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016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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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薔薇-人生 |
영어의미역 | Rosy Life |
분야 | 문화·교육/문화·예술 |
유형 | 작품/음악·공연 작품 및 영상물 |
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가리봉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사문 |
[정의]
서울특별시 구로구 가리봉동의 심야 만화방을 배경으로 하여 김홍준이 제작한 영화.
[개설]
「장미빛 인생」은 당시 영화진흥공사의 만화방 세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면이 실제 구로구 가리봉동을 배경으로 하여 촬영되었다. 경제 성장에 따른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가리봉동은 낙후 지역으로 남아 1994년 촬영인데도 불구하고 1987년의 분위기를 흡사하게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태원 엔터네인먼트의 「장미빛 인생」 DVD에 수록된 김홍준 감독의 영화 해설 편 ‘다시 가리봉에서’에 의하면 2006년 현재 공단 주변 특유의 벌집은 거의 흔적만 남아 있고, 거주민도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공장들이 경기도 안산 및 시화 등으로 옮겨 가면서 가리봉시장 역시 쓸쓸한 풍경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공연상황]
1994년 8월 6일 개봉된 영화로 상영 시간은 94분이다. 대본은 육상효가, 감독은 김홍준이 맡았다. 마담 역은 최명길이, 동팔 역은 최재성이, 기영 역은 차광수가, 유진 역은 이지형이 맡았다. 비디오는 1994년 12월에 출시되었고, DVD는 2006년 5월에 출시되었다. TV 방영은 1996년 1월 1일과 1997년 12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구성]
「장미빛 인생」은 전두환 정권이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무시하고 호헌을 발표한 1987년 4월 13일부터 서머타임을 개시한 5월 11일까지의 약 한 달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구로구 가리봉동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당대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만화방의 TV를 통해 간간히 들려오는 뉴스는 영화가 그려 내는 시간과 거의 적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사건 면에서는 갈등과 화해의 스토리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인 혐의로 쫓기는 동팔과 마담, 동팔과 노동 운동가 기영, 작가 희망생 유진과 다방 종업원은 각각 갈등과 화해의 서사를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마담은 동팔로 인해 벗어나고 싶어 하던 가리봉동과 화해한다.
[내용]
「장미빛 인생」은 가리봉동의 허름한 심야 만화방 안으로 찾아 들어가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세상을 들추어낸다. 일일 막노동꾼, 건달들, 가출 청소년,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숨어 지낼 수밖에 없는 인생들이 만화방을 찾아드는 것이다. 사고를 치고 경찰에 쫓기는 깡패 동팔, 마담의 동생이며 수배 중인 노동 운동가 기영, 현실을 빗대 무협지를 썼다는 이유로 당국의 추적을 당하는 문학청년 유진. 이 세 사람의 도망자와 만화방 주인인 마담이 서로 엮이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담은 지긋지긋한 가리봉동을 뜨고 싶어 하지만 동생의 노동 운동을 이해하고 있으며, 멸시를 서슴지 않던 동팔에게도 마음을 연다. 동팔은 시비가 있을 때마다 유진을 도와주고, 기영에게도 마음의 문을 연다. 동팔의 폭력에 대한 보복으로 건달들이 몰려와 만화방을 초토화시키지만 동팔, 기영, 유진은 힘을 합해 만화방을 복원한다. 네 사람의 연대는 동팔이 경찰의 총에 맞아 죽게 되면서 비극적 결말을 보인다. 그러나 마담과 동팔의 관계에서 태어난 남자 아기의 평화로운 오후는 새로운 희망을 암시한다.
[의의와 평가]
「장미빛 인생」은 1980년대의 시국과 하층민의 삶을 멜로드라마적으로 풀어낸 사회성 짙은 영화이다. 강간 신, 1대 다수의 폭력 신 등 상업적 고려가 눈에 띔에도 불구하고 산업 역군이자 공돌이·공순이로 불렸던 소외 계층의 집합소, 노동 운동·민주화 투쟁의 핵심이었던 가리봉동의 장소성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1980년대 사회상을 그리는 데 있어서 심야 만화방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발견하고, 그 존재론적 부각을 통해 근대화의 혜택에서 밀려난 하층민들의 인생을 차분하게 반영하는 작가적 양식과 그 현장을 취재하는 태도는 특히 평가할 만하다.
1980년대 풍성하였던 노동 문학과 이에 대한 담론에 비추어 볼 때, 「장미빛 인생」은 문학적 성취에는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촬영 시점이자 개봉 연도인 1994년 또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1980년대에 근접한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은 「장미빛 인생」이 가진 미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분의 하층민들 중 가리봉동의 핵심 구성원이었던 공장 노동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특유의 장소성을 지닌 가리봉시장의 왁자한 모습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은 못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