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9C03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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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고령군 우곡면 도진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경용 |
[충효마을에 더하여 장수촌으로도 이름나다]
낙동강 지류인 회천(會川) 변에 자리한 도진마을은 예부터 경치 좋고 물 맑은 곳으로 이름나 무릉도원으로 일컬어졌다. 오염되지 않은 토심 깊은 곳에서 자란 농산물로 만든 일상의 먹을거리는 자연의 보약이었다. 여기에다 고령박씨 집성촌으로서 조상들이 다져 놓은 충효 전통은 일족 간, 가족 간의 섬김과 사랑의 정신으로 승화되었다.
이로 인해 도진마을은 충효마을에 더하여 장수촌으로도 이름나 있다. 이는 장수 노인 인구 현황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80세 이상의 노인만도 여성 13명, 남성 7명으로서 총 20명이다. 차하위 연령층인 79~75세 인구도 여성 12명, 남성 9명으로 총 19명이다. 여성 최고령자는 88세 예동댁이며, 남성 최고령자는 91세 김영식 씨다. 근년에 고인이 된 분들도 대부분 80세를 넘겼다. 솔이댁 곽순연[1930년생] 씨는 “금산아지매는 93세로 작년 여름에 세상을 버렸고, 올해 돌아가신 딱박골 아지매는 94세였다.”고 말한다. 그것을 입증하듯 최근에는 도진마을이 장수마을로 지정되어 이를 기념하는 비석까지 세워졌다.
[청정 환경과 따뜻한 인간관계가 장수의 비결]
장수 노인들의 말에 의하면, 도진마을 주변에는 환경을 오염시킬 만한 요인이 없어 물과 공기가 어느 지역보다도 청정하다고 한다. 예전에는 마을 앞을 흐르는 회천이 식수로 활용될 만큼 깨끗했었다. 얼마 전까지도 마을 사람들은 뒷산 골짝의 지하수를 오랫동안 먹는 물로 이용했단다.
식단은 채식 위주였는데, 마을에서는 기본 채소 작물 외에 우엉과 감자, 수박이 다량 생산되었다. 생활 수준 향상으로 육식 기회가 많아진 오늘날에도 노인들은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따른다. “이 땅에서 나는 깨끗한 것으로 먹으니 몸에 좋지요.”라는 말은 내 입맛에 맞는 토착 산물이 장수의 한 비결임을 말해 준다.
장수마을의 조건으로는 공기 좋고 물 맑은 청정한 자연 환경 외에도 구성원 간의 따뜻한 인간관계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으로 도진마을은 위로는 나라에 충성하고 가정적으로는 부모에 효도하는 미풍양속을 강하게 발달시켰다. 일상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집성촌 구성원들의 상호 이해와 사랑의 정신은 정서적 의존성을 강화시킴으로써 총체적인 삶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었다.
[국화를 활용한 원예 치료와 웃음 치료도 받고]
도진마을 사람들은 우곡면의 행정 중심지로서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특히 20여 년 전부터 개소한 우곡보건지소는 노인들로 하여금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질병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2007년 도진마을이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지정된 뒤로는 각종 운동 기구를 구비해 놓고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운동법을 지도하고, 국화를 활용한 원예 치료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일부 노인들은 마을 교회에서 운영하는 경로대학에 참여해 월 1회 치매 예방을 위한 웃음 치료와 노래 교육을 받고 있다.
마을 노인정은 노인들의 일상적 소통과 정서 교류의 중요한 장이 되어 왔다. 도진마을 경로당은 1990년대 초에 개소되었다. 2005년 도진충효관이 개관된 이후부터는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여성 노인들은 회비를 모아 이곳에서 공동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독거노인이 많은 현실에서 경로당은 소외감을 덜고 정신 건강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이곳에서 여럿이 모여 고스톱이라도 치면 시간도 잘 가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날아간다.”는 어느 노인의 말이 이를 반증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천심(天心)이면 장수하리]
몇몇 노인들은 고혈압과 당뇨, 관절염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지만, 대부분은 탈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1928년생인 독거노인 김정선 씨의 사례처럼, 일부 노인들은 건강 유지를 위한 노력을 일상생활화 하고 있다. 김정선 씨는 고혈압과 당뇨에 대비하여 매일 30분간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5년 전부터는 우곡제일교회에서 운영하는 경로대학에 다니며 노래교실에도 참여하고 있다. 1934년생인 안촌댁은 육식 대신 자연산 채식 위주에다 특히 청국장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도진마을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채소밭을 가꾸는 등 힘에 부치지 않을 정도로 항시 몸을 움직인다. 이렇듯 신진 대사를 촉진하는 규칙적인 활동성도 장수의 한 비결이리라. 과욕하지 않고 일가끼리 서로 이해하고 나누는 이들의 삶이 이른바 웰빙(well-being)의 생활 태도가 아니겠는가? “잘 먹고, 잘 자고, 천심(天心)이면 장수하리.”라는 어느 노인의 말이 진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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