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리 사람들의 터전, 도진들과 야정들]

오랜 옛날부터 농사를 지으며 살아 온 도진리 사람들에게 생업의 터전은 마을 남쪽의 도진들과 모듬내[회천] 너머에 있는 야정들이었다.

회천의 제방이 완성되기 이전에는 도진들의 범람이 잦아 농지로서의 의미가 작았기 때문에 도진리 사람들은 회천 건너편의 야정들에서 주로 농사를 지었다.

야정들은 남양홍씨 집성촌인 야정리에서 유래된 이름인데, 여기서 야정리는 남양홍씨의 정자가 들녘에 있었다고 하여 유래된 지명이라고 한다. 도진리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려면 반드시 회천을 건너야 했기 때문에 도진교가 건립되기 이전에는 나룻배를 운영하였다.

나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진리 사람들이었지만, 면소재지인 도진리를 드나드는 우곡면 일대 열두 개의 마을 사람들도 나루의 운영에 관여하기도 하였다.

[나룻배를 타고 농사를 지으러 다니다]

도진리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오래전부터 나루가 존재하였다. 나루의 존재는 경상남도 해안 지역으로부터 해산물과 젓갈을 실은 배가 이곳보다 상류에 위치한 대가야읍 방면까지 드나들었다는 옛 말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회천의 최상류인 성주댐이 완공되기 이전에는 회천의 유량 변화가 극심하여 큰물이 지지 않는 한 나루의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병자년의 대홍수 이후 회천의 수심이 깊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나루가 운용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회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이 건설되기 이전까지 도진리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이었던 도진나루는 현재 도진교의 상류 방면으로 약 15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 도진나루에서는 크기를 달리하는 두 척의 나룻배가 운행되었다. 큰 나룻배는 길이 8m에 폭이 3m 정도였으며, 한꺼번에 소 다섯 마리와 20여 명의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작은 나룻배는 5m 정도의 길이에 폭이 2m 정도였으며, 소 한 마리와 다섯 명의 장정을 동시에 실어 날랐다. 큰 배는 주로 농사철에 이용됐는데, 이때는 두 명의 사공을 비롯한 네댓 명의 장정이 질매라 불리는 긴 작대기를 사용하여 나룻배를 운행하였다. 농사철에 유량이 많으면 유속이 빨라 노로는 배를 운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나룻배를 운행하는 두 명이 사공은 마을에서 잡일을 담당하는 사람들 중에서 선정했다고 한다.

[도진나루와 섶다리]

나루의 운용과 사공의 노임에 필요한 경비는 도진리를 비롯한 인근 열두 개 촌락에서 춘곡과 추곡 등 연중 두 차례 곡식을 거두어 충당하였다. 이들 촌락은 모두 우곡면에 소재하는데, 도진리의 도진마을과 새마을, 야정1리의 야정마을, 야정2리의 아랫골과 아치실, 속리의 속동과 신당골, 대곡1리의 한실, 대곡2리의 하나울, 사전리의 사부골과 딱박골 등이다. 이들 촌락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나루의 운용 외에도 겨울철에 회천을 가로지르는 섶다리를 설치하는 일에도 협력하였다. 겨울이 오기 전에 집집마다 서둘러 김장을 하듯이 우곡면의 여러 촌락에서는 겨울이 되기 전 회천의 섶다리를 설치하는 작업을 최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섶다리를 설치하는 작업은 솔잎치기, 새끼 꼬기, 벌목, 흙 나르기와 다지기 등의 작업과 음식 및 경비 조달을 마을마다 몫을 할당하여 진행되었다.

[나루의 추억]

이제 나룻배를 타고 회천을 가로질러 마을과 농지를 넘나들던 것은 이 나루를 이용하던 사람들의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아침녘에 얕은 물을 건너 농사일을 하던 중 소나기가 내려 갑자기 큰물이 지면 마을을 향해 배를 보내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갑자기 상류에서 홍수가 밀려오면 강을 건너지 못하고 야정리의 친척집을 찾아 하루 이틀을 보내야 했던 것도, 물살이 셀 때는 나룻배를 끌어 상류로 1㎞ 정도 거슬러 올라가서 도강을 시도했던 것 등은 이제 기억 속 일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손쉽게 강을 넘나들게 하는 도진교조차도 인근 열두 개 촌락을 연결하는 교통상의 역할과 이들 촌락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도진나루의 추억을 대신하지는 못할 것이다.

[정보제공]

• •  박우목(남, 1944년생, 우곡면 도진리 주민)
• •  박해동(남, 1954년생, 우곡면 도진리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