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서울특별시 구로 지역에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즐겨 먹던 음식.

[연원 및 변천]

명절음식은 세시 풍속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세시 풍속은 음력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그 이유는 예부터 농경 국가이던 우리나라가 24절기에 따라 농사를 지은 데서 연유한다. 이 절기 순환 이용은 농경뿐 아니라 어업과 관혼상제를 치르는 데도 유용하게 쓰였다. 농업이나 어업은 계절적 변화에 따라 이루어졌는데, 풍작이나 풍어를 바라면서 우리 조상들은 계절을 지배하는 신령들과의 교제가 필요했다. 이에 농사가 시작되는 봄과 추수가 마무리되는 가을에 행하는 종교적인 농경의례가 있었다. 그 주기적인 연중행사가 곧 세시 풍속의 기반이 되었으며, 이때 차리는 음식이 절식(節食), 즉 명절음식이 된 것이다. 구로 지역 주민들 역시 매해 명절 때마다 명절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정을 나누는 풍속을 보여 주고 있다.

[계절별 명절음식]

1. 정월 절식

정월의 절식은 설, 입춘, 대보름날에 행해진다. 설은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 신일(愼日)이라고도 하는데 1년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또 삼원지일(三元之日)[1년의 첫날, 달의 첫날, 날의 첫날]이기 때문에 원조(元朝)라고도 한다. 설날에는 차례 상과 세배 손님 대접을 위해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는데 이 음식을 통틀어 세찬(歲饌)이라 한다. 차리는 세찬에는 떡국, 세주(歲酒), 족편, 각종 전유어, 각종 과정류, 식혜, 수정과, 햇김치 등 여러 가지 음식 등이 있으며, 준비는 각 집안의 형편에 따라 가지 수와 양이 다르지만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 집에서든 만드는 공통 음식은 떡국으로, 설날에 흰 떡국을 끓이는 풍습에 대해 『조선상식』에서는, 흰색의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함으로써 천지 만물의 부활과 신생을 의미한다는 종교적 뜻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구로 지역의 경우 흰 떡국에 만두를 넣기도 하는데, 이때 만두소는 꿩고기로 만든다.

입춘은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이라 하여 움파, 산갓, 당귀 싹, 미나리 싹, 무 등 다섯 가지 시고 매운 생채 요리를 만들어 새봄의 미각을 돋구었다. 음식으로는 탕평채, 승검초산적, 죽순나무, 죽순찜, 달래장, 달래나물, 냉이나물, 산갓김치가 상에 올랐다.

대보름 음식은 상원절식(上元節食)이라고도 한다. 대보름은 음력 정월 보름으로 상원(上元)을 일컬으며, 중원[7월 보름], 하원[10월 보름] 등 3원 가운데 으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1년 중 첫 보름달이 뜨는 이 날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농경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 명절 풍속에서 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컸는데, 이는 대보름이 바로 그 대표요, 상징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가 있어서도 대보름의 민속은 보다 농경적이고 풍요 기원성이 강하다. 대보름 음식으로 대표적인 것이 오곡밥으로, 『삼국유사(三國遺事)』의 사금갑(射琴匣) 조에서 약반의 유래가 그 기원이다. 대보름은 신라시대부터 지켜 온 명절로 달이 가득 찬 날이라 하여 재앙과 액을 막는 제일(祭日)이다. 그밖에 묵은 나물, 귀밝이술, 복쌈, 부럼 등이 있다.

2. 2월 절식

2월의 절식은 중화절에 행해진다. 중화절은 농사철의 시작을 기념하는 음력 2월 초하루를 조선시대 궁중에서 일컫던 이름이다. 이날을 노비일(奴婢日), 머슴날 등으로도 불렀다. 농가에서는 중화절에 그 해의 풍년을 빈다는 뜻으로 정월 보름날 마당에 세웠던 화간(禾竿)[벼가릿대]을 2월 초 하룻날 이른 아침에 거두어 철거하는데, 이 볏가리에서 훑은 벼를 빻아 떡을 빚고 그 볏짚으로 떡을 찐다고 한다. 이날은 송편을 크게 빚어 농사일에 수고할 일꾼들에게 나누어 먹였다는 풍습이 있다.

농가에서는 2월 초하루에 콩을 볶아 먹었다. 이는 새와 쥐가 없어지고 집 안의 노래기도 없어져서 청결해지기를 기원하려는 의도가 있다. 콩을 볶으면서 “달달 볶아라 콩을 볶아라, 새알도 볶고 쥐알도 볶아라.”라고 하였다. 김윤자[여, 70세]에 따르면, 지금도 오류동 및 천왕동 일대에 사는 할머니들은 콩을 볶을 때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다고 한다.

3. 3월 절식

3월의 절식은 삼짇날에 행해진다. 음력 3월 초사흗날을 삼짇날이라 하며, 상사(上巳), 중삼(重三) 또는 상제(上除)라고도 한다. 또 답청절이라고도 하는데, 이날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즈음이면 산과 들에 새싹이 돋고 개나리, 진달래가 피는 생동의 봄철이므로 풍류를 즐기던 선인들은 이날 들과 산으로 나가 자연을 마음껏 즐겼다. 또한 이날은 양(陽)이 겹치는 봄철의 시작을 장식하는 명절로 전국 각 지방에서 많은 봄맞이 풍속들이 있다.

4. 4월 절식

4월의 절식은 한식과 부처님오신날인 초파일에 행해진다. 한식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다. 음력으로 2월 하순이나 3월 초에 드는데, 청명과 겹치거나 하루 늦추어서 든다. 이날은 종묘, 능원에 제향을 지내고 민간에서도 성묘를 한다. 이날은 불을 쓰지 않으므로 찬 음식을 먹고 술, 과일, 포, 식혜, 떡, 국수, 탕, 적 등의 음식으로 제사를 지낸다.

초파일 음식은 등석절식(燈夕節食)이라고 하며 유엽병, 볶은 콩, 미나리 나물들을 먹는다. 유엽병은 일명 느티떡이다. 느티나무에서 새싹이 나올 때이므로 연한 느티나무 잎을 따다가 씻어서 멥쌀가루와 섞어 떡 켜를 두툼하게 하여 찐 설기떡이다. 볶은 콩은 검은 콩을 깨끗이 하여 볶은 것이다. 부처의 이름을 외우는 사람은 콩으로써 그 수를 헤아린다. 그랬다가 4월 8일 석가모니 탄신일에 그 콩을 볶아 길에서 사람을 맞이하다가 먹여서 인연을 맺게 한다는 기록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나리나물은 미나리를 끓는 물에 데치고 파를 섞어 초고추장에 무쳐 만들기도 한다. 또한 미나리로 강회를 만들기도 하는데, 강회는 데친 미나리에 알지단과 고추 등을 넣어 말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5. 5월 절식

5월의 절식은 단오에 행한다. 5월 초닷새를 단오, 수릿날, 중오절, 천중절, 단양이라고 한다. 1년 중에서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날이라고 하여 큰 명절로 여겨 왔다. 단오는 더운 여름을 맞기 전 초하(初夏)의 계절이며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 계절이기도 하여 여러 가지 행사가 전국적으로 행해져 왔다. 단오 행사는 북쪽으로 갈수록 번성하고 남쪽으로 갈수록 약해지는데, 대신 남쪽에서는 추석 행사가 강해진다.

한방에서는 단오날 오시(午時)[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까지]에 뜯은 쑥이 약효가 좋다 하여 쑥과 익모초(益母草)를 뜯어 건조해 두었다가 약으로 쓰는 풍습이 있고, 수리취로 절편을 만들어 먹었다. 수리취 절편은 일명 차륜병, 단오병이라고도 한다. 차륜병이란 절편을 만들 때 둥근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무늬를 찍어서 만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수리취 절편은 멥쌀가루에 파랗게 데친 수리취를 곱게 다져 섞어 쪄서 몸이 곱도록 참기름을 발라 가며 둥글넓적하게 밀어 빚어서 수레바퀴 문양의 떡쌀로 찍어내는 것을 말한다. 단오를 수릿날이라고 하는데, 이때의 수리는 우리말의 수레[車]를 의미하기도 한다.

6. 6월 절식

6월의 절식은 유두와 삼복에 행한다. 음력 6월 보름을 유두날이라고 한다. 유두란 말은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준말이다. 유두날에는 맑은 개울물에 나가 목욕하고 머리를 감으며 하루를 청유(淸遊)한다. 그러면 상서롭지 못한 것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은 수단이나 건단, 유두면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夏至)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이라 하며, 이 셋을 통틀어 삼복(三伏)이라 하였다. 삼복 기간은 그 해 더위의 극치를 이루는 때이다. 복날은 양기(陽氣)에 눌려 음기(陰氣)가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하였다. 이때는 모든 사람이 더위에 지쳐 있을 때이기도 하여, 복중에 보신을 목적으로 하는 육개장과 개장국, 삼계탕을 먹는다.

7. 7월 절식

7월의 절식은 칠석과 백중에 행해진다. 칠석은 음력 7월 7일로 그날 저녁 견우와 직녀가 1년마다 만나는 날이라고 했다. 이날은 남녀의 사랑이 얽힌 전설이 많다. 우리나라 고전 소설 『춘향전』에서도 춘향과 이도령의 가약을 맺어 주던 다리가 칠석날의 오작교였다. 음식으로는 밀전병과 밀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7월 보름을 백중이라 하는데, 한자로는 백종(百種), 백중(百衆), 중원(中元),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한다. 백중에는 갖가지 과일류와 오이, 산채 나물과 다시마튀각, 각종 부각, 묵 등 사찰 음식을 차렸다.

8. 8월 절식

8월의 절식은 추석에 이루어진다. 추석은 음력 8월 보름으로 우리나라 큰 명절의 하나인데, 가배일(嘉俳日)·중추절(中秋節)·가위·한가위라고도 한다. 농경민족이던 우리 선인들은 1년 중 가장 큰 만월 날을 맞이하여 신도주(新稻酒)와 오려송편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제물을 만들어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며 농공감사제(農功感謝祭)를 지내 왔다. 추석은 대보름과 함께 보름달을 상징으로 삼는 큰 명절로서, 신라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을 만큼 동양 삼국에서도 우리만의 특징이다. 송편이 보편적인 절식이나, 일정한 음식으로 규정하기보다 햇곡식으로 만든 떡과 술, 그리고 과일이 이날의 절식이다.

9. 9월 절식

9월의 절식은 중양절인 음력 9월 9일에 이루어진다. 음력 9월 9일을 중구·중광(重光)·중양(重陽)이라 하는데, 이는 양수가 겹쳤다는 뜻이다. 또한 음력 9월 9일은 삼월 삼짇날에 온 제비가 다시 강남으로 떠나는 날이기도 하다. 가을이 깊어 가는 계절로 서울 지역의 풍속에는 남산과 북악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전을 먹으며 즐기는 풍습이 있다.

10. 10월 절식

10월의 절식은 특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주로 조상에게 성주제 혹은 시제를 지냈기 때문에 제사 음식이 발달하였다. 우리 민족은 10월을 상달[上月]이라 불러 한 해 농사를 추수하고 햇곡식으로 제상을 차려 감사하였다. 10월 상달이 되면 어느 가정에서든지 말날[午日]이나 길일을 택해서 성주에게 제사를 지냈다. 성주신은 가내의 안녕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정성을 들여 햇곡식으로 술과 떡을 하고 갖가지 과일을 준비하여 성주제를 지냈는데, 이때는 주로 가족의 평안을 기원했다. 그밖에 조상께 지내는 시제(時祭)를 가문마다 택일해서 지내고 겨울 준비로 김장을 하였다.

11. 11월 절식

11월의 절식은 동짓날 팥죽 먹는 풍습이 대표적이다. 동짓날은 하지(夏至)부터 짧아진 낮이 극한에 이르러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이날은 새알 모양의 떡을 넣은 팥죽을 쑤어 먹는데, 새알은 자기 나이대로 넣어 먹는 풍습이 있다. 한편, 팥죽을 문짝에 뿌려서 사귀(邪鬼)를 쫓기도 하였다.

12. 12월 절식

12월의 절식은 농한기와 관련이 있으므로 농가에서는 주로 고구마나 옥수수를 재료로 하는 음식들이 발달하였거나 술을 빚어 먹기도 하였다. 또한 10월에 담근 김장을 꺼내 만두를 빚거나 동치미를 꺼내 먹기도 하였다. 아울러 12월에는 설을 준비하는 음식 위주로 발달하였다.

섣달은 납월(臘月)이라 하며, 섣달그믐은 제석(除夕)·세제(歲際)·세진(歲盡)·작은 설이라고 한다. 1년을 마지막 보내는 날로 다음 날 새해 준비와 지난 한 해의 끝맺음을 하는 분주한 날로서, 조상의 산소에 성묘도 하고 집안 어른과 일가를 찾아 묵은세배를 하느라고 밤늦게까지 호롱불을 들고 다녔다. 또한 방, 뜰, 부엌, 문, 변소 등의 집안 구석구석에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자지 않았으니, 이는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지새워야 잡귀의 출입을 막고 복을 받는다는 도교(道敎)적 풍속에서 나온 수세(守歲)이다. 한편, 먹던 음식과 바느질하던 것은 해를 넘기지 않는다고 하여 저녁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으며, 바느질 하던 것도 끝을 내는 풍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