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015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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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彌勒佛像說話 |
영어음역 | Koga Tteoreojin Mireukbulsang Seolhwa |
영어의미역 | Tale of a Stone Image of Buddha Pitching a Nos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인천광역시 계양구 |
집필자 | 김미경B |
[정의]
서울특별시 구로구에서 미륵불상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코가 떨어진 미륵불상 설화」는 과거에 구로가 속해 있던 옛 부평부에 위치한 계양산에서 전해지는 화강암으로 조각된 높이 1.5m의 허술한 입상인 미륵불에 관한 석상담(石像談)[불상담]이다. 이 설화는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인의 기구한 사연과 얽혀 있다. 원래 옛 구로가 속해 있는 부평부 부평읍의 한 미륵불당에 모셔져 있던 이 불상은 언제부터인가 코가 떨어져 불상의 구실을 못하게 되었다. 훗날 누군가가 미륵불상을 새로 조각하여 바꾸어 세웠지만 불당을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당집도 헐려 또 다시 훼손되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이 불상은 1975년 계양산 서쪽 기슭에 있는 백련사로 옮겨졌다.
[내용]
옛날 부평 땅 어딘가에 어떤 부인이 시집온 지 십년이 넘었는데도 자식을 낳지 못해 애를 끓이고 있었다.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그녀는 절에 가서 온 정성을 다하여 불공을 드리고 삼천 배를 몇 번이고 올려 보았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그래서 남편한테 소박을 당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가 말하기를, “내가 어디서 들은 얘긴데 말이야, 아들을 낳고 싶은 사람이 불상의 코를 떼어 간직하면 틀림없이 소망이 이루어진다네. 한번 해봐. 틀림이 없다니까!” 어찌할 바를 모르며 낙담했던 그녀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그것이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인 양 용기를 내어 인적이 드문 읍 하천가에 있는 미륵불당을 찾아갔다.
다행히 불당 안에는 미륵을 모시는 승려가 없었다. 그녀는 이 불상의 코를 어떻게 뗄까 궁리를 하던 끝에, 어느 날 밤 남몰래 끌과 망치를 가지고 불당에 들어갔다. 두려운 마음으로 아주 힘들게 불상의 코를 떼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라 여겨졌기 때문에 온갖 번뇌를 뒤로 한 채였다. 그리고 그녀는 잉태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그러나 부처님도 무심하시지, 2~3년 애태우며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결국 그녀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애꿎은 불상만 병신이 되고 만 것이다.
[모티프 분석]
「코가 떨어진 미륵불상 설화」의 주요 모티프는 ‘10년이 넘도록 무자식’, ‘불상의 코를 얻었어도 잉태하지 못한 여인’ 등이다. 이 이야기는 전국 각처에서 유래하는 많은 미륵불(Maitreya) 설화 가운데 하나이다. 먼저 미륵불에 대해 살펴보면, 미륵불은 메시아적인 기능을 하는 미래불(未來佛)이다. 미륵불은 석가모니불이 열반한 후 56억 7천만년이라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비로소 이 세상에 강림할 미래불이다. 도래할 미륵불은 석가모니불이 미처 구제하지 못한 이 세상의 중생 모두를 구제할 것이다. 미륵불이 강림하면 이 미혹한 세상에서 생로병사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번뇌하는 가엾은 중생이 구제되어 고통 없는 열반에 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생에게 미륵불에 대한 믿음은 희망이요, 삶의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고통 받는 중생의 소박한 마음과 소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미륵불은 전국 각지의 야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듯이, 전국 각지 중생의 보편적인 염원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미륵불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만들어낸 이야기에서 우리 여인네들의 삶과 한을 엿볼 수 있다. 혼인을 하고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무서운 칠거지악(七去之惡)에 해당한다. 칠거지악이란 남편이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7가지 구실을 말한다. 전통 봉건사회의 여성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인식되던 칠거지악의 조목은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는 것[不順舅姑],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無子], 음탕한 것[淫行], 질투하는 것[嫉妬], 나쁜 질병이 있는 것[惡疾], 수다스러운 것[口舌], 도둑질하는 것[盜竊] 등이다.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은 칠거지악 중에서도 2번째에 해당되는 대죄이다. 바로 이 설화의 주인공 여인이 이것을 근거로 해서 내쫓길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속설에 따르면 미륵의 코를 갈아서 마시면 아들을 낳고, 팔을 갈아서 마시면 있던 병이 낫는다고 한다. 아무리 절박한 상황일지라도 이 여인이 행한 일은 불가에서 보자면 엄청난 대죄이다. 따라서 민간의 속설과 불교 신앙 사이에서 그녀는 많은 번뇌를 했을 것이다. 결국 여인은 어렵게 결단을 내려서 일을 행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런 대가를 가져오지 못했다.
결혼이 종족의 보존과 가문의 번성에 핵심적인 의미가 있었던 전통사회에서 이런 여성의 애달픈 모습은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미륵불처럼 드물지 않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가엾은 여인의 운명이 코가 떨어진 미륵불과 얽히고설키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지금도 구로구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