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01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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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음역 | Seotdalgeumeumnal |
영어의미역 | Lunar New Year’s Eve |
이칭/별칭 | 제석,제야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
집필자 | 김영순 |
[정의]
서울특별시 구로구에서 음력 12월 30일에 행하는 풍속.
[개설]
섣달 그믐날은 음력 12월 마지막 날로 제석(除夕) 혹은 제야(除夜)라고도 한다. 섣달은 한 해를 다 보내면서 새해의 설을 맞이하기 위한 서웃달[설윗달]의 준말이다. 이 날 구로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이므로 새벽녘에 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수세(守歲)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한다. 수세의 풍습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로서 우리나라에 역법(曆法)이 들어온 이래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수세는 지나간 시간을 반성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통과 의례로 마지막 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다. 섣달 그믐날의 ‘그믐’은 만월의 보름달을 뜻하며 날마다 줄어들어 눈썹같이 가늘게 되다가 이윽고 모두 소진하여 없어진다는 순 우리말 ‘그믈다’의 명사형이다.
[연원 및 변천]
수세는 ‘장등(長燈)’, ‘해 지킴’, ‘밤 세우기’ 등으로도 부른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인가에서는 다락·마루·방·부엌 등에 모두 등잔을 켜놓는다. 흰 사기 접시 하나에다 실을 여러 겹 꼬아 심지를 만들고 기름을 부어 외양간, 변소까지 환하게 켜놓으니 마치 대낮 같다. 그리고 밤새도록 자지 않는데 이것을 수세라 한다. 이는 곧 경신을 지키던 유속이다.”라고 하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새벽에 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않는데, 그 유래는 “섣달 중 경신일(庚申日)에는 자지 않고 밤을 지켜야 복을 얻는다.”는 경신 수세의 도교 풍속에서 나왔다고 한다. 또한 궁중에서는 연종방포(年終放砲)라 하여 대포를 쏘았으며, 불화살을 쏘고 징을 치고 북의 일종인 나고(鑼鼓)라는 북을 울렸다. 자정에 이르면 백팔 번뇌를 없앤다고 하여 108번의 종을 치는 제야의 풍습도 있었는데, 이를 ‘제석의 종’이라고 일컬었다. 지금은 보신각에서 33천에 울려 퍼지는 종을 33번 친다.
[절차]
섣달 그믐날 저녁 식사 후 집안 어른들과 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지난 1년간 감사했다는 마음으로 “일 년을 잘 지냈습니다.”라든가, “새해맞이 잘 하십시오.”라고 말하고 묵은세배를 하였다. 이때는 시어른이 계시는 여자들도 묵은세배를 하였다. 묵은세배는 주로 늦은 시간에 하였다. 낮 시간에는 가까운 조상의 산소에 찾아가서 절을 하고 왔다.
또한 밤을 새우기 위해 윷놀이나 화투를 치면서 논다. 주부들은 세찬 준비로 바쁜 가운데 감주나 과줄, 호박엿 등을 내놓는다. 섣달 그믐날은 한 해를 결산하는 마지막 날이므로 밀린 빚이 있으면 이날 안에 갚고, 그러지 못하면 정월 보름 이전에는 빚 독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섣달은 ‘남의 달’이라 하여 한 해를 조용하게 마무리한다. 성주·조왕 등 가신에게도 불을 밝혀주는데, 예전에는 종지에 기름을 붓고 심지를 만들어 넣어 불을 켰다.
섣달에는 매사를 정리하고, 큰 물건을 사지 않으며, 솥을 사면 거름에다 엎어두었다가 그믐날에 부엌 아궁이에 걸면 탈이 없다고 한다. “섣달 그믐날이면 나갔던 빗자루도 집 찾아온다.”고 하여 ‘막가는 달’에는 마무리를 잘 한다. “숟가락 하나라도 남의 집에서 설을 지내면 서러워서 운다.”는 말이 있으므로 전에 빌렸던 남의 물건도 모두 돌려주고, 돈도 꾸지 않으며, 혼인도 하지 않고, 연장도 빌려 주지 않는다.
[생활민속적 관련사항]
구로 지역에서 섣달 그믐날과 관련하여 민간에 전해지는 것은 이 날 잠을 자면 영원히 자는 것과 같이 죽음을 뜻하기 때문에 밤을 샌다고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날과 그 전 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깨어 있어야 한다. 섣달 그믐날 잠을 자면 계속 연결하여 새 날을 맞이할 수 없다는 관념에서 수세의 풍속이 지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집안 곳곳에 밤새 불을 켜두면 광명이 비쳐서 복이 들어오고 잡귀를 쫓는다고 믿는다.
구로구 오류동과 천왕동에서는 잠을 자지 않는 풍속과 아울러 신발을 훔쳐가는 귀신이 신발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신발을 방안에 들여 놓아 감추는 풍속이 행해졌다. 또한 예전부터 숱 검댕이로 얼굴에 칠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 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하여 아이들이 잠을 자지 못하도록 하였다. 아이들이 잠을 자면 밀가루로 눈썹을 칠해 눈썹이 세었다고 놀리는 장난을 하기도 하였다.
오늘날도 구로 지역에서는 여전히 섣달 그믐날은 설음식 준비로 바쁘게 보내고 있다. 그러나 섣달 그믐날 행해졌던 묵은세배는 근래는 거의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