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9B02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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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창언 |
남녀의 구분에 따른 전통을 중하게 여긴 반촌에서 여인들은 목소리를 낮추기는 했지만 반가의 전통과 살림살이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반촌의 여인들은 남성 위주의 의례와 일상이 반복되는 반촌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의례의 수행과 일상의 지속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존재였다.
예부터 유교적 전통에 따른 많은 제약 속에서 반촌의 삶을 지탱하는 반촌 여인들의 일상은 가급적 드러내 놓지 않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겼다. 그러나 연중 몇 차례 반촌 여인들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는 풍속이 있었다. 주로 봄과 가을철 생업 활동의 사이사이에 이뤄진 이 같은 행사에는 봄철의 화전놀이와 회취(會聚) 그리고 가을철 수확을 목전에 둔 시점에 행하는 들구경이 있었다.
[봄을 맛보는 화전놀이]
화전놀이는 봄철에 꽃이 필 무렵인 삼짇날을 전후해 마을 단위로 이루어진 야유회이다. 일반적으로 화전놀이는 반촌과 민촌에서 행하는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 반촌에서는 반가의 여인들이 남성들의 시회를 본 따서 가사를 지어 주고받거나 덕담을 주고받는 것을 겸하기도 했다. 개실마을 화전놀이는 마을에서 한 집안을 이루는 비교적 젊은 연령의 남녀가 함께하였고, 춤과 노래를 즐기면서 하루를 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개실마을 화전놀이는 문중의 허락을 받은 개실마을의 젊은 남정네들과 딸네들이 주동이 되는데, 며느리들도 시부모의 허락을 받아 함께할 수 있었다. 개실마을에서는 주로 합가1리 방면에 위치한 저수지의 남쪽 산기슭에서 화전놀이를 했는데, 매년 이른 봄 매조꽃과 연지꽃이 필 무렵이 화전놀이를 하는 적기였다고 한다.
[휴식과 화목을 도모하던 회취]
개실마을 사람들은 봄철에 야유회 성격으로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행사를 가리켜 ‘휘추’라고 했다. 개실마을 사람들이 ‘휘추’라 하는 것은 회취의 경상도 방언이다. 회취는 봄철 농사일로 바쁜 사이에 잠시 틈나는 기간을 이용하여 마을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며 휴식과 화목을 도모하는 행사이다. 이때는 머슴을 포함한 마을의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하였다.
개실마을에서는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봄철 농사일로 바쁜 시기에 잠시 틈을 내어 마을의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하는 회취를 열었다. 개실마을의 회취는 마을 남쪽 저수지의 둑 근처에서 개최하였다. 이날은 특별히 개를 잡아 개장국을 끓이고, 국수도 장만하여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하루를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개실마을의 회취는 남녀노소가 모여 음식을 먹고 한데 어울려 가무를 즐기는 것 외에도 다른 행사가 포함되었다. 남정네들은 시회를 개최하고, 아낙네들은 가사를 지어 문답하는 놀이를 병행했다. 일반적으로 반촌의 여인네들이 화전놀이를 할 때 가사를 짓는 것과 달리 개실마을에서는 회취를 통해 가사를 짓고 시회를 여는 것이 독특하다. 반촌의 특성을 반영한 회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을 아낙네들의 들구경]
화전놀이와 회취가 봄철의 행사인 반면에 들구경은 가을 추수기를 앞둔 시점에 이루어지는 행사였다. 곡식이 얼마나 잘 영글었는지를 살펴본다는 취지로 이루어지는 들구경은 마을 아낙네들의 야유회의 성격을 띠었다.
개실마을에서도 추석 직후 마을 아낙네들이 들구경을 했다. 들구경을 하는 장소는 개실마을에서 회취를 하는 저수지 못둑 근처였다. 들구경은 한 해의 농사를 둘러보는 자리로 반촌 아낙네들의 엄격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으로서의 의미도 띠었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