다. 화성 지역은 한강 이남 서남부 경기도의 색채를 가지면서 서부 충남과의 교섭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과거 행정구역으로도 남양도호부 지역과 수원도호부 지역이 나누어져 있었으므로 역사적 차이도 발견된다. 그런 이유로 구비 전승되는 많은 문화에서 교류의 흔적이 나타나는 동시에 내륙 문화와 해양문화가 다양하게 공존하거나 결합하는 특징이 있으며 지역색이 강한 지역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자료가 나오기도 하여 자료의 폭이 크다.

화성 지역에서는 판소리를 제외한 모든 구비 문학이 남아 있으나 화성만의 특성을 가진 수수께끼 자료는 채록된 바가 없다. 속담의 경우도 속담을 조사한 자료가 아닌 기타 민속 분야의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보조적으로 채록되거나 국어사전에만 등재 되어있고 채록 자료는 없는 경우도 있었다.

[채록문헌]

경기도 화성 지역의 구비 전승이 채록된 문헌들은 다양하다.

먼저 종합적인 구비 전승이 기록된 자료를 살펴보면 화성시에서 주도하여 펴낸 자료인 『화성군의 역사와 민속』[1989], 『화성군사』[1990], 『화성시사 2』[2006]가 있고, 화성문화원에서 발행한 『구비전승 및 민속자료조사집 1~14』[2004~2016]에도 각 장르의 구비전승자료 들이 종합적 으로 수록되어 있다.

개별 장르로 설화는 임석재의 『한국구전설화』[1989], 화성문화원에서 발행한 『화성의 얼 1~5』[1996~2000] 등에 지명 유래, 설화, 전설 등의 제목으로 다수가 실려 있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광포설화에 더하여 해양 지역과 인근 산지 지역에서 발견되는 거인여신 마고할미의 전설과 화성 지역에 현륭원을 조성했던 정조의 효심 그리고 각지의 효자와 열녀들이 관련된 전설들이 다수 전한다.

민요는 문화재청에서 의뢰하여 이광규와 이소라가 조사한 「화성군 팔탄 농요」,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조사 보고서 20』[1990] 과 문화방송에서 채록한 『한국민요대전-경기도편』[1993]. 전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에서 발행한 『경기도의 민속예술』[1997], 경기문화재단에서 발행한『경기도의 향토민요 상 – 경기남부지역』[2006]과 전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에서 발행한 『경기도의 논맴소리 자료총서 Ⅳ』[2006] 그리고 화성문화원에서 발행한 『디지털 화성의 민요』[2018]와 『화성학총서 1 – 무형문화재와 지역학』[2020]에 화성 지역의 민요와 관련한 연구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다.

무가의 경우 아카마쯔 지조[赤松智城]의 『조선 무속의 연구 상』[1937]에 당시 수원군 성호면 오산리에 거주했던 무당 이종만이 구송한 창세신화 시루말이 포함되어 있는 오산 12거리가 채록되어있다. 김태곤의 『한국무가집 3』[1978] 에는 우정면 원안 2리에 거주하던 세습무 심복의 재수굿 무가, 집가심 무가, 씨앗고사 무가가 채록되었고, 향남면 평리에 거주하던 강신무 김수희 재수굿 무가와 단골섬김 무가의 구송 자료가 있다. 『화성의 얼 3』[1998] 에는 정남면 관항리의 세습무 김홍금이 구송한 부정, 산바래기, 시루청배, 제석굿, 대감굿, 조상굿, 성주굿, 서낭굿, 걸립, 텃굿, 용궁, 외양간, 마당굿이 조사되었다. 『화성의 얼 4』[1999]에는 비봉면 양노리 거주 강신무 조순웅의 구송을 채록하였는데 시루굿, 부정, 산바라기, 제석거리, 대감, 조상, 성주·계면, 창부·서낭, 텃굿, 지신·걸립, 마당굿 자료와 함께 말미[바리공주]가 실려 있다. 『화성의 풍어굿』[2019]에는 궁평항에서 벌어지는 풍어굿과 송산면 우음도의 당제를 조사 연구하여 구연되는 무가를 채록하였다.

속담과 수수께끼는 『화성시사 2』[2006]에 조사되어 있으나 화성 지역만의 특성을 가진 것을 찾기는 어려우며, 『화성의 민속』[2006] 과 『화성시사』5[(2018]에서 불을 때 소금을 만드는 화염과 관련된 속담 '남양 놈의 헛일이다.’에 대해 설명하며 소개되는 정도이다.

[설화]

설화는 크게 신화, 전설, 민담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지역성을 띄고 있는 것들은 신화와 전설로 볼 수 있다.

화성 지역에서 신화적 성격을 띄는 설화는 마고할미와 관련된 설화가 대표적이다. 화성의 마고할미 설화는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독지리 형도 이야기로 대표되는 해양형과 쌍부산 쌍봉산 이야기로 대표되는 내륙형이다. 마고할미는 거인여신으로 산을 옮기거나 배설을 하여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내는 창조여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서신면의 홍법사에 모셔져있는 홍랑에 대한 이야기도 현재 지역 주민의 신앙의 대상이기에 신화적 성격을 가진 설화로 분류할 수 있다.

전설은 지역적 특성을 띠고 전승되는 설화이기에 지역의 역사 인물에 얽혀 있거나 마을의 대표적 상징물들이 그 근거가 되고 있다. 역사 인물의 경우 화성시 내에 자리하고 있는 융건릉을 조성했던 정조와 관련된 설화들이 전승된다. 주로 정조대왕의 효심과 융릉을 돌보던 관료인 능참봉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또한 『고려사 열전 호우편』과 『삼강행실도』, 『오륜행실도』에 등장하는 효자 최루백을 대표로하는 효자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전설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

[민요]

화성민요는 경기 서남부 지역의 민요로서 서부 충남과의 교섭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을 가진다. 또한 바다를 접하고 있는 지형적 특징 덕분에 배치기 등의 어로요와 소금 생산을 위한 물퍼기 소리 등이 존재하여 민요를 통해 현재는 간척으로 사라진 모습들을 예상할 수 있는 도구로서도 기능한다.

화성의 민요는 논맴소리와 상부소리가 가장 대표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가창이 어려워 사라진 긴방아와 문셍이[면셍이]가 발견되었으며 상여회다지소리로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역사가 있는 팔탄면은 지역의 대표적 농요 전승지로서 위상을 가지고 있다. 보유자의 사망으로 상여회다지소리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지정이 취소되었으나 최근 민요와 관련한 보존회가 결성되고 농요를 종목으로 경기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신청하는 등 활발한 전승 복원 사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무가]

무가는 굿판에서 무당이 신을 향해 굿을 할 때 부르는 노래이다. 한국 무당은 신을 받은 강신무와 혈연으로 세습되는 세습무로 구분된다. 무당이 부르는 무가에는 우주의 탄생부터 인간의 출현과 사후세계까지 인간이 궁금해 하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고유의 신화로 여겨져 많은 콘텐츠로 재창조 되고 있다. 무가의 경우 구비 문학의 보편적인 특징인 일상성이 없고 특수 계층인 무속인들끼리 전승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수성이 강하고 변이가 크지 않다. 그래서 무가를 한국의 기층 문화를 탐구하는 방편으로 보며 그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무가는 서사 무가와 일반 무가로 나누어지는데 서사 무가는 주인공이 있고 사건이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현재 채록 자료를 살펴보면 화성 지역에서 무업을 했던 이종만·심복순·김수희·김홍금·조순웅의 구송자료들이 공개되어 있으며 서사 무가로는 시루말·제석·손굿·바리공주가, 일반무가로는 부정굿·군웅청배·조상·안땅·선왕·계면·마당굿·재수굿·집가심·씨앗고사·산바래기·시루청배·대감굿·창부·서낭굿·지신·용궁·외양깐·걸립·텃굿 등이 채록 되었다. 경기도 지역은 세습무가계의 남무(男巫)를 지칭하는 화랭이가 중심이 되는 무속 문화를 가지고 있다.

화성지역 무가의 특성은 내용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기 남부 지역의 공통적인 특징인 성주무가의 존재가 있다.

화성 지역에서 채록된 성주무가는 내용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화성시사』[2006]에서 정리된 성주무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성주와 성주 부인의 본이 제시되고 천하궁에서 집을 지으려고 한다.

2) 적임자로 황우양이 선발되고 차사가 잡으러 간다.

3) 차사에게 삼 일 말미를 얻은 황우양에게 부인은 소지를 올려 연장과 옷을 마련해 준다.

4) 집 떠나는 황우양에게 부인은 말 대답을 하지 말라는 금기를 제시하나 황우양은 듣지 않는다.

5) 부인의 당부를 잊은 황우양은 도중에 소진랑을 만나 옷을 바꾸어 입는다.

6) 소진랑은 돌아와 남편 행세를 하나 부인은 알아차린다.

7) 겁탈하려는 소진랑을 부인은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따돌린다.

8) 천하궁의 황우양은 흉몽을 꾸고 집으로 돌아와 부인의 혈서를 발견한다.

9) 소진랑의 소행임을 알아차린 황우양은 소진랑을 잡으러 간다.

10) 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 황우양은 부인의 도움으로 마침내 소진랑을 징치한다.

11) 황우양은 성주가 되고 부인은 지신이 된다.

가택신인 성주신의 내력을 다룬 무가인 성주무가는 타 지역에서는 일반무가로 간략하게 존재하나 경기 남부에서는 서사무가로 존재하고 있다.

둘째, 선행을 강조하는 바리공주 무가이다.

『화성시사』[2006]에서 정리된 바리공주 사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바리공주 부모가 혼인을 하기 위해 점을 치나 점의 결과를 무시한다.

2) 바리공주 부모가 혼인을 한다.

3) 바리공주 부모가 연이어 딸을 낳는다.

4) 일곱번째도 공주를 낳는다.

5) 바리공주가 버림을 받는다.

6) 석가여래가 함에서 바리공주를 구원해낸다.

7) 비리공덕 할아비 할미가 바리공주를 키워준다.

8) 바리공주가 성장하여 부모를 찾자 겨우 둘러댄다.

9) 바리공주 부모가 병에 걸린다.

10) 병에 필요한 약이 약수임을 알게 된다.

11) 점을 쳐서 바리공주를 찾아야 함을 알게 된다.

12) 바리공주가 부모를 만난다.

13) 바리공주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과 부모임을 확인하는 시험을 한다.

14) 여섯 딸에게 부탁하나 모두 핑계를 대고 거절한다.

15) 바리공주가 약수물을 가지러 길을 떠난다.

16) 바리공주는 원조자를 만나 유용한 물건을 받는다.

17) 바리공주는 도중에 지옥에서 죄인들을 구제한다.

18) 바리공주는 약수 지키는 이를 만난다.

19) 바리공주는 약수를 얻기 위해 일정한 대가를 행한다.

20) 바리공주가 꿈을 꾸어 부모의 위독함을 알게 된다.

21) 바리공주가 돌아오는 도중에 저승 가는 배들의 행렬을 구경한다.

22) 바리공주가 시간이 늦어서 벌써 상여가 나온다는 말을 목동아이에게서 듣는다.

23) 바리공주가 부모를 살려낸다.

24) 바리공주의 남편이 대궐을 헐고 입시를 한다.

25) 키를 재어보고 바리공주와 남편이 천생 연분임을 안다.

26) 바리공주가 부모 살린 공을 인정받는다.

27) 바리공주 외 다른 사람들도 공덕을 인정받는다.

바리공주의 양육자 비럭공덕 할미, 할아비 부부와 석가여래가 만나는 장면에서 선행을 강조하는 의식이 발견되며 바리공주의 부모가 연이어 딸 여섯을 낳는 장면을 치밀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표현이 고정되어 있는 관용구를 주로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당금애기-제석굿 무가도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독자성이 인정된다. 당금애기는 한 여성이 잉태하여 출산한 아들 삼 형제가 신이 된다는 신의 탄생 과정을 이야기한 신화이다. 『화성시사』(2006)에서 정리된 화성 지역 당금애기의 서사단락은 다음과 같다.

1) 스님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2) 당금애기 부모는 당금애기를 가두고 외인과의 접촉을 금한다.

3) 스님이 시주를 요청하고 당금애기는 시주를 준다.

4) 당금애기의 잉태를 암시하는 행동이 있다.

5) 스님은 아들 낳을 것을 예언하고 찾아오는 법을 알려준다.

6) 당금애기가 잉태를 한다.

7) 당금애기의 잉태 사실이 가족에게 알려진다.

8) 당금애기는 벌을 받으나 겨우 면한다.

9) 당금애기는 추방당하고 스님을 찾아간다.

10) 아들과 당금애기에게 신직을 부여한다.

1번 단락인 스님의 일대기가 펼쳐지는 것은 당금애기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타 지역과 다른 화성 지역의 특징이다. 또한 잉태를 암시하는 행동이 있다는 것과 잉태가 밝혀진 당금애기가 추방당하고 스님을 찾아간다는 단락도 화성 지역의 특징이다.

넷째, 화성 지역은 손님굿 무가가 전승되고 있는 지역이다.

『화성시사』[2006]에서 정리된 손님굿의 요약본은 다음과 같다.

1) 손님네가 강남국에서 조선국으로 나옴

2) 손님네가 강을 건너는 과정에 사공과 다툼이 있음

3) 각지를 다니며 정성덕을 베품

화성 지역의 손님굿은 사제로서 무당의 특성을 강하게 보여주는 엄숙함이 특징이다. 이러한 유형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화성을 강신무권의 중심지역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다섯째, 창세 무가의 일원인 시루청배가 전승된 지역이다. 인간의 출현과 우주의 탄생 등 원초적 문제에 대한 내용이 담긴 창세무가가 존재하는 것은 화성지역의 무가의 근원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되며 고유성이나 연원에서 탁월한 위상을 증명해준다.

여섯째, 일반 무가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화성 지역의 무가에도 대부분의 굿이 가진 12거리가 존재하며 한국 무가의 정형성을 가졌지만 이와 함께 단골섬김 무가, 집가심 무가, 씨앗고사 무가 등 다양한 무가가 존재한다.

이상의 특징으로 볼 때 화성은 일반 무가의 다양성, 서사 무가의 다양한 전승이 그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그와 함께 서사 무가가 다른 지역의 같은 유형과 비교할 때도 몇몇 단락의 독특함으로 인해 그 독자성이 인정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