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1C020303 |
---|---|
지역 | 경기도 광명시 철산3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양철원 |
[도시의 풍경이 된 상업 지구]
광명시는 뚜렷한 정체성이나 도시 특성 혹은 상징을 찾기가 쉽지 않은 도시다. 그렇듯 주거와 생활이 중심이 되어 있는 이 도시의 한복판에 상업 지구가 있다. 광명시 철산중심상업지구가 광명시의 ‘명소’ 중 한 곳으로 자리한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곳은 광명시민들뿐만 아니라 주변 외지인들도 찾아와 소일하는 곳이다. 철산중심상업지구에 모이는 이들은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철산중심상업지구 역시 광명시 특성만큼 그 뚜렷한 특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철산중심상업지구는 이후에 조성된 일산이나 평촌, 부천 송내의 그것보다 규모 면에서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는 늘 사람이 모인다. 2000년 2월 지하철 7호선 철산역이 들어서면서 접근성이 더 좋아졌고, 아파트 단지들이 인접해 있어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광명시민들의 소비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평일 청소년, 주부, 직장인은 물론 퇴근 후 가족 단위, 단체 단위 혹은 주말 가족 단위 시민들이 이곳에 모여든다.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부터 성인 대상의 일반 주점이나 유흥 주점, 클럽이 즐비하다. 호텔 등의 숙박업소도 들어서 있다. 낮에는 비교적 한산하지만, 저녁에는 표정이 확 달라진다. 간판의 네온사인이 일제히 밝혀지고 가게로 손님을 끌고자 하는 호객 행위, 음식점과 주점을 찾는 이들로 인파가 넘친다. 상업 지구 중심가에는 시가 지정한 문화의 거리도 있어 주말이면 종종 문화 공연도 펼쳐진다.
[광명시가 보이는 상업지구의 태동]
그런데 어떻게 해서 도심 한가운데에 상업 지구가 생겨나게 된 것일까? 철산중심상업지구의 태동 배경을 보면 광명시의 도시 특징을 알 수 있다. 철산중심상업지구는 서울의 위성 도시인 광명시의 도시 형태를 감안하고 앞으로 발전하게 될 도시의 방향을 모색하는 가운데 전략적으로 도입되어 만들어진 곳이다. 광명시가 주거 중심 도시이고 자립적인 경제 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자립 기반을 확보하고 서울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도입된 것이다.
철산중심상업지구는 처음부터 광명시의 중심 지역으로 설정되어 개발되었다. 인근 광명시청 등의 행정 기관과 연계해 각종 업무 시설과 유통 서비스 시설 등 3차 산업을 중심으로 입점을 유도했던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일반 상업 시설과 근린 생활 시설, 유흥 시설과 숙박 시설을 적정하게 도입하는 단계로 추진되었다. 상권 형성에 있어서는 주변 중대형 아파트 입주자들의 소비와 위락 등의 기능도 담보하면서 동시에 인접한 영등포 상권이나 구로상권, 개봉상권, 구 광명상권과 경쟁하거나 보완 혹은 하위 기능을 담당하도록 설정되었다. 대중교통과 보행자의 접근성을 고려하고 상업 지역 내 동선과 주차장 확보도 고려됐다. 철산중심상업지구가 어떻게 설계되고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형성되었는지의 과정은 대한주택공사가 의뢰한 한양대학교 부설 산업과학연구소의 『광명시 철산상업중심상업지역 도시설계보고서』[1985]에 잘 나타나 있다.
[철산중심상업지구의 현재]
철산중심상업지구가 태동된 이후 이곳은 계속해서 진화해 가고 있다. 그 진화의 방향은 도시의 발전을 향해 갈 수도 있고 쇠락을 향해 갈 수도 있다. 변화의 방향은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 상업 지구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생업을 영위하며 경제 활동을 하는 이들의 시선과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똑같을 수 없다.
상업 지구 근처의 공공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김용순[가명, 1977년생] 씨는 2007년 철산중심상업지구에 처음 왔을 때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회상한다. “문화 지구도 아니고 유흥 지구도 아닌데, 청소년도 있고 가끔 문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청소년과 젊은 층만 오는 것도 아니고 성인들과 취객이 혼재되어 있었지요. 정체성도 없고 성격도 모호해서 울렁거리는 스크린의 한 장면 같았어요.”
김용순 씨에게 철산중심상업지구는 비빔밥 같은 곳이었다. 비빔밥이 된 재료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는 잘 정돈된 전주비빔밥이 아니라 급한 일로 집을 나서려고 어지럽게 비벼먹는 비빔밥. 이것이 철산중심상업지구에 대한 그녀의 인상이었다. 지금은 적응이 돼 출퇴근길의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지만 ‘울렁거리는 스크린의 한 장면 같았다’는 그녀의 느낌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울렁거리는 영화관의 화면을 보면서 판타지를 느끼는 것처럼, 상업 지구의 문화가 방문자들의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한 그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철산중심상업지구에서 공영 주차장을 운영했던 김경태[가명, 1958년생] 씨가 보는 상업 지구의 모습은 그리 밝지 않다. “오래 보면 좋은 면은 안 보인다. 지금은 이 동네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며, 김경태 씨는 상업 지구의 유흥 문화가 점차 쇠락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상업 지구 경기가 침체하면서 유흥 문화도 점점 퇴폐적인 방향으로 ‘쇠락’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상권이 침체되면서 상업 지구를 서성이는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은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고 종전에 드문드문 찾아 볼 수 있었던 오락실이나 다른 거리들이 줄고 무조건 술 문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한다. 높은 권리금이 상권을 망치고 있고 잦은 간판 교체는 업종 변경의 표시라고 말한다. 인근 재건축 단지 입주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실제로 상권 활성화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란다.
철산중심상업지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정미[가명, 1939년생] 씨도 상업 지구의 경기 침체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노점을 한 지는 10여 년 됐어요. 오후 3∼4시쯤 시작해서 새벽 3∼4시까지 영업을 해요. 2시간여 정리하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 6시 30분이 되는데 근래는 장사가 안 돼 새벽 2시 넘으면 들어갑니다.” 경기 침체의 흔적들이 상업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광명시는 2009년도 9월 28일 철산동 일반 상업 지역[10만 6077㎡]에 대해 제1종 지구 단위 계획 변경을 확정했다. 지구 단위 계획 변경을 통해 상업 지구 주변 대로변 건물의 용적률과 상업 지역 이면 도로에 인접한 건물들에 대한 용적률을 변경하였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상업 지구의 외형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상업 지구의 미래 모습이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어딘가에서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