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9C02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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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고령군 우곡면 도진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창언 |
도진리에서는 수박 농사가 시설 재배 방식으로 보편화된 1990년대 이후부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생활 주기가 크게 바뀌었다. 도진리 사람들은 수박 농사에 집중하면서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수박 농사를 짓고, 수박 농사를 마치면 곧바로 벼농사를 시작함으로써 1년 2모작을 행하고 있다. 연중 수박 농사와 벼농사를 동일한 농지에서 번갈아 행하지만, 도진리 사람들은 수박 농사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하여 수박을 재배하는 가을부터 이듬해 늦봄까지가 농번기에 해당하고, 모내기를 하고 벼를 수확하기 이전까지인 여름철이 농한기가 되면서 자연의 주기에 맞추어 농사를 짓던 과거와는 정반대의 생활 주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농번기와 농한기가 뒤바뀐 것은 시설 재배 방식이 보편화된 결과였다.
[도진리의 수박 농사]
도진리 사람들의 주된 농사로 자리 잡은 수박 농사는 가을에 벼를 수확한 직후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10월 말경부터 11월 초순까지 논갈이를 행한다. 이때는 퇴비와 비료를 넣고 경운기와 트랙터를 이용해 논을 갈아 로터리 작업이라 부르는 평면 작업을 실시한다. 이후에는 곧바로 비닐 씌우기를 하는데,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오기 전에 급히 마쳐야 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을 택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을 한다. 이와 동시에 모종 터 설치, 관수 호수 깔기, 바닥 비닐 치기, 이식 구멍 뚫기, 골주 꽂기, 터널 비닐 씌우기, 이불 넣기를 연이어 행한다. 모종 이식은 12월 말경부터 1월 초순까지 하는데, 대체로 660㎡ 넓이의 비닐하우스 한 동당 500포기를 이식한다.
도진리 사람들은 1월 말경부터 수확기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순치기와 순 가르기를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이식 후 약 두 달이 경과하면 수분을 해야 한다. 박해동[1954년생] 씨의 경우 벌을 이용하여 한 주에서 열흘 가량의 기간으로 수분을 시도한다. 한여름에 수확하는 노지 수박과 달리 시설 재배 수박은 5월에 수확한다.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경로행사, 초파일 등 휴일과 행사가 많기 때문에 한여름이 아니더라도 수박의 수요가 높아 비교적 좋은 가격으로 팔린다. 더욱이 늦은 봄철에 수확하기 때문에 당도가 높은 수박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도진리의 벼농사]
도진리 사람들은 이렇게 수박을 수확하고 나면 곧이어 벼농사 준비를 한다. 이미 4월 말경부터 못자리를 마련하고 모내기에 대비한다. 수박 농사를 지은 비닐하우스에서 비닐을 제거한 농지를 갈고 물을 댄 이후인 6월 초순부터 중순 사이에 모내기를 한다. 모내기를 마치고 난 7월부터 석 달 동안 농한기에 해당한다. 이 기간 동안 도진리 사람들은 논에 물대기, 물 빼기, 추비(追肥) 넣기 정도의 농사일만 하고, 농약 치기는 하지 않는다. 도진리 사람들은 소득보다는 단작 재배로 인한 토양의 고갈과 산성화를 방지하기 위해 벼농사를 짓는다고 말한다. 이에 도진리 사람들은 애써 농약을 치거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벼가 성장하는 7월부터 수확기인 10월 초순까지 비교적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농한기와 농번기가 바뀌다]
도진리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과거 같으면 가장 바쁘고 힘든 농번기인 여름철을 농한기처럼 보내고 있다. 단체 행사를 갖거나 국내외 여행을 다니는 것도 한여름에 이루어진다. 이처럼 과거와는 정반대로 진행되는 농사 주기로 인해 도진리 사람들의 명절 풍속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설날을 가장 큰 명절로 간주했으나 시설 재배 방식으로 수박 농사를 짓고 난 후부터는 추석이 가장 큰 명절이 되었다. 설날에는 차례만 지내고 곧바로 수박밭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며칠 동안 새해 인사를 다니거나 쉬면서 지낼 수가 없다. 시설 재배를 하기 이전에는 설날을 전후해 섣달 그믐날 지파의 재실에 모여 묵은세배를 나누고, 설날 새벽에 다시 세배를 한 뒤 집안별로 차례를 지냈으나, 요즘에는 설날을 전후한 시기에 행하는 풍속이 크게 간소화되어 묵은세배는 간략하게 진행하고 새벽에 행하는 세배 또한 생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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