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9B02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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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창언 |
[며느리들에게는 힘든 정초]
반촌인 개실마을의 한 해는 묵은세배로부터 시작한다. 묵은세배는 섣달 그믐날 저녁에 개실마을 김씨들의 대소가별로 집안 어른을 찾아뵙고 한 해를 무사히 보낸 것을 감사하며 절을 하는 것이다. 이때 개실마을 여성들은 집집마다 떡국을 끓여서 묵은세배를 하러 오는 사람들을 접대했다. 다음날 아침인 설날에는 떡국을 끓여서 다시 집안 어른을 찾아뵙고 세배를 한다. 세배를 마치고 난 뒤 대소가 순으로 차례를 지내는데, 오후 늦게까지 진행되었다. 이날 개실마을의 딸네들은 윷놀이나 널뛰기를 하면서 쉴 수 있지만, 며느리들은 ‘손청’이라 해서 하루 종일 손님을 치렀다.
정초에는 토끼날 동쪽을 보고 소변을 보지 않았으며, 말날·범날·양날에는 장을 담았다. 대보름에는 마을 뒷산인 화개산에 있는 제당에서 당산제를 지냈다. 이날은 마을 사람들이 어울려 윷놀이와 달맞이, 달집태우기를 하며 종일 축제 분위기로 들뜨게 되지만, 며느리들은 종일 손님치레로 부산하였다.
대보름부터 2월 초하루 전까지는 며느리들도 휴식을 취하는 기간이었다. 이 동안에는 부인네들이 용왕제를 올리고, 점집을 찾아 신수를 보거나 아이의 수명장수를 기원하면서 ‘아이팔기’를 하였다. 용왕제는 개실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개천에서 했다.
2월 초하루는 ‘바람 올리는 날’이라 하여 영등제를 지내는데, 머슴을 포함한 식구들을 위해 비손을 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한 해의 농사일이 시작된다고 하여 “2월밥 먹고 나면 머슴이 울타리 잡고 운다.”는 속언도 있었다.
[봄에는 꽃놀이도 하고 그네도 뛰었어]
삼월 삼짇날 무렵에는 부녀자들은 화전놀이와 회취(會聚)[야유회와 같은 성격의 행사]를 하며 봄날을 즐겼다. 초파일에는 고령 지역에서 유서 깊은 사찰인 반룡사를 찾거나 때로는 멀리 합천 해인사를 찾기도 했다. 개실마을에서는 예부터 설, 단오, 백중, 추석, 동지를 5대 명절로 간주했다. 단옷날 여성들은 널뛰기와 그네뛰기를 했으며,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 이날 부침개를 지져 먹으며 밤샘을 하기도 했다. 단옷날은 개실마을 여성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바깥출입을 하며 놀이를 하는 연중 몇 안 되는 날 가운데 하루였다.
복날과 백중은 주로 머슴들을 대접하는 날이었다. 이 무렵에는 한 해 농사의 가장 힘든 일을 하는 시기에 해당하여 머슴들을 위로하는 행사가 많았다. 특히, 백중에는 머슴들 가운데 농사일을 잘한 사람을 선정하여 크게 상을 차려 주었고, 모든 머슴들이 풍물을 치며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개실마을에서는 백중떡을 하는데, 주로 호박떡을 해서 먹는 풍속이 있었다. 또한 개실마을의 아낙네들 중에는 칠석과 백중에 절을 찾아 기도를 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칠석에는 자손을 위하고, 백중에는 조상을 위해 기도를 했다.
[추석엔 들구경도 했어]
가을이 다가오면 논일을 잠시 중단하고 밭일을 하였다. 늦가을에 수확하는 밭작물의 원활한 성장을 위해서 김매기를 하는 것이다. 백중이 지나고 추석이 다가오면 추석날 성묘를 위해 벌초를 했다. 추석이 지나면 개실마을 부녀자들은 한 해의 농사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 확인하는 풍속인 들구경을 했다. 이날 마을의 부녀자들은 인근 저수지 둑 부근에 모여 수확을 축원하며 하루를 보냈다.
시월상달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문중의 큰 행사인 묘사를 지냈다. 이 무렵 집 안의 머슴에게 한 해 농사일에 대한 새경을 지급했다. 묘사를 마치면 겨우살이를 위해 지붕 잇기와 김장을 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집 안 곳곳에 뿌려 액을 막았으며, 이날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기도 했다. 섣달에는 아낙네들이 각자의 집에서 약간의 음식을 준비하여 모듬밥을 해 먹었다. 모듬밥이란 각자 가져 온 음식을 모두 섞어 먹는 일종의 비빔밥과 같은 것인데, 개실마을에서는 이를 가리켜 ‘디리해묵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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