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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0C010203
지역 서울특별시 구로구 수궁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윤정

옛 서울 도심 곳곳에는 하천이 흘렀다. 근대화가 한창이던 1960~1970년대 서울의 실개천은 콘크리트 밑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의 흔적은 그대로 길이 됐다. 실개천을 복개한 모양대로 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연하게 흐르는 길 양 옆으로는 건물이 들어섰다. 궁동을 매끄럽게 지나가는 궁동길의 본모습 또한 ‘물길’이다.

[S자로 유연하게 흐르던 오류천 물길]

수궁동의 옛 이름은 ‘수룬’이다. 마을 어른들은 ‘수운(水雲)’을 편하게 부르다 보니 ‘수룬’으로 발음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마을 이름만 딱 들어도 ‘물’이 연상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현재 수궁동을 돌아보면 궁동생태공원 연못 이외에는 물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궁금증의 실마리는 궁동을 흐르던 오류천에서 찾을 수 있다. 오류천 지류는 궁동저수지[현 궁동생태공원 연못]에서 청룡산 아랫자락을 돌아 삭새고개[현 세종과학고등학교]를 휘감고 궁동 입구까지 흘러 내려왔다.

이경노[1940년생] 씨는 “오류천이 일자로 흐른 하천이 아니고 구불구불 흐르던 실개천이죠. 우리 선산 자리로도 천이 흘렀어요.”라고 설명한다. 마을을 S자로 돌아 흐르던 오류천의 원류는 와룡산에서 시작됐다.

수궁동에서 80여 년을 산 이혁진[1906년생] 씨는 “1940년대에 농사를 짓다가 가물어서 땅을 파기 시작했어. 혹시 물구덩이가 나올까 해서. 그런데 거기에서 둑을 지지하던 말뚝들이 무수히 나왔지. 와룡산 자락에도 천이 있었다는 거야.”라고 설명한다.

다른 마을 주민들 또한 과거에는 곳곳에서 샘이 솟았다고 말한다. 그 중 ‘벼락구덩이 우물’은 지금의 궁동생태공원 연못이 됐다.

[큰 길이 된 오류천 물길]

오류천이 복개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 길을 넓히기 위해 오류천을 구간별로 복개하기 시작했다. 현재 마을버스 6613번이 다니는 길인 궁동길은 오류천이 흐르던 모양 그대로다.

궁동길 양 옆은 현재 상점이 밀집한 궁동 생활의 중심지다. 복개되기 전에도 천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길이 나 있었다.

권창호[1950년생] 씨는 “오류천 옆으로는 제방을 쌓아서 논으로 물이 넘치는 걸 막았어요. 천은 유속이 빨라서 고무신을 빠뜨리면 잡지 못했죠.”라며 옛 기억을 더듬는다. “징검다리 놓고 건너다니다가 장마철에는 폭이 20m 정도로 물이 불어서 잘 건너지 못할 정도였어요. 새마을 사업 하면서 복지관 앞에 간이 다리를 놓았고요. 그 길목에 장승이 서 있었어요. 길은 거기뿐이니까 일가친척들이 지나가다가 인사를 나누곤 했어요.”라고 덧붙인다.

현재 자연 하천 예정 부지로 지정된 오류천은 실개천 복원 사업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궁동 오류천의 소[물웅덩이]를 찾아 500여m를 복원할 계획이다. 권창호 씨는 “오류천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살아나서 사람들이 모이던 옛 정감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정보제공]

  • •  이혁진(남, 1906년생, 구로구 수궁동 주민)
  • •  이경노(남, 1940년생, 구로구 수궁동 주민)
  • •  권창호(남, 1950년생, 구로구 수궁동 주민, 수궁동 주민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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