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016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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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勞動文學-産室-九老工團-加里峯洞 |
영어의미역 | Guro Industrial Complex and Garibong-dong, The Cradle of The Work Literatur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사문 |
[개설]
「노동문학의 산실, 구로공단과 가리봉동」은 노동이라는 ‘주제 혹은 계급성’과 구로라는 ‘지역성’을 토대로 한 새로운 ‘문학사’이다. 이 새로운 문학사는 다음의 과정을 통해 구성되었다. 먼저 ‘문학의 위기’ 담론 이후 문학의 범주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온 경향을 고려하고, 과거의 공장-노조-파업에 갇힌 협소한 개념을 넘어서는 노동의 범주를 설정한 뒤, 마지막으로 구로라는 지역성을 매개로 포섭할 수 있는 문학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였다.
[디지털구로문화대전과 구로의 노동문학사 사이에서]
‘디지털’과 ‘노동’, ‘문화’와 ‘문학’이 주는 느낌의 간극만큼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디지털구로문화대전은 구로구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통시적 연구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그 1차적 목적이 있다. 이는 내적으로는 거주민의 구로에 대한 애향심과 자긍심을 고양하고, 외적으로는 지역 이미지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구로의 노동문학사를 정리한다는 과업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딜레마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약간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 이유는 현재 구로구는 공단 지역이란 낙후된 이미지를 떨쳐 버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중반 90%가 국유지였던 구로구에 노동 집약적 섬유·봉제 업체가 들어섰다. 또한 재개발 과정에서 이주한 난민들이 모여 살았던 이곳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우리나라 최고의 첨단 IT 벤처 산업의 메카’를 예비한 꾸준한 성과를 보여 주고 있으며, 서울시 주관으로 실시한 2009년도 문화 분야 자치구 평가에서도 2년 연속 최우수구로 선정되는 등 명실상부 문화 도시로서의 위치도 자리 잡아 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960년대 중반 이후 형성된 공업 단지가 품고 있는 장소성[‘장소에 대한 참된 태도’로서 ‘장소 정체성의 전체적 복합성을 직접적이며 순수하게 경험하는 것’-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을 채택하여 노동문학사를 쓴다는 것은 떨쳐 버리고 싶은 콤플렉스를 다시 고착화시키는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콤플렉스의 정체’를 투명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개발 독재시대에 국가의 공식 호칭이었던 ‘산업 역군’은 일반적으로 ‘공순이’로 불렸다. ‘공순이’, ‘공돌이’들은 오늘날 한국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현대사의 거룩한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차별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거리에 나서면 손톱에 기름때라도 끼었을까 머리에 실밥이라도 묻었을까 늘 조마조마했고, 사람들이 자기만 쳐다보는 것 같다.”는 영화 「구로아리랑」의 여주인공의 고백 속에서 우리는 기만적인 권력의 실체와 더불어 ‘내 안의 타자’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는 당시 거의 모두가 가난했고 무지했으며, 그래서 가난과 무지에 대한 환멸과 절망을 사회적 약자의 상징이었던 공돌이·공순이에게 풀어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우리가 만약 억압에 대한 절규와 저항의 최전선을 보여 준 구로의 노동문학사 앞에서 자랑스러움 대신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경제 성장의 화려한 지표와 달리 우리는 아직 상대적 빈곤의 문제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다. 1977년 11월 30일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국민 여러분, 오늘은 우리 민족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날이 될 것입니다. 누가 우릴 못사는 민족이라 했습니까?”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설에 여전히 최악의 노동 조건과 장시간 노동으로도 가난을 떨치지 못했던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소외감을 느꼈듯이, 우리는 아직도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상대적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1970~1980년대의 노동자와 일부 지식인처럼 ‘연대를 통한 저항과 희생의 정신’은 생각조차 못한 채 단자화 되어 제 살길에 골몰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 아닐까. 그도 아니라면 공순이의 사회적 소임을 고스란히 떠안은 이주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날것으로 드러날 때의 가책에 마음이 편치 앉을 수도 있겠다.
어찌된 이유건 콤플렉스는 넘어야 할 산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콤플렉스는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더 이상 콤플렉스라 할 수 없다. 가난의 냄새를 지우려 하기보다 가난을 비집고 나온 진실과 희망의 외침을 건져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로의 장소성에 관한 김동춘 교수의 의견을 소개한다. “구로는 덜 경쟁적이고, 이웃을 돌아보며, 과거를 부정하지 않는 구로의 이미지를 디지털이 아닌 산업화의 장소로서 거쳐 간 사람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구로에서 산업화와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할 수 있는 소중한 곳을 남겨 후세에게 노동의 정당성을 가르쳐야 한다.”
구로구는 현재 문화·예술의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경제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즈음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예술 도시로의 진입을 위해 떼오도르 폴 김의 조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올바른 정신을 가진 정치로 우리가 조상들이 헌신을 다해 만들어 놓은 도시의 역사적 흔적들을 찾아 복원하고, 훌륭한 문화의 도시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상속할 것.”
우리가 저항의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민주주의 말살과 인권 유린의 아픈 상처를 정직하게 대면하고 반성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반성의 힘으로 현재의 삶을 사유하고 구로에 둥지를 튼 이주 노동자들을 포용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가 구로의 치열했던 노동문학사를 배태한 과거의 구로공단이 품고 있는 장소성을 힘껏 껴안을 수 있다면, 그때 이미 구로구는 문화·예술의 도시인 것이다.
[통사적·주제적, 그리고 지역적 문학사학을 향하여]
「노동문학의 산실, 구로공단과 가리봉동」이란 표제 아래 구로의 노동문학사를 개괄하려고 하니 난감함을 금할 길이 없다. 문학사라는 층위에 노동이란 주제 혹은 계급성과 구로라는 지역성이 결합됨으로써 세 가지 층위에서 이를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학의 위기’ 담론 이후 문학의 범주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온 경향을 고려하고, 과거의 공장-노조-파업에 갇힌 협소한 개념을 넘어서는 노동의 범주를 설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구로라는 지역성을 매개로 포섭할 수 있는 문학을 선별하는 것은 더욱 지난한 일이다.
그런데 구로의 노동문학사를 정리해 보자는 이 새롭고도 의미 있는 시도와 그것의 의의는 사실 이영미에 의해 예견 혹은 제안된 바 있다. 「문학사학을 위한 시론」이라는 글에서 이영미는 문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획으로서 통사적·주제적 ‘문학사학’을 주창하는데, 이는 정치가 아닌 ‘경제의 시대’에 걸맞은 수용자 중심의 ‘맞춤식 문학태’를 핵심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다성적 해석’을 통해 다층, 다각적으로 축적된 데이터의 꾸준한 축적이 필요하다.
축적된 데이터는 수용자의 ‘편집’[계층적 혹은 지역적 혹은 시대적 조류 등에 따라]의 힘을 통해 재배치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문학 연구는 다중의 문학사로 존재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소비 욕구를 해소하고, 더불어 대중의 인격을 형성시킬 수 있다는 점과, 여타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연동되어 한국학의 위상을 정립하는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문학사 연구의 전략적 기업화를 주장하는 이영미 교수의 논의를 수용하여 「노동문학의 산실, 구로공단과 가리봉동」은 디지털 문학사의 얼개를 제시하는 선에서 글의 소임을 다 하고자 한다.
1. 문학의 경계를 재설정하다
「노동문학의 산실, 구로공단과 가리봉동」은 인쇄 매체 및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국문 문학’과 영화·TV 방송극 등의 ‘영상 문학’, 대중가요[혹은 민중가요] 등의 ‘녹음 문학’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국문 문학에는 보고 기사 또는 기록 문학을 뜻하는 ‘르포’도 포함된다. 르포는 문학적 형상성에 대한 배려보다 사실 자체를 제시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본격 문학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예술적 허구보다 훨씬 더 박진감 있는 흥미, 삶의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개발 독재 시대의 계급 모순과 민주주의 억압, 그리고 치열했던 저항의 역사는 르포 방면의 풍부한 유산을 낳게 하였다.
전태일의 삶을 그린 최호철의 만화 「태일이」가 2009년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한 것을 보면 혹시 구로의 노동 운동과 관련된 만화[그림 문학]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료를 찾지는 못했다. 앞으로 만화라는 보다 쉽고 친근한 매체를 통해 과거 노동자의 삶을 기억하고 현재의 삶을 진단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가 세계 이주민의 날[매년 12월 18일]에 개최하는 축제 한마당에서는 이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그들의 삶의 애환을 연극으로 꾸며 공연을 하기도 한다. 구로 지역 노동 운동의 역사에서도 노동자의 삶을 다룬 연극[공연 문학]이 다수 공연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으나 자료의 보존 여부를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연극, 혹은 뮤지컬 등이 영상으로 보존될 수 있는 방로를 모색하여 한국 문학사의 소중의 자료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이와 더불어 온·오프라인 문학 단체 및 잡지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2. 새로운 시대, 노동의 개념을 재정의하다
“현실 사회주의의의 붕괴 이후, 혹은 1990년대 이후 진행된 사회적·예술적 지형의 급격한 변화 이후 아직도 노동문학은 존재하는가, 노동문학에 관해 이야기하고 사유하는 것이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조정환의 답변은 이러하다. “노동문학을 작업장의 현실과 그 속에서의 노동자들의 투쟁과 그 승리를 재현하는 문학이라고 정의한다면 그것은 사회주의 문학과 더불어 이미 새로운 미적 구성력을 상실한 그 무엇일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생산직, 남성, 육체노동자 헤게모니를 허용했던 노동자 계급이 재구성되어 노동은 작업장을 넘어 사회 전체로 흘러넘치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일하도록 강제 당한다는 뜻의 노동자는 인류 대다수의 보편적 운명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정환은 공장은 아직도 사회적 적대가 소용돌이치는 공간이며, 긍정의 감각이 생장하는 공간의 하나이며, 그래서 투쟁의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나아가려는 일련의 작품은 소중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형의 창조’, ‘노동자의 계급적 각성 및 승리’ 등 리얼리즘의 규율에 매달리지도 않고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지도 않는 살아 있는 감각을 필요로 하는 노동문학을 주문한다.
노동문학의 창조적 계승 및 확장을 모색하는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최근 법정·의학·패션·음악·요리·방송 등 전문직 트렌디 드라마는 문제적이다. 하지만 이들을 노동문학의 범주에 넣기가 꺼려지는 것은 매체의 특성상 볼거리 위주의 상업적 성향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으며, 연애 관계, 배신과 복수 등의 모티프들이 노동하는 삶이라는 중심 맥락보다 승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노동문학은 공장과 공사판에서 작업복을 입고 노동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억압을 형상화하는 것만일 수는 없다. 그 어떤 직종이건 간에 다양한 직업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진정성 있게 형상화되는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등을 기대해 본다.
각자의 자리에서 노동이 주는 즐거움과 희망, 고통과 소외를 길러 내어, 그것으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존엄한 존재가 되고, 모두가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세상은 참 많이 변한 것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비정규직 등] 내면을 황폐화시키는 노동의 조건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교묘하게 숨어 버린 강력한 적 앞에 저항을 포기한 채 스펙 쌓기에 골몰하고 있으니, 21세기의 노동문학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에서는 작품이 전적으로 ‘노동’이라는 주제로 집약되지 않더라도 부분적으로 노동자의 삶이 재현된다면 구로의 노동문학사에 편입시키고자 하였다.
3. ‘구로’ 안으로 포섭되는 작품을 건져 올리다
가리봉동은 쇠락한 동네의 표본처럼 회자되지만 그것은 1990년대 10년간 기억일 뿐, 1970~1980년대 가리봉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동적인 동네였다. 구로공단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가장 앞에서 이끌었고, 노동 운동의 역사도 이곳에서 시작되고 꽃피었다. 이러한 이유로 구로공단과 가리봉동은 1970~1980년대 ‘산업화 시대의 상징’, ‘노동 운동지의 핵심’, ‘가난한 이들의 정착지’ 등의 장소성을 지님으로써 작품의 제목과 배경으로 꽤 빈번히 등장하게 되는 영광(?)을 차지한다.
한편, 현재 가리봉동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부터 찾아들기 시작한 조선족으로 인해 ‘한국 속 작은 중국’이라 할 만하다. 1988년 구로공단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중국 동포가 메우게 된 것이다. 가리봉동 인구의 4분의 1인 1만 5620명[2009년 3월 말 현재]이 조선족이니, 가리봉동은 이제 기존의 계급 모순에 더하여 세계화 시대 국가·민족 모순이 중층화된 전형적 장소라 할 만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장소성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2010년 이후 ‘가리봉균형발전촉진지구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가리봉동에는 서울디지털 산업단지와 호텔 등이 들어서게 된다. 도시건축학자 떼오도르 폴 김은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때 미래를 향한 강한 힘을 내재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 안에서 진정한 문화와 삶을 만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구로구는 재개발 이후 들어설 53층짜리 랜드마크 빌딩 4층에 구로공단과 조선족 밀집 지역의 흔적을 담은 기념관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념관을 채울 콘텐츠를 구상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기념관을 만들기 전 ‘인간의 존엄함’을 훼손시키지 않는 개발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뽑아 버린 후 기념해 주겠다는 발상은 아직 살아 있는 자를 강제로 죽인 후 제삿밥을 차려 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힘없는 이들의 삶의 흔적들과 고단한 삶을 가꾸어 주던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병원과 복지관, 단체들이 아름다운 존재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이 절실하다.
요컨대 구로의 역사는 현대사의 압축이자 자본주의 역사의 축약이라 할 만하다. 우리가 다루게 될 작품 중에는 이러한 구로의 장소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부분적 배경의 역할만 하거나, 등장인물이나 서술자에 의해 한두 번 언급되는 정도에 그침으로써 장소성이 약하거나 거의 드러나지 않는 작품들도 있다. 장소성의 강도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지어 살펴보고자 한다.
[함께 채워 나가야 할 미완성의 문학사]
1. 소설
1) 이문열-「구로아리랑」, 1987년
구로에서 일하는 여공인 1인칭 화자는 현식이 사기꾼이라는 경찰의 주장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의 존엄’을 가르쳐 준 학출(대학생 출신 노동자)이라고 주장한다. “흔들리지 않게……”라는 결말은 현식이 사기꾼이었음을 반어적으로 강하게 암시한다. 내용이 화자의 대사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 소설이다.
2) 공지영-「동트는 새벽」, 1988년
「동트는 새벽」은 대학생 주인공이 구로공단의 노동 현장에 위장 취업 후 겪는 고단한 일상과 집회[1987년 구로구청 농성 사건]에의 참여를 주된 서사로 한다. 노동자에 대한 신뢰와 연대감을 통해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이 되는 세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는 공지영의 등단작이다.
3) 신경숙-『외딴방』, 1995년
유신 말기 구로공단[동남전기 주식회사]에서 일하면서 ‘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니던 3년 남짓[1978~1981]의 세월에 관한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이다. 『외딴방』은 외딴 방 시절의 과거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집필하는 ‘나’의 현재 시간이 교직되며 진행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형식 실험을 수행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개발 독재의 뒷받침을 받고 진행된 천민자본주의의 추악한 뒷모습을, 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과 YH사건, 그리고 12·12와 5·17에 이은 광주 학살과 삼청교육대의 인권 유린을 그 어떤 폭로 수기보다도 더 생생히 드러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4) 이인휘-『내 생의 적들』, 2004년
이인휘는 우리 시대의 역사적 전환기였던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5월 17일부터 현재까지, 한 사내가 살아 온 24년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엮어 그 시절을 거쳐 온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24년은 어떤 세월이었냐고 묻고 있다. 작가 이인휘는 「국가보안법」이란 올무에 걸려 한 청년의 삶이 찢겨지고 뒤틀려지는 과정과, 그가 자신의 삶을 일그러뜨린 ‘적’의 실체를 더듬어 가면서 자신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냄으로써 우리를 저 위대한 연대의 투쟁과 사랑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내 생의 적들』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며 대학을 자퇴하고 노동 운동에 투신했던 작가의 경험이 곳곳에 녹아 있다. 지난 1984년 구로공단에 자리를 잡은 이인휘는 진보 생활 문예지 『삶이보이는창』(1998년 6월~)을 만들어 6년 동안 이끌어 왔다.
5) 박찬순-「가리봉 양꼬치」, 2006년
「가리봉 양꼬치」는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작이다. 구로공단의 가리봉오거리 시장통, 쪽방에서 쪽방으로 이어지는 중국 조선족의 삶을, 고난 앞에 늠연한 한 젊은이의 내면을 통해 자연스레 녹여 낸 작품이다. 유목과 경계의 문화에 주목하는 작품의 주제를, 노린내를 없앤 가리봉 양꼬치의 근원으로부터 풀어내고 있다.
6) 황석영-「돼지꿈」[중편]·「구로공단의 노동 실태」[르포], 1973년. 「잃어버린 순이」, 1974년
황석영은 1973년 구로공단 전자산업 회사에 위장 취업해 일단 30원짜리 직공 ‘시다’ 노릇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지금의 통합민주당 대표인 손학규와 가리봉동 벌집[작은 쪽방]에서 살았다. 이러한 경험은 1973년 중편 「돼지꿈」과 르포 「구로공단의 노동 실태」, 1974년 공단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잃어버린 순이」로 결실을 거둔다.
7) 조세희-『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978년
‘난쏘공’으로 불리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공간적 배경은 빈민과 공장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산동네 철거촌이다. 소설 속에 구체적 지명이 나오지는 않지만 조세희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무악동, 동대문구 면목동, 구로구 가리봉동, 인천 동구 만석동 일대를 취재해 글을 썼다고 한다. 작가는 우화적 기법으로 난쟁이 일가로 상징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 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파헤친다. 특히 난쟁이의 왜소하고 어눌한 모습을 통해 당시 광포한 산업 사회로 접어든 1970년대 우리 사회의 허구와 병리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8) 공선옥-『수수밭으로 오세요』, 2001년·「가리봉연가」, 2005년
『수수밭으로 오세요』는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강필순이 첫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그녀를 불쌍히 여긴 의사 남편과 재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장편 소설이다. 지식인과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람 사이에 놓인 격차가 잘 드러나 있으며,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대안으로 ‘어미 마음’을 강조한다. 『유랑가족』 중 「가리봉연가」는 병든 오빠를 고쳐 주겠다는 거짓 약속만 믿고 한국 남자와 결혼한 고달픈 처지의 조선족 여인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9) 양귀자-「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1987년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는 도시 하층민의 정직한 노동과 삶의 애환을 통해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고발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신회의 회복을 모색하는 『원미동 사람들』 연작 중 한 편이다. 주인공 임씨에게 연탄값 80만 원을 떼어 먹은 쉐타공장 사장이 야반 도주해 더 크게 공장을 차린 곳이 가리봉동으로 등장한다.
10) 박범신-『나마스떼』, 2005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네팔 남자와 미국에 살다가 귀국한 한국 여자의 사랑을 중심 줄거리로 삼아 외국인 노동자 문제, 인간의 구원 등을 다룬다. 이주 노동자들의 비극적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 경제 제일주의와 이주 노동자에 대한 국가 정책을 구체적이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2. 시
1) 박노해-「가리봉시장」[『노동의 새벽』], 1984년
1970~1980년대 구로구 가리봉시장을 배경으로 하여 부근 공장 노동자들의 삶의 애환을 노래한 시이다.
“가리봉 시장에 밤이 익으면,/ 피가 마르게 온 정성으로/ 만든 제품을/ 화려한 백화점으로,/ 물 건너 코큰 나라로 보내고 난/ 허기지고 지친/ 우리 공돌이 공순이들이/ 싸구려 상품을 샘나게 찍어 두며/ 300원어치 순대 한 접시로 허기를 달래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구경만 하다가/ 허탈하게 귀가길로/ 발길을 돌린다”[부분]
2) 조기조-「구로동 아리랑」[『낡은 기계』], 1997년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비애감과 탐욕스런 공장주에 대한 원망을 형상화한 시이다.
“구로동 구종점 네거리 인력시장/ 가로등은 꺼지고 해는 높았는데/ 아라리요 아라리요 얼굴보고 골라가고/ 쓰라리요 쓰라리요 덩치보고 골라가고/ 팔려가지 못한 사람들 진눈깨비로 서성이네/ 「중략」/ 일하고 싶네 일하고 싶어 젊어서 일해야지/ 늙어서도 일할 팔자 일하다가 죽고 싶네/ 아리랑 쓰리랑 아라리요 쓰라리요/ 혼자 남은 내 발길은 공단 쪽으로 돌려지는데/ 일하던 우리 공장은 문 닫은 지 석 달째라/ 아라리요 쓰라리요 쓰라리가 지라리요/ 밀린 월급 떼어먹고 도망간 사장님은/ 십리도 못 가서 새 공장을 차렸다네.”
3) 임성용-『하늘공장』, 2007년
구로공단과 안산공단에서 공장 노동자로 일한 적이 있는 시인은 극한의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이론적인 차원에서 목격하거나 표현하지 않고 직접적인 체험에 근거함으로써 시의 진실성과 진정성을 높이고 있다. ‘노동문학의 소멸’과 같은 담론의 가당치 않음을 단박에 증거하고, 노동문학이라는 존재의 이유를 몸으로 깨닫게 하는 힘으로 충전된 시집이다. 그는 1992년부터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발간하는 문예지 『삶글』에 시와 소설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제11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 맑은 하늘에 공장 하나 세워야겠다/ 따뜻한 밥솥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 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라고 웃음방울 영그는 곳/ 그곳에서 연기 나는 굴뚝도 없애고 철탑도 없애고/ 손과 발을 잡아먹는 기계 옆에 순한 양을 놓아먹이고/ 고공농성의 눈물마저 새의 날갯짓에 실어 보내야겠다/ 저 펄럭이는 것들, 나뒹구는 것들, 피 흐르는 것들/ 하늘공장에서는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로 필 것이다/「중략」/ 큰 공장 작은 공장 모두 하나의 문으로 통하는/ 하늘공장에 가서, 저 푸르른 하늘공장에 가서/ 부러진 손과 발을 쓰다듬고 즐겁게 일해야겠다/ 땀내 나는 향기를 칠하고 하늘공장에서 퇴근하는 길/ 지상에 놓인 집 한 채가 어찌 멀다고 이르랴.”
4) 김사이-「초록눈」, 「숨어 있기 좋은 방」, 「머물기 위해 떠나다」 등[『반성하다 그만 둔 날』], 2008년
『반성하다 그만 둔 날』의 현장은 1980년대 노동 운동의 상징적인 공간이었으나 이제는 잊혀 버린 역사를 간직한 첨단 아울렛 몰이자, 소비문화와 재개발 정책으로부터 소외된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인 가리봉동이다. 김사이의 시에서 소위 노동 해방 문제나 노동문학의 소재지로서의 가리봉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다. 노동자들의 모습이 노동 해방 따위의 개념어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사이의 시는 현재적이다. 그녀의 시는 정치적 구호보다도 삶 자체가 더 정치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가리봉오거리 가는 공장들 담 아랜/ 우울한 가슴들이 다 모였다/ 담벼락에 달라붙어 눌은 먼지들 빈 담뱃갑/ 썩은 나뭇잎 비닐봉지 팔다리는 물론, 머리 없는 나무들/ 한겨울 매일같이 옷깃 세우고 지나다닌 길/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저 그러려니 사는 게 그러려니 하면서 -「초록눈」 부분
누가 어디에 사냐고 물어 볼 때/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람들/ 내 고향보다 더 허름한 빈민촌 같아/ 자꾸 자꾸 눈에 밟히고 불편하면서도/ 무슨 짓을 해도 티가 나지 않을 것같이 거리낌 없었던/ 떠나고자 몸부림쳐도 구로동이었다/ 내 시가 시작된 곳/ 젊음의 덫이기도 했던/ 이 거리 구석구석 몸에 새겨졌다/ 떠나야겠다/ 시가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 -「머물기 위해 떠나다」 부분
5) 송경동-「무허가」[『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2009년
송경동의 시에는 고단한 노동, 힘겨운 밥벌이, 그러고도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의 아픔과 눈물, 싸우고 터지는 삶의 모습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용산4가 철거민 참사 현장/ 점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 생각해 보니 작년엔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 노상 컨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 구로역 CC 카메라탑을 점거하고/ 광장에서 불법 텐트 생활을 하기도 했다./ 「중략」/ 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3. 수필·르포·수기
1) 유경순-『아름다운 연대-들불처럼 타오른 1985년 구로동맹파업』, 2007년
구로동맹파업 당시 사건의 시대적 배경에서부터 노조 결성 과정, 구동파, 그리고 그 이후와 평가까지가 꼼꼼히 담겨 있다. 집단행동을 위주로 했던 과거 노조 운동 서적과 달리 개별 주체들의 경험을 담았으며 ‘승리의 역사’만이 아닌 투쟁 과정 중에 있던 개인 간 갈등, 집단 내 갈등을 드러내는 내용도 담았다.
2) 유경순-『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구로동맹파업의 주역들, 삶을 말하다』, 2007년
구동파 주역들의 출생 이후 현재까지의 개인사를 통해 시대를 재생했다. 서문에서 “이 책은 ‘노동자들이 쓰는 자기 삶 이야기’ 또는 ‘노동자들의 자기 역사 쓰기’를 복원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3) 구은정-『우리들의 구로동 연가-구로공단과 구로디지털산업단지 사이 월드』, 2009년
구로동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구로동의 모습을 그려 보고 소통하려 한 책이다. 본문에는 구로라는 땅에 살고 있는 여섯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필자가 발로 찾아다니면서 취재하고 구술을 받아 적은 여섯 명의 이야기가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뀌는 그 사이를 생생히 들려준다.
4) 박민나-『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윤혜련 편, 2004년
여성 운동가 8명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여성 노동 운동가의 삶 그 자체를 절절하게 보여 주고, 대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이 겪어야만 했던 시련과 그 시련을 통해 권리를 되찾아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윤혜련[1985년 서울 가리봉전자 노조사무국장, 2004년 현재 구로삶터 자활후견기관 관장]의 이야기가 구로 노동 문학사에 편입될 수 있다. 저자인 박민나 역시 구로공단에 있는 (주)로옴 코리아에 입사하여 1985년 구로동맹파업에 참여한 바 있다.
5) 한정희-「인테리어 목공의 노동일기」[『삶이보이는창』], 2006년 5월
목수일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가 자신의 삶의 지나 온 경로를 압축적으로 소개하고, 나흘간의 내부 수리 현장에서의 작업 과정과 감흥을 생생하게 기록한 수필이다. 노동자로서의 자긍심과 즐거움, 그리고 비애와 분노가 정직하게 드러나 있다.
6) 김순천 외-「다시 목련을 기다리며」[『부서진 미래』], 2006년
간병인, 주유소 아르바이트생, 학습지 교사, 비닐하우스 할머니 등등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비정규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삶이 보이는 창 르뽀문학교실’의 11명의 수강생들이 1여 년간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지닌 삶의 고통을 인터뷰한 내용이 흑백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다시 목련을 기다리며」 편이 구로 노동문학사에 편입될 수 있다.
7) 이상규-「연변, 조선족 그리고 대한민국」, 2008년
중국 조선족 동포에 관한 현장 보고라 할 수 있으며, 중간 중간 보이는 저자의 자작시들이 글의 서정성을 높여 주고 있다. 이 책은 조선족 동포 이야기, 탈북자 이야기, 재일교포 이야기 등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족은 중국 변방의 소수 민족이자 우리의 중국 동포이다. 조선족 동포 이야기에는 나라가 지켜 주지 못한 개인의 생존권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고통 받으며 떠돌아다닌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조국을 찾아 온 동포를 불법 체류자로 만들고도 모자라 임금 체불, 폭행 등의 악행이 그치지 않는 현실이 그려져 있다.
4. 영화
1) 김응천-「불타는 소녀」, 1978년
「불타는 소녀」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누이이자 공장에서도 맏딸 같은 역할을 해 내는 여공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구로공단 아아공장의 여공들 속에 김기숙이라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여공이 있다. 기숙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기숙은 보수가 좋아지면서 생활의 여유가 생기자 자꾸 빗나가는 여공들을 바로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여공들과의 갈등 속에서 경영주에게 여공 교양 강좌에 대한 문제와 시청각 교육 문제들을 제안하지만 거부당한다. 그래도 그녀는 여공들과 경영주 사이에서 자기의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한다.
2) 이상빈-「어둠을 뚫고 태양이 솟을 때까지」, 1987년
구로구청 항쟁은 피로 쟁취한 직선제 개헌이 후보 단일화 실패라는 작은 약점으로 인해 미리부터 패배감에 젖어 있던 대선 정국에 다시금 민중 항쟁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였으나, 정치권은 선거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고 다시 피어오르는 민중의 분노는 외면했다. 민중의 절규는 3일째 유래 없는 잔혹한 진압으로 막을 내리지만, 움직일 수 없는 부정 선거의 증거와 민중의 분노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남았다.
3) 박종원-「구로아리랑」, 1989년
공장 노동자들의 일상과 함께 노동자로서의 계급적 각성과 저항 의식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무대는 구로동의 공단 사거리에 있는 아세아 패션이라는 중소기업이다. 생산직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박봉이라고 알려진 곳이 이런 봉제 공장이라고 한다.
4) 김선민-「가리베가스」, 2005년
「가리베가스」는 가리봉동의 변화를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김선민 감독의 구로에 관한 연작들 중 한 편이기도 하다. 이전부터 구로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 내온 김선민 감독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결들을 따라 작업해 왔다. 가리봉동 쪽방에 살던 선화는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가리봉을 떠난다. 대신 그 자리에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온다는 설정을 통해 가리봉동의 주역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줬다. 김선민 감독은 실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로공단에서 노동자로 생활한 경험이 있다.
5) 김홍준-「장미빛 인생」, 1994년
전두환 정권이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무시하고 호헌을 발표한 1987년 4월 13일부터 서머 타임을 개시한 5월 11일까지의 약 한 달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구로구 가리봉동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당대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심야 만화방’이란 특수한 공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그 존재론적 부각을 통해 근대화의 혜택에서 밀려난 하층민들의 인생을 차분하게 반영하고 있다.
6) 이장호-「바람 불어 좋은 날」, 1980년
서울 변두리 개발 지역의 풍경을 그린 영화이다. 덕배, 춘식, 길남은 중국집, 이발소, 여관에서 일을 하며 우정을 나누면서 살아간다. 순박한 덕배는 구로공단의 여공 춘순과 상류 사회 출신의 명희 사이에서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폭행 사건에 휘말린 춘식은 교도소로, 길남은 군에 입대하여 덕배와 헤어지게 된다. 덕배는 좋은 날에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7) 이세룡-「내 친구 제제」, 1989년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각색한 작품이다.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다쳐 실직한 후 제제 집안의 비극은 시작된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제제와 일본 사람 무도 아저씨와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그려 낸 작품이다.
8) 이창동-「박하사탕」, 1999년
1980년대라는 시대의 폭압을 견뎌낸 한 남자가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역추적한 영화이다. 이 작품에서 가리봉동은 주인공이 너무나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로 나온다. 영화는 1999년 봄 영호가 가리봉 봉우회의 야유회 장소에 나타나 철로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1979년 바로 그 장소에서 영호와 첫사랑 순임이 수줍은 듯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봉우회는 구로공단의 야학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만든 친목회이다.
5. 드라마
1) 「가리봉 엘레지」[MBC 특집극, 2002년 3월 17일 방영]
「가리봉 엘레지」는 불법 체류 중인 중국 교포를 등쳐먹으려는 한국인의 일그러진 모습을 비춘다. 연출을 맡은 박복만 PD는 “조선족의 코리안 드림을 유린하는 사람은 바로 같은 동포인 한국인입니다. 이 드라마로 한국인들의 자성을 이끌어 내 조선족들과의 공존을 모색하려 했습니다.”라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6. 가요
1) 「가리봉5거리」[『노동, 민중가요 94곡 선』, 1999년]
「가리봉5거리」는 힘겨운 세상살이 속에서 떠난 임과 친구를 그리워하는 이의 고단한 인생이 담긴 민중가요이다.
가리봉 5거리에 빛바랜 시장통에/ 흔들흔들 술 취한 사람 걸어가네./ 무심한 세월 속에 떠나간 임을 찾나/ 비틀비틀 술 취한 사람 걸어가네.[후렴: 시퍼렇게 멍든 세상/ 흰 눈 온다고 가려질 수 있나./ 사랑만 남겨 둔 채 친구는 떠나가고/ 그때 남긴 발자국 따라 걸어가네.]
2) 둘 다섯-「긴 머리 소녀」, 1975년
「긴 머리 소녀」는 이두진의 설명에 의하면 황순원의 단편 소설 「소나기」의 윤초시네 증손녀를 모델로 한 「소나기」를 압축한 노래이자, 1970년대 학업도 포기한 채 고향을 떠나 공단에 취업하여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어린 누이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이다.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 머리 소녀야[후렴: 눈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심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에 긴 머리 소녀야/ 눈 감고 두 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7. 잡지
1) 『삶이보이는창』[격월간지, 1998년~ ]
디지털 노동문화복지센터의 삶이보이는 창이 출간하고 있는 격월간지이다. 일터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글을 담고 있는 ‘일터’, 평범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풍경’, 시와 시에 과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 등으로 꾸며져 있다. 『삶이보이는창』은 문학에서 소외된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진보를 지향하되 구호로 빠지지 않고, 생활과 결합하되 문학적 향기를 가미한 진보적 문예지로서 노동자들 속에 자리 잡아 가고 있다.
2) 『삶글』[계간, 1990~2000년]
구로노동자문학회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냈던 계간지로, 노동자 참여 문학의 큰 축을 담당하였다.
8. 단체
1) 구로노동자문학회[1988~2006년]
구로노동자문학회는 1988년 6월 25일 실천문학사의 재정 지원과 전태일기념사업회 등의 도움으로 태어났다. 문학이 전문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것이란 생각으로 출발한 최초의 노동자 문학회였다. 노동자 문학회는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구로를 시작으로 영등포, 인천, 부천, 마산·창원, 울산 등지에서 줄지어 생겨났다.
2) 디지털 노동문화복지센터-삶이보이는 창[1998년~ ]
삶이보이는 창[약칭 삶창]은 1998년 6월 구로 지역에서 일하던 진보적인 일꾼들이 모여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권익과 자긍을 지키고, 삶의 문화를 피폐화하는 권력과 자본에 맞서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시작되었다. 지난 시기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노동 열사들의 마음을 이어받아 일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일하는 사람들의 문화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글 읽기와 글쓰기를 조금이나마 활성화하기 위해 여타 진보적인 글쓰기 집단과 개인들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한편, 진보적인 출판 사업과 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한 ‘삶의 창을 여는 문학교실’에서 르포문학교실, 여성노동자글쓰기교실, 평전문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사무실은 영등포동 2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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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의 노동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