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01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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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房 |
영어음역 | Oettanbang |
영어의미역 | The Isolated Room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사문 |
[정의]
1995년 소설가 신경숙이 구로공단의 체험을 토대로 지은 노동 소설.
[개설]
『외딴 방』은 군사정권 말기에 구로공단의 동남전기주식회사에서 일하면서 ‘산업체특별학급’에 다니던 3년 남짓[1978~1981]의 세월에 관한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이다. 『외딴 방』은 외딴 방에서 외롭게 죽어간 한 가여운 넋에 대한 진혼가라 할 수 있다. 신경숙은 잊고 싶었던 그러나 잊을 수 없는 그때 그 시절 그 장소로 되돌아가서 그 쓰라린 현장을 다시금 언어로써 복원해낸다. 그 복원의 대상은 주인공이 10대 후반, 낮에는 구로공단의 전기 제품 업체에서 공원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산업체 특별학급에서 공부하던 시절을 가리킨다. 그 시절의 여러 체험 중 그녀를 가장 큰 경악과 비탄 속에 빠뜨린 것은 그녀와 이웃해 살았던 동료이자 선배인 희재 언니의 죽음이었다. 희재 언니의 죽음을 둘러싼 작가의 고백 성사는 자신의 체험을 질료로 한 글쓰기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과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지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보여 준다.
[구성]
『외딴 방』은 ‘기승전결의 형식’ 또는 ‘연대순으로 줄 맞춘 요점 정리’를 거부하는 발언을 내장하고 있다. 이는 이데올로기적 봉쇄 내지 닫힘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희재 언니 이야기 자체가 온갖 곡절을 담았지만 그 나름의 ‘기승전결’을 갖고 완결되었고, 결과적으로 이 인물에 일정한 ‘전형성’마저 부여하게 된 점은 분명한 성취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외딴 방』이 보여 주는 현재의 사건은 이 작품이 창조되는 과정에서 작가가 느낀 것이거나 생각난 것과 그 과정에서 생긴 여러 일화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심적인 내용은 이렇다. 「깊은 슬픔」으로 신경숙이 대중에게 알려지자 야간학교 시절의 친구가 어느 날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그 시절의 이야기는 왜 하지 않느냐고 작가에게 질문하였는데, 이 돌연한 질문에 성실하게 답한 것이 이 작품의 시작이다. 신경숙은 이 작품을 약 1년 동안 서울과 제주도에서 써가면서 작가가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과거의 이야기를 끝까지 감출 것인가 아니면 솔직하게 토로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것을 가능한 한 진솔하게 드러내기로 결심하는데 그 과정이 바로 현재의 사건의 주 내용이다.
[내용]
이 작품이 보여 주는 과거의 사건은 작가의 직접 체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경숙이 열여섯 살 때[1978년]부터 스무 살이 될 때[1981년]까지 겪은 일이, 작가가 성장기에 만났던 이들과 그때 경험하였던 일이, 그 과거 사건의 핵심이다.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농촌에서 살고 있던 주인공은 1978년에 외사촌 언니와 함께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다. 그 뒤 이들은 취업을 위해 직업훈련원에 다닌다. 주인공의 주경야독하는 큰 오빠와 함께 이들은 가리봉동의 ‘외딴 방’에 기거하며 구로공단에 자리 잡은 동남전기주식회사에 다닌다.
이 시절에 주인공은, 그 시절 가난한 농촌 출신의 여공들이 대개 그랬듯이, 한편으로는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난과 고독과 절망에 시달렸다. 말하자면 주인공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모종의 기쁨이나 보람이 아니라 뚜렷한 피로와 짜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런 일상과 싸우면서도 상경의 원천이었던 향학열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1979년부터 그녀는 공장에서의 작업을 마친 뒤에 산업체 특별학교인 영등포여자고등학교로 달려갔던 것이다. 이런 길마저 주인공에게 쉽게 허용되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그것은 주인공이 노조의 탈퇴라든가 평소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노조 지부장이나 주변 인물들과의 불편한 관계 등 이런저런 부담을 감수하고 힘겹게 선택한 길이었다. 그렇긴 해도 주인공이 소중하게 품고 있었던 문학적 열망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배움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런 생활을 하던 1979년 봄에 그녀는 희재 언니를 처음 본다. 희재 언니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못지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가난한 고독과 절망 속에서 살다 죽은, 혹은 그렇게 인생을 마감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와 다를 바 없는 고난의 일상을 보내야 했던 모든 불우한 젊은이들을 상징하고 있는 인물로 보인다. 과거 속 사건은 결국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는 거니?”라는 말을 남기고 희재 언니가 자살하게 되고, 자신이 잠근 방안에서 일어난 희재 언니의 죽음으로 인해 주인공이 외딴방에서 탈출하듯 도망감으로써 끝을 맺는다.
[특징]
『외딴 방』은 외딴 방 시절의 과거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집필하는 ‘나’의 현재 시간이 교직되며 진행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형식 실험을 수행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개발 독재의 뒷받침을 받고 진행된 천민자본주의의 추악한 뒷모습을, 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과 YH사건, 그리고 12·12와 5·17에 이은 광주 학살과 삼청교육대의 인권 유린을 그 어떤 폭로 수기보다도 더 생생히 드러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의의와 평가]
『외딴 방』은 가까운 한 시대를 총체적으로 형상화한 증언록이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노동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어둡고 답답한 현실 속에서 내밀하게 작가의 꿈을 간직한 한 소녀의 진솔한 내면 기록이라는 점에서 한 편의 뛰어난 성장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아가 ‘문학에 대한 물음의 집요성’이나 ‘현실에 대한 탐구의 깊이’는 가히 『삼대』나 『임꺽정』 등을 넘어서는 최고의 수준이라 할 만하다.
한편 지역감정의 발로가 없다는 점, 작업장 묘사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답답함과 괴로움을 동료끼리 부질없는 싸움질로 발산하는 시끄럽고 상스러운 장면도 있을 법한데 노조와 관련된 이유 있는 다툼을 빼면 다들 너무도 온순하고 착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교묘한 무공해성”의 문학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는 ‘산업 역군의 풍속화’로서 『외딴 방』이 완벽에 미달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