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01926 |
---|---|
한자 | 反省- |
영어음역 | Banseonghada Geumandun Nal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윤희진 |
[정의]
2008년 시인 김사이가 구로공단 노동자를 소재로 지은 현대시.
[개설]
「반성하다 그만둔 날」은 구로노동자문학회 출신인 김사이의 첫 번째 시집으로 2008년 실천문학사에서 발행한 『반성하다 그만둔 날』에 수록되어 있는 표제 시이다.
[구성]
총 3연 18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만난 사람들 속에서 술을 마신다/말을 새로 배우듯 조금씩 취해가며/자본가와 노동자를 얘기하다가/비정규직 부당해고에 분개를 하고/여성해방과 성매매를 말하며 반짝이는 눈동자들 틈에/입으로만 달고 다닌 것 같은 시가 길을 헤매며/주섬주섬 안주만 챙긴다//
엉거주춤 따라간 나이트클럽에 취해 돌아보니/얼큰히 달아오른 얼굴들이 흐물거리고/춤을 추는 무대 위엔 노동자도 자본가도 없다/쩝쩍대고 쌈박질하고 홀로 비틀어대는,/아주 빠르게 회전하는 형형색색의 불빛들 아래/조금씩 젖어가며 너나없이 한 덩어리가 되어 출렁거린다./낯선 이국땅에서 총 맞아 죽고 굶어 죽어도/매일 밤 일탈의 유혹처럼 찾아드는/이 자본의 꿀맛//
도처에 흔들리는 일상들/등급매기지 않기로 했다/
[내용]
노동 운동의 산실으로서의 가리봉동 혹은 구로공단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서울의 어두운 뒷면을 그려냄으로써 ‘찝쩍대고 쌈박질하고 홀로 비틀어대는’ 현재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본가와 노동자를 얘기’하던 과거와 교차되는 현재의 모습 속에서 더 이상 ‘도처에 흔들리는 일상들/ 등급 매기지 않기로 했다’며 변화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는 노동자의 모습을 노동 운동이나 해방 등의 개념으로 등장시키지 않고 그들의 형상을 보여줌으로써 한층 변화된 노동 문학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의 배경이 되는 가리봉동은 1980년대에는 노동 운동의 상징적인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잊혀진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자 소비문화와 재개발 정책으로부터 소외된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이다. 이 시의 화자는 이제 이러한 가리봉동의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지고자 한다.
[의의와 평가]
이 시가 실린 『반성하다 그만둔 날』은 노동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성하다 그만둔 날」은 반성을 그만둔 시인이 정치적인 구호 대신 서울이라는 이름의 배수구가 보여 주는 기이한 삶의 국면들을 폭넓게 포착하여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