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015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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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天旺洞河政丞說話 |
영어음역 | Cheonwang-dong Hajeongseung Seolhwa |
영어의미역 | Tale of Minister Ha in Cheonwang-dong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천왕동 |
시대 | 조선/조선 전기 |
집필자 | 박사문 |
[정의]
서울특별시 구로구 천왕동에서 하정승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천왕동 하정승 설화」는 1980년 구로구 신설로 편입된 천왕동의 진주하씨의 시조인 하연(河演)[1376~1453]의 일화를 담은 인물전설이다. 저승의 사람이 묘역이 훼손되자 산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상황을 극복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묏자리의 훼손은 귀신을 부르고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천왕동 하정승 설화」 역시 두 명의 원님이 횡사하고서야 상황이 개선될 수 있었다. 묏자리를 신성시하던 과거 민중의 삶과 죽음에 관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내용]
옛날 이곳이 부평 땅이었을 때 원님이 부임하면 당도한 첫날밤에 죽는 일이 생겨났다. 세 번째로 부임한 원님도 그 이튿날은 시체로 변했지만 까닭을 알 길이 없었다. 나라에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다 못해 어느 무장이 사형선고를 받고 형 집행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라에서는 이왕 죽일 바에야 부평 원님으로 보내어 죽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사람을 원님으로 제수하여 보냈다.
부임한 원님은 첫날밤에 촛불을 밝히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시경이 되었을 무렵 일진광풍이 일면서 촛불이 꺼졌다. 담력이 강했던 원님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방문이 저절로 열리더니 머리에는 옥관자까지 한 선비가 나타났다. 원님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머리를 조아리고 “어인 일로 이 밤중에 행차하셨나이까?” 하며 공손히 예를 올렸다. 그 선비는 미소를 띠며 “이제야 사람을 만났군.” 하면서 자리에 정좌하고 “나는 신현의 뱀내에 묻혀 있는 하 아무개요.”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원님은 이 말을 듣자 등이 오싹하면서 식은땀이 났다. 바로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난 하모정승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정승은 또 “내 묘역에 도벌꾼이 들어와 나무를 마구 베어 가고 있으니 이를 막아 주오. 내가 이 일을 요청하러 오면 원님들이 먼저 놀라 혼절하여 죽어 버려서 매우 안타까웠소. 허나 그대는 담력이 매우 커서 이 일을 실천할 수 있으니 꼭 막아 주기 바라오. 그대가 내 소원을 들어주면 나도 그대를 도우리라.”고 하였다. 원님은 “대감의 소원은 이제 알았으니 날이 밝는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저승에서 편히 주무시기 바랍니다.”라며 하정승의 소원을 달래 주었다.
이튿날 아침 원님이 죽은 줄 알고 시체를 처리할 준비를 하고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전들은 깜짝 놀랐다. 원님은 곧바로 도벌꾼을 색출하여 벌을 주었다. 나라에서도 벌목은 금하고 있던 터라 도벌꾼의 색출로 무장인 원님은 사면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모티프 분석]
「천왕동 하정승 설화」의 주요 모티프는 ‘신임 원님의 횡사’, ‘훼손된 묏자리의 복구’ 등이다. 원님, 혹은 부사의 이유 없는 횡사가 일어나고 이후 담대한 원님이 나타나 귀신의 소원을 들어준 다음 부정적 상황이 개선·극복되는 모티프는 전설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화소이다. 훼손된 묏자리의 복구는 귀신의 소원인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는 풍수지리에 의해 묏자리의 보존이 매우 중요한 과제였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