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서울특별시 구로구 지역에서 활동한 미국 성공회 사제이자, 예수원의 설립자.

[개설]

대천덕 신부의 미국 이름은 루벤 아처 토레이(Reuben Archer Torrey) 3세이다. 1918년 중국 산동성 제남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2002년 한국에서 사망하였다. 성서와 성령에 의한 회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복음주의 전통에 서 있으면서도, 사회 정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 신학자로 평가받는다.

[활동사항]

대천덕 신부는 청소년기인 1933~1934년 평양 외국인 학교에서 수학하였다. 이후 중국 연경대학교(燕京大學校)[옌징대학교], 미국 데이비슨대학(Davidson College)[남침례신학교], 프린스턴신학교(Princeton Theology Seminary)에서 공부하였으며, 남부대학(University of the South)[성공회 신학교]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46년 2월 2일 미국성공회(Episcopal Church of USA: ECUSA) 사제서품[조지아 교구]을 받았다.

1942~1947년 단속적으로 선원 생활도 하였던 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57년이었다. 그는 1957~1964년 성미카엘신학원[현 성공회대학교]을 재건립하였고, 원장으로 봉직하였다. 1965년 강원도 태백[당시 삼척] 하사미 외나무골로 들어간 그는 그곳에 성공회 수도원 공동체인 예수원(Jesus Abbey)을 설립하였다. 초기 12명과 함께 산비탈을 개간하였고, 이후 평생 노동과 기도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공동체로 키워냈다. 말년에는 원장의 자리도 내려놓고 설립자의 위치에서 예수원을 위해 헌신하였다. 2002년 5월 쓰러졌고, 그해 8월 6일 84세로 영면하였다. 그가 설립한 예수원은 지금 한해 1만 여 명이 방문하는 공동체로 한국 교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성공회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구로구 항동에서 성미카엘신학원 재건을 위해 정착한 그는 마을 사람들과 융화를 위해 철저히 한국 전통을 존중하였다. 상을 당한 집에 가서 두건을 썼고, 우리 전통 예법에 따라 베옷을 입으며 같이 아파하였다. 미국식 기독교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한국민을 존중하는 그의 모습에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열렸다고 한다.

대천덕 신부와 관련된 일화 하나를 소개하자면 어느 해 예수원에 살던 청년들이 부근 마을을 지나다가 마을 주민들이 꾸며놓은 성황당을 보게 됐다. 그들은 예수원에서 기한을 정해놓고 수도원 생활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우상숭배라고 생각한 이들은 성황당을 과감히 훼손하였다.

하지만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그들이 대천덕 신부에게 들은 것은 꾸지람이었다. 대천덕 신부는 직접 마을 주민들을 찾아갔고,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하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노라고 말하면서. 대천덕 신부는 생전에 항상 공의를 강조하였고, 영성의 중요성과 함께 교회가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중요시 하였다.

그는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경제학과, 토지는 야훼의 것이므로 아주 사고팔지 못한다는 레위기 말씀에 근거하여 성서에서 말하는 경제 정의를 실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신학은 성서에서 말하는 경제 정의를 실천하고자 설립된 시민 단체인 ‘성경적 토지 경제 정의를 위한 모임[성토모]’의 설립에 영향을 주었다. 성령의 은총을 무시하지 않는 성령론도 대천덕 신부의 신학 중 하나이다.

[저서]

저서로는 『대천덕 자서전, 개척자의 길』, 『대천덕 신부가 물려준 신앙실천서』가 있고, 전강수·홍종락이 번역한 그의 경제 이론을 알 수 있는 『대천덕 신부가 말하는 토지경제정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