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A02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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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다일 |
아침 출근 시간 구로디지털단지역. 사람들이 줄지어 계단을 내려온다. 이 역을 찾는 사람이 하루 14만 명에 이르니 사람도 자동차처럼 모두 줄지어 다닌다. 그래서 출근 시간의 구로동은 활기차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은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 2010년 4월 27일자 기준으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입주 기업 수가 1만 17개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 1만여 기업에 입주한 근로자는 12만 2000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1999년 597개에 불과했던 기업이 2000년 12월 디지털 단지로 변화하고 10년 만에 14배로 늘어난 것이다.
구로공단[정식 명칭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이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1978년에는 7만 5100명이 이곳에서 일을 했다. 구로동에서 일하는 인구로만 보아도 구로공단의 전성기를 넘어선 수준이다.
[IT 기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구로디지털단지]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 가운데 디지털 기업, 즉 IT 기업이 80%를 넘는다. 또 이 기업들은 연간 2조 300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다. 모두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72%가 1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구로공단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로 사람이 손으로 하는 가발 공장, 의류 공장이 주를 이뤘던 구로공단이니 당시에는 한 공장에 수백, 수천 명이 일했다. 책상을 줄지어 놓고 모두 기계처럼 똑같은 일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모습이 다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걷다 보면 깔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사람들이 주로 보인다. 목에는 회사 출입 카드를 걸고 있다. IT 기업들의 특성상 옷차림새도 자유롭다. 공장 옷을 입거나 검은 양복 일색인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일면이다.
[벤처 빌딩에서 키우는 꿈]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젊은 IT 기업들이 모인 것은 아파트형 공장의 역할이 컸다. 대형 건물에 아파트처럼 층별로 혹은 방별로 구분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대형 업체들의 경우 1개 층 혹은 2개 층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흔한 모습은 아니다. 대부분 1개의 방을 사용하면서 십 수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일명 ‘벤처 빌딩’으로 불리는 아파트형 공장은 정부의 주도하에 형성됐다. 1990년대 후반 굴뚝 공장이 중국으로 혹은 임대료가 싼 지방으로 이사를 떠나자 구로공단은 인구도 줄어들고 회사도 줄어들어 공동화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자리에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다.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곳이라 정부의 혜택도 있었다.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서울시가 취득세와 등록세를 100% 면제해 준다. 게다가 재산세를 5년간 50% 감면해 줘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입주를 돕기 위해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업체당 8억 원까지 분양 자금도 지원해 준다. 여러 혜택이 있으니 자연스레 기업들이 몰려오게 됐다.
IT 기업들이 모여 있으니 시스템도 잘 갖춰졌다. 소규모 기업들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협회가 구로동에 자리했다. 작은 회사들끼리 모여 있으니 세무나 특허를 담당하는 회사들이 같이 모이게 됐다. 2000년 처음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조성되고 10년이 흐른 지금은 서로 다른 회사들이 한 건물에 모여 유기적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루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 한 채에 100개에서 300개까지의 기업들이 모여 있으니 서울디지털산업단지만의 독특한 문화도 생겨났다. 기업들끼리 가을에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축제를 열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을 돕는 행사도 열어 사회적 기업의 역할까지 해 낸다. 굴뚝 공장이 사라지고 디지털 단지로 변화한 10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 더 이상 구로동은 옛 구로공단의 모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