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9B020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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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창언 |
개실마을은 영남 지역에 산재한 유서 깊은 반촌 중 한 곳이다. 조선 전기 문신으로 영남학파의 종조로 추앙된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1431~1492]의 후손들이 수백 년간 세거하고 있는 개실마을은 종택과 사당, 재실 등 저명 반촌의 경관을 잘 보여 주고 있다.
2002년 아름마을 가꾸기 사업을 시작으로 전통문화 전승의 주요 현장이 된 개실마을은 반촌의 경관과 이곳에서 전승된 전통적 생활양식을 체험하는 전통문화 체험마을로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개실마을은 현재 인구와 가구가 크게 줄어들어 60여 가구만 거주하고 있으나,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을 크게 받기 이전에는 130여 가구가 거주할 정도로 큰 마을이었다. 이 중에서 절대 다수가 선산김씨[일선김씨] 문충공파 성원들이다. 마을에 거주하는 60여 가구 중 사위와 외손에 해당하는 두어 가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선산김씨[일선김씨] 종원이기에 개실마을의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사람들 역시 선산김씨[일선김씨] 종중 사람들이다.
[전통문화를 알리는 체험 프로그램들]
개실마을에서 주관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전통 음식, 전통 놀이, 전통 교육, 전통 혼례, 만들기 체험, 농사 체험 및 자연 체험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전통 음식 체험은 엿·떡·칼국수·유과·두부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전통 놀이 체험에는 그네뛰기·널뛰기·디딜방아·굴렁쇠·윷놀이·짱치기·제기차기 등이 있다. 전통 교육 체험과 전통 혼례 체험으로는 전통 차 시음, 칠첩반상기 받아 보기, 전통 혼례와 같은 전통 예절과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만들기 체험은 대나무물총, 소리총, 연, 짚공예, 도자기, 천연 비누, 압화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있다. 농사 체험은 딸기, 모내기, 고구마 캐기, 고추 따기 등 개실마을 농업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 체험은 매우 다양하여 미꾸라지 잡기, 뗏목 타기, 야생화 관찰, 얼음썰매 타기, 싸움소 관람, 옛 전설지 구경하기, 동물농장, 야생화분 만들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계절별로 구분되어 실시되기 때문에 계절마다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
개실마을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원만하게 운용하기 위해 기획팀, 체험팀, 뒤처리팀 및 부녀회팀을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기획팀은 체험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체험 팀은 외지인을 직접 상대하여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뒤처리팀은 체험 프로그램을 사전에 준비하고 사후에 정리하는 일과 마을 환경 정리를 담당하고 있다. 부녀회팀은 주로 개실마을을 방문하는 외지인을 위한 음식장만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개실마을에는 전통문화 체험과 마을 가꾸기를 위한 영농조합법인 등의 조직이 결성되어 있다.
그런데 개실마을의 모든 조직에 가장 우선되는 것이 문중 조직이다. 선산김씨[일선김씨] 가문의 종손인 김병식[1933년생] 씨에 의하면, 개실마을 선산김씨[일선김씨]는 문충공의 8세손에 이르러 네 개의 지파, 곧 종파·중파·숙파·계파로 분파되었으나, 이들은 모두 종손의 지휘 아래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문중 조직은 종손이나 문장을 비롯한 몇몇 영향력을 발휘하는 성원들이 주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든 문중이 한결같이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여러 지파의 사문으로 구성된 경우에는 각기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위상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그에 따른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네 개의 지파로 구성된 개실마을의 경우는 종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함에 따라 모든 지파 성원들이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의 운용과 마을 가꾸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단다. 예컨대 기획팀은 숙파의 성원, 체험 팀은 종파의 성원, 뒤처리팀과 부녀회팀은 중파의 성원이 책임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식 씨는 “지파마다 관심이 다른 곳은 화합이 안 되는데, 우리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면서 자랑스러워했다. 또한 “종손인 내가 잘 못 살아오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하면서 문중 성원과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처럼 개실마을 선산김씨[일선김씨]는 각 지파의 종원과 며느리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낮추는 대신 종손을 중심으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여느 반촌에 뒤지지 않는 경관을 복원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사업을 통해 문중 성원들은 조상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며 전통문화를 전승하는 데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