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01628 |
---|---|
영어음역 | Bioneun Narimyeon Garibongdonge Gayahanda |
영어의미역 | Have to Go Garibong-dong If it rains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사문 |
[정의]
1986년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연작 중 한 편으로 도시 하층민의 정직한 노동을 소재로 한 소설.
[개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는 도시 하층민의 정직한 노동과 삶의 애환을 통해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고발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신뢰의 회복을 모색하는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연작 중 한 편이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를 통해 우리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믿음은 경멸과 불신의 대상이었던 도시 하층민으로부터 비롯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임씨와는 다른 처지임을 강조하던 은혜 아버지가 나중에는 정작 같지도 않은 나이까지 속여 가며 같음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에 대한 그의 오만과 불신이 임씨의 정직함과 순박함 앞에서 부끄러움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슬픔은 임씨의 것이고, 부끄러움은 은혜 아버지와 그를 닮아 있을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웃에 대한 믿음은 이 부끄러움을 통해서 온다.
임씨와 계급적 대립의 자리에 위치하는 자로는 연탄 값 떼어 먹고 야반도주한 스웨터 공장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악덕 기업주가 더 크게 사업을 하는 장소가 바로 가리봉동이니, 당시 가리봉동의 노동 착취를 짐작할 만하다.
[구성]
목욕탕 수리 공사를 하게 된 광복절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을 기록하고 있다. 집안과 집밖의 이중 구성이며, 집안이 의심과 갈등의 공간이라면 집밖은 화해와 희망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
은혜네 가족은 서울에서의 전세방 생활을 청산하고 부천 원미동에 연립을 한 채 사서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한 달이 멀다 하고 생기는 하자 탓에 수월찮은 돈을 날린다. 그런데 목욕탕에도 문제가 생겨 광복절 날 임씨와 젊은 일꾼 한 명을 불러 수리를 맡긴다. 은혜 아버지는 임씨가 연탄 배달부이자 이것저것 잡일을 하는 어설픈 막일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아내와 마찬가지로 임씨가 수리비를 과다하게 받아 챙길까하여 시종일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질 못한다. 하지만 임씨는 한 푼이 아쉬운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까지 제공한 후 정확하게 노임을 계산한다. 임씨는 비 오는 날이면 구로구 가리봉동의 스웨터 공장 사장에게 못 받은 연탄 값 80만원을 받으러 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돈을 받으면 도시에서의 상처투성이 삶을 마감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이후 그는 엉터리 견적으로 주인을 속이는 일꾼이라고 종일토록 의심하며 손해 볼까 두려워 궁리를 거듭하던 자신의 꼴을 부끄러워하며 임씨와 같은 토끼띠라 우기면서까지 그와의 동일성을 찾으려 한다.
[특징]
전지적 작가 시점을 채용하여 도시 중산층인 주인공의 허위의식과 속물근성을 낱낱이 까발린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시점을 주인공에게만 적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인물, 아내와 임씨 등에 대한 서술은 주인공의 눈을 거친 관찰자적 시점에서 재현된다.
[의의와 평가]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를 비롯한 『원미동 사람들』 연작에는 성장과 소외, 풍족함과 빈곤, 폭압과 자유에의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갈등하며 공존했던 80년대의 소시민적 삶의 풍속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한 시대의 풍속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삶의 진실성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부끄러움을 환기시킴으로써 희망을 건져 올리기’는 ‘지금 여기’에도 절실한 명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