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1B02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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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능말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덕묵 |
1981년 소하읍과 광명출장소를 통합하여 광명시로 승격하면서 법정동인 가학동과 노온사동을 관할하는 행정동으로 학온동을 설치했는데, 이 학온동 2통은 세 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중앙에 가운데말이 있고, 가운데말에서 한치고개 방향으로 작은 능선을 넘어서면 아방리[능말·능촌]가 있고, 가운데말에서 능촌지하차도를 건너 맞은편 온신초등학교 주변에 새터말[일명 사택말로 노온사동에 속함]이 있다.
[세월 따라 변하는 집 모양]
아방리[능말] 마을은 늘 변해 왔다. 물론 아방리[능말]뿐만 아니라 인간이 사는 세상은 모두 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마을 연구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통시적인 연구다. 지금부터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아방리[능말]의 공간 배치와 그 형상을 유추해 보자. 물론 그동안 아방리[능말]를 조사하면서 추론되는 지식을 기반으로 생각해 본다.
그 시기 아방리[능말]의 집들은 대부분 초가집이었다. 빛바랜 옛 사진 속에서 보이는 그런 초가집들이 즐비한 마을에 금천강씨 종갓집과 같은 기와집이 드물게 위치해 있었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러 1970년대가 되면서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어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며’ 마을의 외관은 변했다. 초가집을 대신하여 슬레이트지붕이나 돌기와집이 마을의 외형을 바꾼 것이다.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지붕뿐만 아니라 주택 내부의 구조를 개조하는 집도 생기게 되었다. 민가는 입식 부엌, 실내 화장실, 기름보일러 등을 중심으로 집 안 구조가 개조되었다. 특히 이즈음부터 새로 집을 짓는 경우가 늘다가 1990년대로 가면 상당수의 가정에서 집을 새로 지었다. 양주옥 씨의 양옥집도 1991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한편, 노무현 정부 시절 이 지역구의 국회의원이던 제정구 씨가 농촌의 발전을 위해 공장과 상가, 창고 등을 유치하는 정책을 취하면서 마을의 주택가에는 이러한 시설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렇게 조용한 초가집이 가득한 마을에서 2010년 현재의 모습으로 마을은 끊임없이 변해 왔다. 또 수년이 지나면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 갈지 알 수 없다. 따라서 현재의 시점에서 능말과 가운데말을 중심으로 그림지도를 작성하고, 그 공간 속에 있는 건축물과 기타 구성요소들을 상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오늘날 아방리[능말]는 도시 근교 마을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으나 현재의 모습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끊임없이 변모해 갈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한 시점의 공간 스케치는 마을 연구에서 소중한 자료가 된다. 이러한 공간 스케치들이 주기적으로 축적되면서 통시적인 마을 공간 연구는 물론 주생활 및 기타 민속의 변화상 연구에도 좋은 자료가 되는 것이다.
[2009년 능말과 가운데말의 진풍경]
정확히 2009년 10월에 필자는 아방리[능말]를 돌아다니며 그림지도를 만들었다. 능촌사거리에서 마을을 보면 그야말로 도심의 변두리 지역 같기도 하고 혹은 난개발로 주택과 창고, 공장, 점포 등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외형적으로 다소 어수선해 보이는 마을은 전통성에 초점을 맞추어 마을 테마를 찾아보고자 했던 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마을 골목에 들어서자 인근 도시의 소매점으로 배달을 하기 위해 물건을 싣고 있는 분주한 사람들과 차를 보게 된다. 정적이고 평온한 전원의 모습을 기대한 외지 방문객에게 마을의 이러한 모습은 실망이 될 수도 있다. 공장이나 창고 역시 주택가의 미관상 좋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마을 주민들에게는 소득으로 돌아간다. 마을을 방문하는 외지인의 눈에는 마을의 미관이 중요할지 모르나 주민들에게는 경제적인 혜택이 더 필요하다.
아방리[능말]의 외형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이런 ‘경제적 이유’다. 아방리[능말]뿐만 아니라 인간이 사는 곳의 외형은 경제적 이유와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생태적 조건에 의해서 마을의 모습이 형성되기도 하고 생업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오늘날 아방리[능말]의 외형은 도시 근교의 지리적 조건 속에서 ‘임대업’이라는 생업적 조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주택가라는 ‘주거 공간’과 공장·창고와 같은 ‘생업 공간’들이 공간 점유에 있어 변별성을 가지지 않고 혼합되어 있다. 주거 공간과 생업 공간의 이중성이 하나로 섞이는 이면에는 토박이 주민과 이주민 및 외지 사업가와의 호혜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필자는 아방리[능말]에 처음 들어서면서 실망감을 느꼈으나, 이러한 이유를 알게 되면서 눈에 보이는 그 자체를 현 시점의 민속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고 현상을 스케치했다. 이후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묘한 매력을 느꼈다. 현재의 어수선한 외형적인 모습 속에 금천강씨와 민회빈 강씨, 영회원, 구름산, 농요, 민속 신앙, 줄다리기, 지정다지기, 상여집, 약수터, 산제당, 느티나무, 몇 안 남은 전통 민가, 노년층에게 들을 수 있는 옛이야기 등 수없이 많은 흥미꺼리들이 마을의 속살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성과 전통성, 도시와 농촌, 과거와 현재가 일상의 생활 문화와 민속으로 다가왔다. 아방리[능말]는 정말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이런 것을 광명시가 잘 살려서 역사와 전통 마을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오늘날 서울의 위성 도시로서 광명의 정체성과 지역 전통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지자체에서 나서서 ‘아방리[능말] 만들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방리[능말]에 농요 전수 회관을 세우고 향토 문화 아카이브를 구축할 수 있는 시설을 세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금천강씨 종가 및 재실 복원, 몇몇의 민가 등을 복원해 아방리[능말] 전통 문화 마을을 광명의 새로운 명소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영회원, 구름산과 같은 역사 및 자연·생태적 조건을 결부시킨다면 아방리[능말]만들기는 광명의 자랑거리이자 시민들의 새로운 교육 및 나들이 코스로서 각광 받을 수 있다.
[마을 공간을 채우는 구성 요소]
서두가 길었다. 이제 아방리[능말]와 가운데말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요소들을 살펴보자.
현재 이 공간 안에 있는 구성 요소는 임야, 텃밭, 밭, 무덤, 주차 공간, 골목길과 같은 비건축물과 건축물로 나누어진다. 건축물은 주택, 상가, 공장, 창고, 하우스, 컨테이너, 원두막, 박물관, 마을 시설인 노인정이 있다. 주택은 ‘신축 양옥’과 한옥 개량 주택이 많다. ‘한옥 개량 주택’도 슬레이트지붕과 돌기와집으로 구분된다. 슬레이트지붕은 강한균 씨 댁, 양주완 씨 댁, 김정치 씨 댁과 매물로 나와서 현재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양주완 씨 댁 옆집, 김중석 씨 댁 옆집 등이다. 돌기와집은 강연근 씨 댁이다. 한옥을 개량한 주택들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농가의 일부를 개조하여 입실 부엌, 실내 화장실, 기름보일러 등의 시설을 신설한 형태이다.
1990년대 이후 지어진 신축 양옥들은 전체 20가구의 주택 중 14가구이다. 이 중 강오근 씨 댁과 고려유통과 KSK가 있는 집은 2층집으로 1층은 점포나 창고 등으로 세를 주고 2층은 가정집으로 사용한다. 김중석 씨 댁은 충청도에서 이주해 왔는데, 2층집을 지어 놓고 시부모와 아들 내외가 함께 살고 있다. 강영근 씨 댁[일명 등나무집]은 음식점을 같이 한다.
상가는 SK주유소와 음식점, 기타 점포가 있다. 음식점은 용인순대국, 중국 음식점을 파는 동방신기와 능촌석갈비, 개고기 등을 파는 등나무집이 있다. 점포는 대로변에 부동산 세 곳이 있으며, 현수막 제작, 슈퍼, 하이패스 단말기 판매, 낚시 마트, 배관 자재, 카센터, 얼음 판매점, 골프용품 판매점, 스크린골프존, 대선아이넷, 화장품 도매점, 생활용품 도매집, 고려유통, KSK가 있다. 공장은 대양하이테크, 대본, 씨트웰, 현재중량, 삼호상사, 이주형도예연구소 등이 있다.
창고는 모두 스무 채가 있는데 독립적인 창고 건물로 지어진 것이 아홉 채고 한 곳은 강오근 씨 댁 1층을 사용한다. 나머지 열 채는 비닐하우스 위를 검은 비닐 천으로 감싼 형태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사용한다. 생활용품 도매집 앞에 있는 하우스로 만든 창고 일곱 채는 생활용품 도매집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이 집에서는 경기 일원의 잡화상이나 생활용품 판매점에 물건을 소매로 넘기기 때문에 많은 물품 보관 창고가 필요하다. 따라서 여러 개의 하우스 창고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곳 앞에는 늘 물품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컨테이너는 세 채가 있는데 한 채는 온신축구회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두 채는 비어 있다. 마을 뒤 밭가에는 원두막이 있는데, 외지인들이 이곳에서 경작을 하고 쉬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청곡부채박물관은 사설 박물관으로 현재 1층은 박물관으로, 2층은 가정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마을 시설로는 마을회관을 겸하고 있는 능촌노인정이 있다. 마을에 늘어선 건물의 규모를 보면 대로 주변에는 주로 2층으로 된 상가가 있으며, 마을 안쪽에는 주로 1층 건물이 있다. 다만 아방리[능말]에는 임대료를 받기 위해 세 채가 2층집으로 되어 있다. 아방리의 공간 배치도와 관련 사진을 참고한다면 어렵지 않게 아방리[능말]와 가운데말의 풍경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풍경을 자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역사 및 사회사적인 이유들 때문이다. 훗날 10년 후쯤 다시 한 번 아방리[능말]를 스케치해 보고 싶다. 그때는 또 어떤 이유들이 이 공간의 풍경들은 변화시켜 놓을까.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